한성대 제자가 본 김상조 후보자는..

2017. 6. 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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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한 인터넷 사이트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한성대학교 제자가 올린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15년 전 학교를 다녔다는 제자는 보수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이 기도 차지 않는다며 자신이 보고 느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제자는 우선 김상조 후보자는 물욕이 애초부터 관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교수 신분인데도 거적대기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녔고, 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밝혔다.
 
또 엄청 합리적이고 원칙대로 하는 꼬장꼬장한 교수라고 밝혔다. 시험 감독도 반드시 본인이 하고 결강이 있으면 주말에라도 반드시 보강을 해서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가질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상조 후보자가 대학원 다닐때 부터 갖고 다녔다는 가방을 들고 국회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김상조 후보자가 낡은 가방을 책상 아래 두고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아래는 제자가 올린 글 전문이다.
 
여기 불펜이나 댓글에서는 이미 옹호받고 계시지만, 정말 보수 언론의 의혹 기도 안 찹니다.
 
제가 교수님께 수업을 듣던 건 15년전 00년대 초반 무렵입니다. 그 간 교수님도 많이 늙으셨네요.
 
당시만해도 교수님 중에 젊은 축에 속하셨는데..뭐 저야 수많은 제자 중에 하나일테니 교수님은 기억 못하실 가능성이 크겠지만요.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고, 제 가치관에도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일화 몇 개나 적어볼까 합니다.
 
1. 정말 물욕은 없는 분입니다. 애초에 관심도 없는 사람일 겁니다.
 
담배는 당시에는 88피웠습니다. 애초에 옷이나 신발 이런 거 관심도 없으시구요
 .
당시에는 다 떨어진 가방 들고 다니셨는데 대학원 때부터 쓰시던 거라 하셨어요. 진짜로 지하철이랑 마을버스 타고 다니셨습니다.
 
저녁 늦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가면 거의 전철 막차 시간에 종종 교수님이랑 마주치곤 했는데, 가방이 진짜 거적대기 같이 너덜너덜 한 거 들고 다니셨거든요.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가방 꼴이 그게 뭐냐니까, 웃으시면서 본인 사회적 지위가 뭐냐고 반문하시더군요.
 
(경제개혁센터) 소장님이시잖아요? 라고 하니 껄껄 웃으시더니 맞긴 한데 가방은 그냥 대학원 때부터 쓰던 거라 편해서 쓴다고, 이 가방이 뭐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맨날 늦게 다니시고 방송국 다니시고 바쁜데 차도 없냐하니 학생 가르치는 사람이 뭐 차가 필요하냐고.. 자기는 그냥 이러고 다니는게 편하다고 하셨어요.
 
카드 신고액 0원이라는 걸로 이렇게 사람들이 의심할 줄 몰랐네요.
 
옆에서 잠깐만 지켜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거 알겁니다. 생활 내에서 돈 쓸 일이 없는 양반이에요.
 
모교인 한성대는 4호선 지하철 한성대역으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는데, 15분 정도 언덕길을 걸어가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교수님도 줄서서 마을버스 타고 올라가시곤 했습니다.
 
졸업반이어서 구직준비 할 때(아마 당시가 교수님이랑 삼성이랑 사이가 최악인 시절이었을 겁니다.)
 
삼성 SSAT 공채 지원할 때 존경하는 인물 적는 난이 있었습니다.
 
마을버스 기다리다 교수님이 계셔서 존경하는 인물에 교수님 적어도 되냐고 여쭤보니까(진짜로 적고 저장해놨다가 발송버튼만 안 누른 상태였습니다. 당시에는 교수님에 대한 팬심이 있었거든요.)
 
멋적게 웃으시더니 ‘미치지 않았으면 그러지 마라.’ 라고 하셔서 수정해서 제출했습니다. 열심히 한 거 아니까 꼭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셨는데.. 어차피 SSAT 3번이나 떨어졌는데 그냥 적을 걸 그랬다 후회했던 기억이 나네요.
 
2. 사모님한테는 미안한 점이 많으셨나 봅니다.
 
종종 강의하다가 말씀하셨는데, 공부하는 동안 무능한 남편이었다고.
 
사모님 교편잡아서 자기 공부하는 동안 뒷바라지하셨다고는 들었습니다. 마누라 등골 빼먹던 사람이라고. 자세한 말씀은 별로 안하셨는데, 미안한 내색 같은 건 종종 내비치셨던 거 같아요.
 
3. 엄청 합리적이고 원칙대로 꼬장꼬장한 분이셨습니다.
 
