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핵심 진술 번복.."삼성 합병 얘기 없었다"

장은지 기자 2017. 6. 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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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역대 최장 16시간 공방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최순실 측근이자 정유라 후견인이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번복했다. 정유라 승마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였던 진술이 번복되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당초 검찰수사에서 "최순실이 말의 소유권이 '삼성'으로 기재된 것을 보고 화가 나 '삼성도 내가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다'라고 혼자 말하는 것을 독일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위 진술은 삼성의 대가성 청탁을 입증하는 이 부회장 공판의 중요 진술 중 하나로 꼽혀왔다.

박씨의 측근인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역시 박씨로부터 위 발언을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최씨는 박씨에게 말 소유권 때문에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삼성 측에 전화를 하라고 길길이 뛰었다고 한다. 2015년 10월 당시 최씨가 그토록 화가 난 이유는 7억원대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 때문이었다. 삼성이 정유라에 '살시도'를 사주는 것으로 기대한 최씨가 말을 빌려타는 상황이 되자 '왜 말 여권에 소유주가 삼성이라고 돼있느냐'고 격노한 끝에 '삼성이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최씨로부터 이 말을 직접 들었다는 박씨는 이날 재판에서 진술을 뒤집었다. 그는 "당시 '삼성'이라는 단어나 '합친다'는 단어는 없었다"며 "합병이란 단어도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박씨는 삼성 측 변호인이 '확실히 합병이라는 단어를 들었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합병이란 단어는 없었다"며 "합친다는 말도 못들었지만 그런 뉘앙스는 있었고 은혜 앞에 무슨 단어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박씨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최씨의 말은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다'라는 것 뿐이다. 최씨가 삼성을 무엇을 어떻게 도와줬는지가 빠져있어 박씨의 불분명한 기억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은 '키맨'인 박원오가 증언대에 서면서 역대 최장인 16시간동안 진행됐다. 31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다음날 오전 2시6분에야 마무리됐다. 이날도 특검과 삼성 양측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이 비선실세임을 미리 알고 정유라에 대한 대가성 지원을 했는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인 2015년 7월25일 전에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영향력을 알고 대가성 청탁을 했는지가 핵심이지만, 이 부회장이 최씨를 인지하고 대통령 독대에서 대가성 청탁을 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차 독대때부터 최순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독일에 있는 최순실 측으로 승마지원을 위한 돈을 보낸 첫 시점은 2015년 9월14일이다.

특검은 "박원오의 진술은 단순히 기억에 의존한것이 아니라 객관적 물증에 기반해 매우 신빙성이 높다"며 "피고인들은 이미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1차 독대인 2014년 9월부터 정유라를 알았고 다만 정유라 출산과 겹치면서 본격적인 승마지원이 2차 독대인 2015년 7월25일 이후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진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당시 2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레이저' 눈빛을 받으며 승마지원이 미비하다는 질책을 들었고 이후 삼성은 부랴부랴 승마지원에 나섰다.

삼성 측 변호인은 "오늘 증언 중에는 박상진 대한승마협회장(삼성전자 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 전무를 만난 시점인 2015년 7월29일 이전에 삼성이 승마지원을 미리 계획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의 실체는 올림픽 승마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박원오의 욕심, 최순실이 딸 정유라 개인의 지원을 받으려는 욕심이 결합해 청와대를 움직여 삼성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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