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인권 경찰'..인권위, 5년간 인권침해 권고 141건

임종명 2017. 5. 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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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권 경찰' 주문에 경찰 대책 마련 분주
인권위, 최근 5년 개선 및 시정조치 141건 권고
경찰, 141건 중 수용 95건 그쳐…수용률 67%
"시민들이 경찰 감시하는 옴부즈맨 제도 도입 필요"
"자치 경찰제 시행·경찰 노조나 직장협의체 설립해야"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경찰이 새 정부 기조에 따라 차벽·살수차 설치 원칙 배제, 채증 기준 개정 등 잇따라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인권 경찰'로의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 중 하나가 경찰 내에서 인권침해적 요소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인권 경찰'로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경찰청 수사, 경비, 생활안전, 감사 등 각 기능이 모여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에서 고안한 각종 대책이 연이어 공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통계나 사례들을 살펴보면 단기간에 변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경찰의 수사관행이나 업무 태도면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가 드러나는 사건들이 꾸준히 지적됐다.

뉴시스가 인권위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권위가 경찰을 상대로 인권침해 등 개선 및 시정조치를 권고한 사례는 총 141건이다.

경찰이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지적받는 사례는 대표적으로 ▲피의자 상대 욕설 등 폭언 및 폭행 ▲수갑오·남용 ▲수사과정에서의 직권남용·가혹행위 ▲경찰장구 과잉 사용 ▲집회·시위 현장에서 차벽 등 설치에 따른 '표현의 자유' 과도한 제한 등이다.

지난 27일 경찰이 일반 시민을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오인, 체포과정에서 시민의 얼굴과 팔 등을 가격한 사건도 한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지인들과 인근에서 술을 마셨던 A씨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경찰을 납치범으로 오해하고 도망쳤다. 반면 경찰은 도주하는 A씨를 범인으로 오인, 제압에 나서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폭행을 가했다. 결국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의 무고함이 밝혀졌고 50분 만에 풀려났다.

2015년 12월 일선서 경찰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지명수배자 B씨를 체포해 검찰에 인계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범죄 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으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거부권리 등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는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B씨의 신체 일부를 가격, 강압적으로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는 진정도 접수된 바 있다.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12년 9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술에 취한 C씨를 수갑을 채워 체포했다. 이 경찰관은 이후 C씨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은 상태로 경찰서에 방치했으며 대기 과정에서 경찰 모자로 C씨의 얼굴을 때리고 이에 C씨가 항의하자 얼굴, 팔, 손가락을 심하게 구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들 진정 사건에 대해 해당 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 등을 권고했다.

이러한 인권위 권고 141건 중 경찰이 온전히 수용한 것은 95건(67.3%)에 그친다. 일부만 수용한 경우는 26건(18.4%)이다. 10건은 불수용, 나머지 10건은 검토중인 상태다. 인권위 권고 10건 중 3~4건에 대해 수용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수용한 셈이다.

경찰에 접수된 수사 이의신청 건수가 많다는 점도 인권 친화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근거 중 하나로 꼽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각 지방경찰청에 접수된 수사 이의 신청건수는 총 3906건이다. 이중 157건은 과오가 인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 1231건, 2013년 1335건, 지난해 1340건으로 증가세를 보였고 과오를 인정한 건수도 2012년 48건, 2013년 49건, 지난해 6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접수된 이의 사유로는 수사결과 불만이 19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편파수사(1218건), 처리지연(110건) 순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지금까지와 다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경찰의 물리력 행사는 국민의 인권침해 요소가 큰 부분이기 때문에 조직 내부적인 대응방침 강화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며 "용의자를 제압 중이었더라도 얼굴 등을 직접 가격하는 행위 등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인권, 체포기법 등 관련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현행 강의 방식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에 다른 맞춤형 교육, 피해자 입장을 느낄 수 있는 역할극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시민·인권단체들이 경찰 조직을 감시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 도입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권 친화적인 경찰로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검찰 조직에 권한이 집중돼있다보니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갔을 때 어떠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경찰 수사를 받은 시민이 검찰에서 또 수사를 받아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지적해 경찰 수사권 독립 그 자체가 인권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 방점을 뒀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인권 경찰'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치 경찰제 시행과 경찰 노조 또는 직장협의체 마련 등이 필요하다"며 "교육감 직선제처럼 시민들이 지방경찰청장을 직접 뽑으면 경찰들도 일선 현장에서 시민들의 인권 보호부분을 가벼이 여길 수 없을 것이고 노조 및 직장협의체를 통해 조직 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잘못된 지시, 정책에 따른 시민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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