강의 계획 학생들이 보든 안 보든 꼬박꼬박 올리셨구요. 교수님 수업은 인기가 많아서 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당시에도 학내에서는 제일 유명하셨으니까요.)
 
그래서 강의 인원 초과하면, 수업 듣겠다고 오는 제자들 어떻게 물리치냐고 강의실 바꾸느라 학교 행정팀이랑 늘 마찰 빚으셨는데, 그런 때도 조교한테 안 떠밀고 본인이 다 수속해서 강의실 변경하고 직접 알아보셨어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엄청 바쁘셨을텐데도, 시험 감독도 본인이 직접 들어오셨구요.(다른 학교는 모르겠는데 보통은 조교들이 들어오는 게 통상이었거든요)
 
시험 채점 끝나면 이의제기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하라고 하셨죠.
 
그게 학생의 당연한 권리라고. 절대 꺼려하지 말고 맘에 걸리면 이의제기 하고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뭐 다들 아시겠지만 찾아가봤자 털리고 나오지 학생의 어설픈 논리로 김상조 교수를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삼성이랑 소송하느라 불려다니셔서, 한 두번 결강이 된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주말에라도 보강 계획 잡으셨어요. 약속은 내가 어긴거고 그래서 출석은 안 부를 거니까 안와도 된다고.
 
나는 교수로서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약정된 강의는 다 하셔야 된다구요.
 
저는 팬심에 타오를 때라 아무래도 좋았지만, 짜증내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 힘드신 상황에서도 원칙 지키시려고 노력하신 거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4. 정치는 정말 안 하시겠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하시게 됐군요.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조순-정운찬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케인지언 계보를 잇는 투 탑이었죠. 홍익대 전성인 교수와 함께요.
 
스승들이 경제학자는 항상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지라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오셨습니다.
 
조순 전 시장이 본인 결혼할 때 주례 봐주셨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제 주례도 봐주시면 안 되냐고 여쭈니까, 그런 거 절대 안한다고 하셨는데.. 이 점은 실망입니다.
 
스승들도 서슴치 않고 비판하셨던 꼬장꼬장한 양반이었습니다.
 
인생은 모르는 거지만 자기 은사들(조순 전 시장, 정운찬 교수) 그렇게 변하고 망가지는 거 보면서, 자신도 정말 너무나 실망이 크다고. 솔직히 세간에서 욕하는 거 보면서 욕 먹을만하니 먹는 거 같다고. 자기 스승이라고 변호하고 싶지 않다고도 하셨어요. 그렇기에 자신은 때려 죽여도 정치는 안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아마도 그간 많은 제의 다 뿌리치셨나 봅니다.
 
근데 문왕(문재인)이 소눈알로 부탁하면 아무도 거절 못한다더니 사실인가 봅니다. 진짜 안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교수님도 붙잡아 매네요.제가 재학중일 때 고생하시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참 애잔했거든요.
 
삼성 주총에서 가드들한테 멱살 잡혀서 끌려나가시고 막 그럴 때 였거든요.
 
그래서 왜 그렇게 치열하게 하시냐고 했더니 ‘부채의식 때문이다’ 라고 답하셨어요.
 
본인은 80학번인데 학생운동 별로 참여 안 하고, 학교에 남아 공부만 했었다고.
 
그 때는 그게 학생의 본분에 맞는 거라 생각했었다고.
 
근데 학우들이 몸 내던지고 피 흘리며 죽었는데, 자신은 사회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거 같다고.
 
그게 죄스러운 마음이 남아서, 그 미안한 마음이 부채의식으로 자꾸 남는다고.
 
자기 세대는 다들 그런 마음일 거라서 본인이 별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네요.
 
그래서 요즘 친구(저도 30대 후반입니다만 그 때는 대학생이었으니까요)들을 보면 부럽다고 하셨어요.
 
그런 부채의식 같은 거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자기 주장도 강한 거 같다고.
 
부디 그런 부채의식 같은 거 후배들은 안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건 우리 세대까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보다 공정한 사회에서 제자들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교수님 활동하시는 거 미디어 등을 통해서만 보면서 조용히 응원했었는데,
 
이렇게 근거 없는 비방 당하시는 거 보니 참 마음이 아프네요.
 
이런 글 적는 것 조차 교수님께 누가 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냥 제가 억울하고 분하네요.
 
교수님이 왜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힘쓰셨는데, 자유한국당 적폐세력이 감히 우리 교수님한테 이러고 다닐 수 있는 건지 분통이 터집니다.
 
당연히 잘 하실 거라 믿지만 그냥 제가 속상해서 글 끄적여 봅니다.
 
맘속으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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