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미래는 믿고 노력하는 자의 것.. 행동해야 '초연결사회' 열린다

황온중 2017. 6. 1. 21: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3> 4차 산업혁명 추진전략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되고 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혁명을 제기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세상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을 변화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아직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변혁이라는 점이다. 이에 어떤 사람은 일어나지 않았고, 또한 불확실한 전망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오던 일을 해오던 방식으로 차근히 진행하면 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훗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컴퓨터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의 아류라고 결론지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래는 믿고 노력하는 자의 것

반도체산업에는 ‘무어의 법칙’이 유명하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인데,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에 발표한 것이다. 무어가 초기 반도체 기술의 발전을 관찰하다가 제시한 기술발전 예측모델이다. 그런데 그 후 이 예측모델은 전 세계 정보통신혁명을 가속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반도체 집적도를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시켰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상당히 엉성해 보이는 법칙이 실제로 효과를 보이게 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전 세계의 반도체와 컴퓨터 회사들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하지 않으면 경쟁 회사들이 18개월에 2배씩 발전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법칙에 따라 개발계획을 세웠고 그에 맞춰 열심히 개발했다. 그랬더니 실제로 예측했던 것이 현실이 됐다. 미래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니까 실제로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돼 최근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해 왔다.

그렇다. 미래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사람들의 소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이 정말로 일어날 것인가 아닐까 논쟁을 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루어질 것이고 노력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제조에 직결시키는 것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사이버 물리 시스템의 통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산업현장의 변화를 나타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어서 애매모호하다.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약간 다른 측면에서 네 가지 특징을 찾아보자.

첫째 특징은 ‘소비자 요구사항’을 생산공정에 직결시키는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는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곧 바로 생산공정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취향을 예측하기도 하지만, 더욱 직접적인 것은 판매현장에서 나타나는 소비패턴, 사후서비스(AS)센터에 접수되는 불만사항 등은 소중한 정보다. 이러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생산현장에 연결해 소비와 생산이 결합되게 한다.

둘째 특징은 ‘연결’이다. 기존에는 산업현장의 각 공정이 상당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예를 들어 기획 디자인 제조 홍보 판매 피드백 단계에서 일어나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았다. 실제로 오늘날 각 부서 사이의 칸막이가 높아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ICT는 각 부서의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연결해 준다.

셋째 특징은 ‘융합’이다. 순차적으로 일어나던 기존의 생산과정이 서로 연결돼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획 디자인 제조 홍보 판매 피드백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기획이 끝나야 디자인 단계로 가고, 디자인이 끝나야 제조에 들어간다. 그런데 정보통신(I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은 이것이 서로 연결돼 융합이 일어나게 해주고 있다.

넷째 특징은 ‘데이터 중심’의 생산공정이라 할 수 있다. 빅데이터, AI, IoT 기술에 의해 생산공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가공하고 각 공정에 명령을 내린다. 데이터 중심으로 생산공정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한국에 맞는 4차 산업혁명의 정의

이상 살펴본 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독일이나 미국의 이야기다. 각 나라는 능력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우리 처지에 맞게 새롭게 정의하고 우리의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나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데이터 중심으로 제조업을 재구성해 소비자 요구를 직접 제조에 결합시키는 제조+서비스업으로 확대발전 시키는 산업혁명’. 이와 같은 정의하에 우리가 추진해야 할 방향은 다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첫째, 제품 기획과 판매 사이클 단축이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제품의 제조공정에 빨리 전달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반영하는 사이클을 단축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서 판매장에서 수집되는 소비자의 소비패턴과 AS센터에 접수되는 불만사항이 제품 기획과 디자인에 반영되는 시간을 측정한다. 그리고 이것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 이것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AI, IoT가 함께 돌아가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현재 생산 중인 제품에 새로운 추가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지 연구한다. 사용 중인 제품의 운행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 이것은 제품의 주요 부품에 센서를 부착하고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GE, 벤츠 회사에서 자신들의 제품에 붙여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한민국 추진전략 3단계

4차 산업혁명 개념이 제시된 이후 우리는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우리의 처지에 맞게 정의한 내용에 맞게 추진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내가 제시하는 전략은 3단계로 돼 있는데, 각 단계는 약 2년씩 소요될 것이다. 1단계는 기업에서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제조에 직결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단계다. 이 소프트웨어는 빅데이터, AI, IoT기술이 융합된 플랫폼 형태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회사별로 일단 플랫폼을 만들어 실행해 본다. 이것은 과거 20년 전에 정부가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정보화촉진기금으로 인터넷 응용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장려했던 경험을 참고한 것이다.

2단계에서는 앞에서 제작된 기업별 플랫폼을 비교분석해 기업별, 산업별로 공통부분을 찾아서 표준화한다. 공통부분을 모아서 표준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회사별로 특색에 맞게 응용소프트웨어를 만든다. 3단계에서는 앞에서 만들어진 표준 플랫폼을 이용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홍보 보급한다. 이렇게 하면 산업과 기업별로 특색에 맞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이 전 산업에 보급될 것이다.

나는 여기서 제시하는 추진전략이 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처지에 맞는 추진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해 본 것이다. 문제는 우리도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