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찌질의역사·신과함께·위대한캣츠비···웹툰, 뮤지컬계 잇따른 러브콜 왜?

등록 2017.06.02 15:23:05수정 2017.06.07 20:24: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웹툰 '찌질의 역사'. 2017.06.02.(사진 = 로네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웹툰 '찌질의 역사'. 2017.06.02.(사진 = 로네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6월 뮤지컬 무대가 웹툰으로 달궈진다. 창작 초연 '찌질의 역사'(글 김풍, 그림 심윤수), 재연작인 '신과 함께'(글 그림 주호민), 롱런작인 '위대한 캣츠비'(글 그림 강도하)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웹툰 중 처음으로 뮤지컬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진 2007년 '위대한 캣츠비' 이래 2015년 '무한동력'(글 그림 주호민), 작년 '신과 함께'와 '은밀하게 위대하게'(글 그림 훈) 등이 이미 뮤지컬로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이처럼 동시에 3편이 관객들을 찾는 건 이례적이다.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 드라마가 원작인 드라마컬에 이어 웹툰컬이라는 신조어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일어날 정도다.

 '찌질의 역사'(연출 안재승)는 오는 3일부터 8월27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초연한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방송을 통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풍 작가가 글을 쓴 작품이다.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의 찌질한 연애담을 적나라하게 그려 인기를 누렸다.

 안중근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 조선의 마지막 황후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뮤지컬 '명성황후' 등 대형 창작 역사물을 주로 제작한 에이콤에서 선보이는 대학로 소극장 청춘물이라는 점이 이례적이다. 에이콤의 대표이자 창작뮤지컬계 대부인 윤호진 연출이 제작자로 나섰다. 

 윤 연출은 지난달 '찌질의 역사' 제작발표회에서 "웹툰을 보는 나이는 아니라서 나중에 봤는데 단지 웃고 즐기는 이야기만은 아닌 거 같더라"라며 "젊은 시기의 성장통을 다뤘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작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웹툰 뮤지컬의 상업성을 확인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연출 성재준, 작곡 박성일)은 업그레이드 돼 돌아온다. 오는 30일부터 7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년 만에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대표 사례인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_저승편'을 무대 언어로 옮긴 작품이다. 한국의 민속 신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49일간의 험난한 저승시왕(저승의 10명의 신)과 재판 과정을 그린다. 뮤지컬은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평범하게 살다 죽은 소시민 '김자홍'을 변호하는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잡았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찌질의 역사' 포스터 . 2017.06.02. (사진 = 에이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뮤지컬 '찌질의 역사' 포스터 . 2017.06.02. (사진 = 에이콤 제공) [email protected]

뮤지컬은 2015년 초연 당시 웹툰의 성공적인 공연화 사례로 통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흥행에 힙입어 이번 시즌에 서울예술단 공연으로는 비교적 장기간인 20여일 동안 공연한다.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위대한 캣츠비'는 오는 23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월1일까지 대학로의 유니플렉스 2관 무대에 오른다.

 강도하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가 원작으로 여자친구 '페르수'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은 무능력한 남자 캣츠비, 그와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선', 청춘들의 비극과 고뇌의 출발점인 '하운두', 이들의 폭주하거나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던 순정을 그린다.

 웹툰이 지속적으로 뮤지컬로 옮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경진 공연 칼럼니스트는 "뮤지컬계가 소설, 영화, 드라마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을 선호해왔는데 서사적인 한계가 없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웹툰에 대해 신선함을 느낀 듯하다"고 봤다.  

 "웹툰은 다른 사람의 개입 여지가 적어 창작자의 상상을 비교적 본래대로 구현할 수 있는 완결성이 있다.  판타지, 멜로라도 다양한 버전이 가능한 점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 중 상업적으로 흥행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2D인 평면의 웹툰을 3D인 물리적 공간의 무대로 옮겼을 때의 차이 등으로 인해 웹툰 팬들의 기대감을 배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흥행에 성공해서 재연까지 앞둔 '신과 함께'는 모범 사례다.

