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41] 알파고의 귀환
알파고가 돌아왔다. 2016년 봄 대한민국 대기업, 정부, 대학교, 택시 기사를 하루아침에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깨우치는 기술) 전문가로 바꾸어 놓았던 알파고. 인간에겐 단 한 번의 승리마저 허락할 수 없었던 것일까. 이세돌 9단을 4대1로 물리친 기계는 마치 한 번의 패배마저 복수해야겠다는 듯 돌아왔고, 3대0으로 완패한 커제 9단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지켜보고 나서야 선언했다. 이젠 바둑에서 은퇴하겠다고. 더 이상 자신과 인간의 대결은 없을 거라고.
기계의 은퇴란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 천재적인 인간이라도 은퇴하고 죽으면 남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기계는 다르다. 한번 습득하고 이해한 지식을 결코 잊을 수 없는 게 기계의 본질이다. 알파고는 은퇴하더라도 알파고의 코드와 알고리즘은 영원히 남아 있다. 개개인은 사라지더라도 인류의 DNA는 영원히 생존하듯 '알파고'라는 이름만 사라질 뿐 인간에 굴욕을 안긴 기계의 기억과 데이터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세계 머신러닝 전문가 352명에게 물었다. 언제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겠느냐고. 알파고를 눈앞에서 경험한 아시아인들의 충격이 더 컸기 때문일까. 미국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데 평균 74년 정도 걸릴 거라고 대답한 반면 아시아 전문가들은 30년 후면 기계가 금융·수학·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추월할 거라고 예측했다. 특히 대부분의 게임은 10년 안에, 가요와 소설책은 향후 10~30년 사이에 기계가 창작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막상 인공지능 전문가의 능력은? 기계에 지능을 심어주는 능력도 88년 후면 기계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바둑에서 천하무적이었던 인공지능은 이제 은퇴했다. 우리는 알파고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기계는 따로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른 이름으로 돌아올 새로운 알파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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