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때도 'IO 폐지' 흐지부지.. 대통령 초심 유지가 관건

2017. 6.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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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 시동]사찰 논란 IO, 이번엔 진짜 사라질까

[동아일보]

국정원장에 임명장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서훈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기에 앞서 서 국정원장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훈 신임 국가정보원장의 1일 취임 일성은 ‘국내정보 담당관제(IO·Intelligence Officer)’의 전면 폐지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원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정치 개입’ 논란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IO 폐지는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흐지부지됐다. ‘정보 수집 역량 약화’라는 국정원의 명분과 정권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서 신임 원장의 이번 조치도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서 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으면서 “바로 첫 번째 조치로 국내 정보관의 기관 출입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우리가 IO라 부르는…”이라고 말한 뒤 “다들 박수 한번 쳐줍시다”라고 했다. ‘개혁은 조금 아픔을 수반하는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서 원장은 “진통 못지않은 ‘개혁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감내하겠다”고 했다.

서 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국정원 내 부처, 기관, 단체, 언론 출입 담당관은 이날부로 모두 전면 폐지됐다”며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고, 규정과 질서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응분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국정원이 IO를 전면 폐지한다면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지속돼 온 국정원의 정보 수집 행태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국정원은 각 부처와 기관 등에 상시 출입 담당관을 두고 정보를 수집해 왔다. 국정원 고유 업무인 보안과 방첩 관련 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상 내부 정보 수집과 기관장 동향 파악 등이 이어지면서 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 정보는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과 기관장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정원이 IO를 폐지해도 부처나 기관의 정보 수집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은 정부의 각종 인사를 위해 신원 조회를 해야 하고 부처나 기관의 보안 점검도 한다”며 “사전 정보 없이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IO 폐지가 수시로 나왔으나 ‘도루묵’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5월 국정원은 조직 개편을 통해 국내정보 담당인 2차장 산하의 대공정책실을 폐지하고 국가 안보와 관련 없는 부처나 언론 등의 IO 상시 출입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05년 8월 노 전 대통령과 언론사 정치부장단 간담회에서 IO 출입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노 전 대통령은 “출입처를 없애라고 지시했는데 내가 확인을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1월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영향으로 국정원 직원의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상시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국정원 IO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IO는 국정원의 눈과 귀나 마찬가지”라며 “여러 차례 IO 폐지가 논의됐음에도 계속 활동을 해온 것은 기관을 출입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관건은 문 대통령이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정보 기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이버테러 등 국가안보 위협 요인이 국내외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권이 위기를 맞게 되면 국정원의 국내 정보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원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재명 egija@donga.com·문병기·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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