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갈등 '쿠팡맨'.. 청와대 찾아간 이유는

성호철 기자 2017. 5. 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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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76명 "대량 부당 해고… 회사가 단톡방까지 감시" 탄원서

쿠팡측 "정상적 계약 해지… 비정규직 이슈에 편승한 집단 행동"

업계 "정직원 채용 등 공헌했지만 인건비 부담에 적자 눈덩이"

쿠팡사태대책위원회 소속 강병준씨가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국민인수위원회 접수처에 전·현직 쿠팡맨 76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전·현직 쿠팡맨(쿠팡 자체 배송 인력) 76명이 30일 서울 광화문 청와대 국민인수위원회에 '비정규직 대량 해직 사태 탄원서'를 제출했다. 온라인 쇼핑 기업 쿠팡에서 상품 배달을 담당하는 이들은 최근 쿠팡 사태 대책 위원회를 만들고 "쿠팡이 부당한 사유로 쿠팡맨을 회사에서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인수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정책 제안을 직접 듣기 위해 만든 소통 통로다. 쿠팡 측은 직원들의 탄원서에 곤혹스러워하며 "탄원서 내용이 상당 부분 허위이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쿠팡은 3년 전 택배 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하며 '직원 고용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기업이다. 하도급 계약을 맺고 상품 배송 한 건에 수수료로 700~800원씩 택배 기사에게 주는 다른 유통 기업과 달리, 택배 기사들을 자사 직원(쿠팡맨)으로 채용한 것이다. 고용 인원만 36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초 일부 쿠팡맨이 회사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한 데 이어 청와대에 탄원서까지 제출하면서, 쿠팡의 비정규직 배달 사원 정규직 채용 시도는 사실상 좌초 위기를 겪게 됐다.

◇쿠팡맨 비정규직 일부, 집단행동으로 사측 압박

쿠팡대책위를 대표해 탄원서를 낸 강병준씨는 30일 본지 통화에서 "회사가 비정규직 직원의 계약 해지를 일삼고 있다"며 "계약직 입사 때 2년 근무를 약속해놓고 6개월 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창원시에서 11개월 동안 쿠팡맨 비정규직으로 일해왔다. 그는 "성실했던 동료가 과속 딱지를 한 번 받자, 곧바로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3개월 동안 계약직 쿠팡맨 218명을 계약 해지했고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10.4개월이었다. 강씨는 "지난달 쿠팡맨 단체 카톡방에 회사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을 썼다가 대기 발령 당했다"며 "회사가 단톡방에서 개인들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계약 해지인데도 일부 직원이 최근 비정규직 이슈에 편승해 일방적인 해고라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쿠팡맨 3600명 가운데 정규직은 1200명, 비정규직은 2400명이다. 비정규직은 6개월마다 심사를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 해지된다. 쿠팡 관계자는 "자발적 퇴사를 제외하면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율은 평균 70% 수준"이라며 "일을 제대로 하는 직원들을 골라 정규직 전환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택배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곳은 쿠팡밖에 없고 연봉도 3000만원이 넘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매년 수천억씩 적자 나는 쿠팡… 직원들은 인력 감축 우려

쿠팡맨들이 동요하는 배경에는 회사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조만간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 한 정규직 쿠팡맨은 "주5일제에 연봉 3600만원 정도를 받아 다른 택배 기사보다 훨씬 대우가 좋다"면서 "회사 적자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구조 조정할까 봐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3년간 1조2000억원 누적 적자를 냈다. 여기에는 연간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쿠팡맨 인건비가 큰 부담 요소 중 하나다. 다른 온라인 쇼핑 업체처럼 외부 택배 업체에 맡기면 400억~500억원 정도에 배달할 수 있다. 적자가 쌓이자 지난달에는 쿠팡맨 제도 도입을 담당했던 헨리 로 수석 부사장이 퇴사했다. 쿠팡 측은 "해임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는 "쿠팡맨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말이 팽배하다.

쿠팡 측은 "현재 쿠팡맨 고용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복지 후생과 급여를 깎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는 쿠팡이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악덕 기업이라서 배달을 외부에 맡기는 게 아니다"며 "현재 수익 구조로는 배달 인력의 정규직 채용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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