 특히 국선 변호사 '진기한', 소시민 '김자홍', 저승차사 '강림' 등 웹툰 속 주요 캐릭터의 특징을 그래도 살리면서 무대 위에 알맞게 변형했다. 김다현 박영수(진기한), 김도빈(김자홍), 송용진(강림)등 원작 캐릭터와 흡사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등이 주목 받았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포스터. 2017.06.02. (사진 = 문화아이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포스터. 2017.06.02. (사진 = 문화아이콘 제공) [email protected]

김아형 서울예술단 홍보팀장은 "원작의 캐릭터를 무대로 옮길 때 무게감에 짓눌릴 수 있는데 소시민 캐릭터인 김자홍에 유머를 부여하고, 강림에 살짝 느끼함을 부여하는 등 무대 어법에 맞게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 주효한 듯하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와 뮤지컬 속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일치할 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찌질의 역사' 김풍 작가는 "원작과 비교할 때 제가 보기에는 작품의 싱크로율과 캐릭터가 비슷하게 나왔다"고 흡족해하기도 했다.

 '찌질의 역사'에서 박시환, 박정원, 강영석이 남자 주인공 서민기를, 정재은과 김히어라가 '권설하' '윤설하' '최대웅' 등 1인3역을 맡는다.

 또 웹툰을 뮤지컬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넘버다. 웹툰에서는 말풍선 등을 통해 캐릭터 간 또는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데 뮤지컬에서는 이 부분이 노래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장 칼럼니스트는 "무대와 캐릭터는 인상 깊지만 공연이 끝났는데 음악은 전혀 기억이 남지 않는 작품이 있다"며 "그렇다면 굳이 노래가 주축인 뮤지컬로 옮길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90년대 대학가를 배경으로 한 '찌질의 역사'가 당시 대중가요를 삽입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도 비슷한 고민을 한 지점으로 볼 수 있다. 

 천성일 작곡가의 '멋있는 이별을 위해', 김형석 작곡가의 '당신에겐 특별한 뭔가가 있어요', 김창환 작곡가의 '그러지마' 등이 녹아들어간다.

 윤호진 대표는 "90년대 유행한 노래를 잘 골라서 매치시키면 웹툰의 재미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주크박스의 어려운 점이 노래 가사와 줄거리가 맞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인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맘마미아!'다. 의문점이 들지 않는 선곡을 할 수 있도록 상당히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신과 함께'. 2017.06.02.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뮤지컬 '신과 함께'. 2017.06.02.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email protected]

이와 별개로 웹툰이 무대 어법에 맞게 옮겨졌을 때 쾌감은 상당하다. '신과 함께'는 물리적으로 구현이 힘들 거라 상상했던 근대화 지옥을 무대디자이너 박동우와 영디자이너 정재진이 LED 수평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바닥 등을 통해 실감나게 구현해 호평을 받았다.

 각본·연출을 추정화가 맡고, 작곡·음악감독을 허수현이 담당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흥행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만화적인 과장된 연출과 빠른 전환으로, 원작 웹툰은 물론 한류스타 김수현 주연의 동명영화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아형 팀장은 "웹툰은 비교적 모든 설정이 다 가능하고 모바일 등을 통해 접근성도 좋다"며 "그런 공감대가 크게 형성된 원작을 무대로 옮겼을 경우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걸 넘어 더 나아가야 한다. 무대로 옮긴 것이 납득 가능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칼럼니스트도 "원작의 이름값보다 매체에 맞게 제작이 됐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았다고 뮤지컬의 구조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명대사에만 급급해서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뮤지컬에서만 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좋은 웹툰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고, 뮤지컬계 역시 이 장르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라 당분간 웹툰 원작 뮤지컬의 제작과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장 칼럼니스트는 "소재에 제약과 한계가 없다 보니까 신선함을 원하는 뮤지컬계에서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