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에 정치인 대거 기용한 새 정부의 '5가지 포석'

김회경 2017. 5.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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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김부겸, 문체 도종환, 국토 김현미, 해수 김영춘 장관 후보자 지명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김부겸(59),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도종환(63),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김현미(55),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춘(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새 정부 내각에 정치인을 대거 기용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처리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자마자 곧바로 ‘현역의원 입각’ 카드를 제시한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문 대통령은 당초 31일 이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절차를 마친 뒤 신임총리의 임명제청을 바탕으로 후속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서둘러 인선을 단행한 셈인데, 정치인 대거 기용의 미묘한 시점 때문에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①청문회 통과 최적의 카드

청와대는 이 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둘러싸고 야당들과 갈등을 겪은 상황에서 국회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추가 인선을 이어갈 수 있는 카드로 현역의원 입각을 선택했다. 이제껏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현역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안전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역의원은 선거를 통해 일차적인 검증을 거친 데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의원들이 청문위원으로 나서기 때문에 관료와 외부 전문가 출신 후보자에 비해 청문회 분위기가 우호적이다. 게다가 이번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확인됐듯이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선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청문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처리를 두고 한 바탕 홍역을 겪은 직후라서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인사는 국무총리 인사와 무관하게 지난주 목요일에 예정됐던 것”이라고 부인했다.

②인사검증 정국 돌파 포석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정공백인 상황에서 6월 국회 안에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발표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가 송부된 이후 20일 이내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때문에 내달 27일에 끝나는 6월 국회 기간을 감안할 때 늦어도 내주 초까진 인선 발표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에게 집중된 야권의 검증 공세를 분산시키려는 포석 또한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의 양해로 겨우 인선의 숨통이 트인 상황에서 더 이상 야당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인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 또한 새 정부와 문 대통령의 속내를 모를 리 없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세운 5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인선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회의원 출신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의도는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하고 강 후보자와 김 내정자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경우, 정치인 기용의 다목적 포석 가운데 일부는 빛이 바랠 수도 있다.

③지역ㆍ계파 탕평 강조

이날 발표된 인사 중 도 후보자를 제외한 김부겸ㆍ김영춘ㆍ김현미 후보자는 당내 비문진영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앞서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직책에는 외부 영입 인사들을 기용하고, 측근들은 대통령 주변을 보좌하는 직책에 기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부겸 후보자와 김영춘 후보자는 특히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ㆍ경북(TK)과 부산 출신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김현미 후보자와 도종환 후보자는 각각 전북, 충북 출신이다. 앞서 발표된 청와대 인선에서 호남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에 비해 현역의원 발탁에선 영남 인사들과 호남 중에서도 전북 출신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역 안배뿐만 아니라 여성의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내각의 30%를 여성을 임명하겠다는 공약 차원에서 그간 여성 장관을 배출하지 못했던 국토부에 김현미 후보자를 배치하는 파격 인선을 단행했다.

④상임위 전문성도 최대한 고려

문 대통령은 현역의원들을 기용하면서도 전문성 논란을 감안해 상임위 활동 등을 최대한 고려해 해당 부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부겸 후보자의 경우 ‘지역주의 극복’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국민통합 등을 염두에 두고 행자부 장관에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김 후보자는 분권과 자치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고 치켜 세웠다.

시인 출신의 도종환 후보자를 문화체육부 수장에 앉힌 것 또한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문화적 통찰력과 국회 교문위 의정 경험을 갖춘 도 후보자는 다른 부처보다 시급한 숙제가 많은 문화부 장관직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이자 국내 최대의 해운도시인 부산 출신인 김영춘 후보자 또한 위기의 해운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현미 후보자는 의정활동 중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활동 경력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여성 의원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교통정책과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살펴본 경험 등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김현미 후보자를 겨냥해 “오늘 발표된 후보자들 중에는 해당 분야 국회 상임위원회 경력조차 없는 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⑤관료사회 개혁 의지

현역의원 입각은 각 부처의 주요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관료사회 개혁과 공직사회의 분위기 변화를 위해 정치인 출신 장관의 입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꾸준히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부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을 기용해 정권 교체기간 기강이 느슨해진 부처를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해당 부처에서도 중량감 있는 현역의원이 수장이 될 경우 향후 업무 추진에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치인 출신 입각 후보자들 또한 개혁의 의지가 강하다. 도종환 후보자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거치면서 조직 전반이 무너진 문화부를 재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영춘 후보자 또한 세월호 사태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현미 후보자는 4대강 사업 재조사 방침을 언급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mailto: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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