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거리 좁히기

박혜원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2017. 6.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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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주로 앉아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운동이 필요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걷기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에 일부러 먼 곳을 택해 걸었다. 버스를 타면 두세 정거장 거리. 숨이 가빴다. 한낮의 더위와 언덕까지 더해져 목적지로 가는 길은 멀고 힘들었다. 처음엔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곳이 일주일 정도 걷기를 반복하자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도착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실제 거리는 그대로인데 상대적인 거리는 어느새 줄어들었던 모양이다.

사람 사이 거리도 마찬가지 같다. 호감이 가면서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글 쓰는 모임에서 만난 지인 한 명이 그랬다. 그녀는, 조용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것 같은 나를 차갑게 봤다고 했다. 나 역시 그녀가 지나치게 활발해보여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나와는 다른 그녀였기에 첫걸음을 떼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녀의 가게를 처음 가본 날, 그녀에게서 풍기던 유쾌함의 원천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사랑방 같은 그녀의 가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감해주는 그녀의 탁월한 능력이 사람들을 가게로 불러들인 것이다. 다양한 사람과 마주하려면 더 유쾌해지고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녀와 만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녀의 활달한 성격 너머 쉽게 상처받고 여린 심성이 있음을 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물론 시간만 흐른다고 가까워지진 않는다.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거리를 좁히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려면 그 길을 자주 걸어야 한다. 자주 걷다 보면 길은 익숙해지고 거리는 짧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가 내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 앞에 서 있는 듯 가까운 그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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