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형 MBA, 재도약 노린다

입력 2017. 5. 30. 18:10 수정 2017. 5. 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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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 2017 MBA 평가]
직장인 위한 주말 강좌 확대…시대 흐름 맞춰 커리큘럼 개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전 세계적으로 경영전문대학원(MBA)의 인기가 주춤한 가운데 ‘한국형 MBA’도 위기에 직면했다.

요즘 각 대학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한창이다. 주말반 형식의 파트타임 MBA를 점차 확대하는가 하면 이른바 ‘뜨는 산업’ 위주로 커리큘럼을 전면 개편한 곳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정부 정책이 MBA 운영에 다소 유리하게 바뀌면서 다시 한 번 한국형 MBA의 부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MBA 관심도 예전만 못해

MBA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각지에서 지원자가 몰리던 명문 MBA들도 경쟁률이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베스트 MBA’를 발표했다. 그런데 상위 15곳의 지원 경쟁률은 평균 10 대 1로, 5년 전 17 대 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경비즈니스가 교육부가 제공하는 ‘대학 알리미’를 통해 집계한 결과 MBA 지원자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4년만 해도 한국형 MBA 13개 학교(카이스트 제외)의 총 지원자는 4425명에 달했다. 하지난 지난해에는 3708명으로 집계돼 2년 전에 비해 16% 정도 지원자가 감소했다.

이처럼 MBA에 대한 관심이 줄자 2007년부터 매년 한국형 MBA 신입생 모집 및 운영 현황을 해당 대학에서 받아 발표해 왔던 교육부도 방침을 바꿨다.

2015년 통계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전문대학원들도 많고 MBA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만 못한 만큼 굳이 MBA의 신입생 및 운영 현황 통계를 낼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MBA 학위가 더 이상 고액 연봉이나 승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선호도도 다소 변화했다. 통합적 지식과 덕목을 교육하는 MBA보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 석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MBA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MBA에 적용되던 규제를 철폐한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대학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교과목의 3분의 2 이상이 평일 오후 7시 이전에 종료되도록 제한한 규정을 없앤 것이다.

한국형 MBA는 주간에 수업을 진행하는 ‘풀타임’과 야간이나 주말에 수업하는 ‘파트타임’ 과정으로 구분된다.

풀타임 과정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거나 휴직한 이들이, 파트타임 과정은 회사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수강한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재직자들이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면서 다니기가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국내 MBA도 이런 흐름에 편승해 재직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풀타임 과정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한국형 MBA 시장이 파트타임 쪽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우선 중앙대 MBA는 야간·주말 MBA 과정인 ‘CAU 리더 MBA’ 과정을 개설해 운영해 왔는데 올해부터 주말(토요일)에만 수업에 참여해도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주말과 평일 야간 수업을 함께 들어야 학위 취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 1학기부터 이같이 방침을 변경했다”고 했다. 평일 야간에 수업을 듣기 어려운 직장인들도 주말을 이용해 학위 취득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4차 산업 겨냥한 과정도 개설

수업 일정은 다소 빡빡한 편이다.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강해야 한다. 다만 방학 때 학점 인정 해외 연수가 있어 이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수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화여대 MBA 역시 주말 강좌를 대폭 확대했다. ‘여성의 일과 학업의 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이화여대 빅데이터 MBA 과정은 주말과 온라인 수업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사진) 이화여대 MBA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다른 과정도 주중 등교를 최소화해 직장인들이 무리 없이 MBA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봄과 가을학기에 각각 2개의 미니 학기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다양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생존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산업 발전 가능성과 수요에 발맞춰 전문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숙명여대 MBA다. 숙명여대는 2015년까지 서비스 인재 양성을 위한 ‘호스피탤리티 MBA’를 운영하다가 지난해부터 이를 ‘헬스케어 MBA’로 전환했다. 화장품·제약·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이끌어 갈 글로벌 리더 양성이 목표다.

해당 분야들은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발전 가능성이 주목받는 업종들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채용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스트 MBA도 4차 산업혁명 변화의 물결 속에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핀테크 등 첨단 정보기술과 연관된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춘 MBA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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