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든든한 중국계 보험사들, 한국서 '몸집 불리기'

중국계가 인수한 동양·알리안츠

대주주의 든든한 자금력 내세워

고금리 저축성 보험 집중 공략

국내 업체들은 체질 개선에 주력

새 회계기준으로 부채급증 우려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

보험 시장에도 차이나머니

중국계 보험사가 인수한 동양생명·알리안츠생명 등이 든든한 중국 대주주를 뒷배 삼아 국내시장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토종 생명보험사들이 신지급여력제도, IFRS17 도입 등으로 인한 부채 급증을 우려해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등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동안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생명보험업계 10위권인 안방생명보험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다. 안방생명보험의 모회사인 중국안방보험은 중국 보험업계 3위로 2004년 자동차 보험사로 출발해 여러 보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동양생명 올해 초회 보험료 업계 2위

자산 규모로 국내 생명보험업계 각각 8위, 11위 규모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작년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동양생명이 올해 1~2월 받은 초회 보험료는 3356억9600만원에 달한다. 삼성생명(3430억8500만원)에 이어 국내 생명보험사 중 2위다. 알리안츠생명도 같은 기간 초회 보험료 1591억5800만원으로 업계 5위를 기록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부터 저축성 보험을 적극적으로 팔면서 급격히 '체급'을 불려왔다. 지난해 동양생명이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초회 수입료는 2조3477억원에 달한다. 전체 생명보험업계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알리안츠생명도 올 들어 고금리 저축성 보험 판매에 돌입했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토종 보험사들이 금리 부담이 큰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는 것과 반대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 경우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부채가 크게 늘어난다.

◇안방보험의 든든한 자금력이 배후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역공' 배후에는 안방보험의 자금력이 있다. 대주주가 자금력이 든든한 안방보험으로 바뀐 이후 회사 전략을 '생존 우선'에서 '성장 우선'으로 바꾼 것이다. 안방보험은 2015년 9월 동양생명을 1조1300억원에 인수한 뒤 올해 초 5283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작년 12월에는 알리안츠생명을 단돈 35억원에 인수한 뒤 2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 판매 증가로 부채가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고객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작년 2.7%, 올해 2.1%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최저 보증 이율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에게도 이익"이라고 했다. 수년 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합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자산 기준 업계 5위 규모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계 보험, 국내 생명보험 시장 '메기' 되나

전문가들은 중국계 보험회사가 국내 생명보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험연구원 조영현 연구위원은 'M&A에 의한 생명보험산업의 소유 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계 금융회사가 미국·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면서 수익을 다각화하고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며 '한국 시장 진출도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슈테크(보험에 핀테크를 접목), 온라인·모바일에 강한 중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보험사들이 본토 온라인 보험산업에 적극 뛰어드는 자국 IT 기업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면서 '양(量)'과 '질(質)' 모두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생명보험사의 온라인 채널 수입 보험료는 2014년 353억위안에서 2015년 1466억위안으로 급성장했다. 손해보험사 온라인 채널 수입 보험료도 같은 기간 동안 506억위안에서 768억위안으로 늘었다.

2013년 설립 이후 보험 상품을 약 50억건 판매한 중안(衆安)보험은 중국 인슈테크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가 인터넷·게임 서비스 기업 '텐센트', 평안보험회사와 함께 설립한 대륙 최초 온라인 손해보험사로 2015년과 2016년 연속 세계적인 컨설팅사 KPMG가 꼽은 100대 세계 핀테크 기업 중 5위 안에 꼽혔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중국은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험사에 전송하면 소액 청구의 경우 알리페이로 바로 보험금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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