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자리 있었던 죄? .. 줄줄이 인사 물먹은 '미전실' 출신

신은진 기자 2017. 5. 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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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래전략실(미전실)은 없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별로 이달 중순부터 보름 정도 걸쳐 진행된 삼성그룹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의 주요 키워드로 '연구개발(R&D) 인력 중심의 최소 규모 승진'과 함께 '미전실의 몰락'을 꼽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미전실이 해체될 때 최지성 실장(부회장)·장충기 실차장(사장)을 포함한 미전실 팀장(사장급)은 모두 퇴사했습니다. 나머지 60여 명의 임원은 모두 계열사로 발령 났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들이 곧 주요 보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임원인사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전실 전략팀에서 전자계열사 총괄·비(非)전자 계열사 총괄·관재(管財)를 각각 담당했던 3명의 부사장이 모두 안식년에 들어갔습니다. 또 다른 팀의 2인자는 비주력 계열사로 발령 나는 등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인사에서 '물'을 먹었습니다. 임원 승진자 명단(신규 임원 제외)에서 미전실 출신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미전실 임직원들은 각 계열사에서 뽑혀 온 최우수 인력이기 때문에 연봉의 50%에 달하는 특별성과급에다 남들보다 1~2년 빠른 승진 혜택을 받았습니다. 출세 가도를 보장했던 '실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졸지에 주홍글씨가 돼버린 것이죠.

이런 인사의 배경에는 미전실 해체가 공약(空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에다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금의 '삼성 신화'를 만든 미전실과 그 핵심인력들이 모두 '적폐'나 '폐족(廢族)'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다소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에서조차 미전실 해체가 발표된 후인 지난 2월 "그룹이 존재하는 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불가결하다. 컨트롤타워를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미전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전실이 담당했던 순기능과 법 테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미전실 인력들까지 역사 속으로 보낼 이유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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