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답변은 잘 준비된 대본" 법조인들이 분석한 정유라 발언 의미

현일훈 입력 2017. 6. 1. 12:00 수정 2017. 6. 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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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특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딱히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는데 잘 모르겠다… 어머니한테 들은 것은 있다.” 덴마크에서 귀국한 최순실씨 딸 정유라(21)씨는 5월 31일 검찰청사로 이송되기 직전 기자들을 만나 여러 질문에 답했다. 삼성의 승마지원, 이화여대 특혜 의혹 등 거의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잘 모르겠다”“전공이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변 끝부분에 “어머니에게 들은 게 있다”“어머니가 (면접장에) 메달을 들고 가라고 했다”며 ‘엄마가 한 일’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어머니와 박 전 대통령님과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하나도 모르는데 일단 저는 좀 억울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정유라씨가 지난 5월 31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면에 정씨는 과거 ‘돈도 실력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에 대해선 “어린 마음에 썼던 거 같은데 정말 죄송하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조계에선 정씨 답변에 대해 “잘 준비된 대본에 따른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신일수 변호사는 1일 “법조인이 미리 조언을 해 준 냄새가 풀풀 난다. 도덕적 비난 사안(SNS 글 등)은 사실을 인정한 반면 형사처벌과 연결된 이대 비리나 삼성 지원 문제 등은 ‘모르쇠’로 잘 피해나갔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는 “100% 준비한 발언으로 연습을 많이 한 티가 났다. 자기가 손해보는 말 실수는 하지 않았다”며 “정씨가 중언부언하는 듯 했지만 메시지는 단 하나로 ‘나는 관계가 없다. 난 무죄다’ 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30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찍힌 정유라씨 모습
일부에선 정씨 발언에는 자신이 특혜의 수혜자임을 인정하면서도, 범죄의 고의성 및 범지 인지를 부정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많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이대에서 내 전공도 뭔지도 모른다’‘승마 지원도 6명 중 한 명으로만 어머니에게 들었다’는 답변을 예로 들며 “정씨 답변을 법률적으로 보면 ‘이대의 업무를 방해할 고의성이 없었다’‘삼성 특혜 지원도 자신은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자체를 잘 몰랐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가 연루된 혐의는 모두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다. 손동권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대 비리든 뇌물죄든 형사처벌 대상인데 정유라가 공범이 되려면 그걸 알고 가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정씨의 고의성과 불법행위 정황을 인식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삼성의 승마 지원이나 이대 입시 과정에서 정씨가 자신에 대한 특혜를 알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일부에선 모든 걸 엄마 최씨 탓으로 돌리면서 결국 ‘연좌제를 적용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씨가 최씨 모녀의 재산 국외 도피 의혹에 대해 “덴마크 법원에 갇힌 상태였다”고 하고, 변호사 비용 등 체류비가 어떻게 조달됐는지도 “모른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법리적으로 준비한 답변이란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정씨를 이날 오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정씨의 삼성 승마지원 관련 혐의는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서, 이외 사건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에서 맡고 있다.

전날 조사는 오후 5시30분부터 1일 새벽 1시40분까지 8시간가량 이어졌다. 체포 시한인 2일 오전 4시8분까지 정씨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인 검찰은 밤늦게까지 주요 혐의를 강도 높게 추궁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일훈ㆍ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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