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매점·병원까지..정규직 요구 '봇물'

전지현,신찬옥,임성현,황순민,양연호 2017. 5. 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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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非학생 조교' 이어 의료·통신 업종까지 확대
통신·대형병원 간접고용 직원들 "우리도 정규직으로"
서울대의 학내 매점, 식당, 기념품 가게 등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반직 임금 체계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10여 일간 파업을 벌인 서울대 비학생 조교 노조가 '준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과 정규직(8급) 대비 88% 임금을 보장받자 또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커진 것이다. 서울대병원도 다음달 노사 교섭에서 1200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요구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에 이어 LG유플러스 하도급업체 소속인 서비스 기사 2500명 중 상당수도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시작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대학가는 물론 산업계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30일 서울대와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등에 따르면 대학노조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과의 임금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29일 1차 조정에서 견해차가 커 남은 두 차례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판매 직원들의 집단파업 등 극한 사태가 예상된다.

대학노조는 임금협상에서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단일호봉제 도입과 임금 총액 18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또 직원의 70%를 일반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무기계약직에게도 정규직 임금 체계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생협 내 기간제 비정규직은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사실상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뜻이다. 대학노조 관계자는 "생협은 정규직의 임금도 굉장히 낮은 국내 대표적 '열정페이' 사업장"이라면서 "무기계약직과 일반직 간 임금 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생협은 학내 매점, 식당, 기념품 가게 등으로 현재 2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정규직 105명을 제외한 160여 명이 기간제 비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이다. 숫자 자체는 많지 않지만 문제는 '도미노 효과'다. 이들 외에도 서울대 내에는 각종 연구소 내 석·박사급 인력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비정규직 교수에 속하는 시간제 강사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공립대학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60% 직원들이 비정규직에 속하기 때문이다. 범위를 국공립대에서 사립대학으로 넓히고 조교가 아닌 시간강사, 비정규직 교수, 직원 및 연구원까지 포함할 경우 숫자는 수만 명으로 늘어난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7~8년째 등록금이 인상 동결돼 재정적 압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노조 요구대로 모두 정규직 대우를 해주다가는 파산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공립대뿐만이 아니다. 사립대인 고려대에서도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두고 대학노조와 학교 측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 직원노조는 학교 측에 현재 신규 직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대 등 대학가에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요구 파도가 거세게 고개를 들고 있는 곳은 병원을 비롯한 의료 부문이다.

 현장 인력이 중요한 의료계는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벌써 노조와 협회를 중심으로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보건의료 분야가 위험한 업무도 있고 환자를 직접 돌보는 직종인 데다 상시적이고 일상적으로 필요한 인력임에도 10개월마다 재계약을 강요받는 등 고용 환경이 불안한 것은 문제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일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현재 서울대병원에 직접고용, 간접고용, 무기계약직 형태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이 1200명이 넘는다"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현재 교섭 중이고, 다음달부터 시작될 서울대병원 노사 교섭에서도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에서도 SK브로드밴드에서 촉발된 하도급업체 정규직화 문제가 업계 전반으로 옮겨붙었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5200명의 서비스 기사를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고용하는 형태로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다른 통신사 비정규직들의 요구도 한 단계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별도 자회사에서 직접고용하고 있는 SK텔레콤,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2500명의 서비스 기사들을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통해 고용하고 있다. 이 중 800~900명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모든 협력사 서비스 기사들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조는 SK브로드밴드와 마찬가지로 별도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화 공약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직접고용을 압박하고 있다. 가뜩이나 자금력이 열악한 케이블업계는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현재 40여 개 협력업체에 16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티브로드는 1400여 명, 딜라이브는 19개 협력사에 1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대부분 정규직이지만 이참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롯데그룹을 비롯해 이마트 계열 편의점 체인 '위드미' 등이 속속 정규직 전환 대열에 합류 중이다. 최근 그룹 측은 사드 문제 등 대외적 요인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그룹 9개 상장사의 비정규직은 3251명으로 전체(4만8548명)의 6.7% 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상장사와 정규직 대비 저임금을 받는 일부 무기계약직을 포함하면 처우 개선 대상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이마트 측은 우수 가맹 경영주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점포 운영 관리 노하우를 본사 직원 및 가맹 경영주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문재인 점퍼'로 유명해진 아웃도어 전문기업 블랙야크는 최근 직접고용 중이던 비정규직원 1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기능직에 종사해왔으며 물류 담당 직원 및 판매사원 등도 포함됐다.

[전지현 기자 / 신찬옥 기자 / 임성현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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