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국가채무 60%, 혈세로 갚아야한다

김현주 2017. 5. 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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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계부채는 급증을 넘어 폭증했지만, 이를 상환할 능력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80%에 육박하고 있지만, 최근 4년간 빚 증가 규모는 소득의 2.7배 수준이다.

30일 한국은행과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등에 따르면 한은 자금순환동향 통계의 가계부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는 지난해 말 1565조81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보다 10.0% 증가한 규모다.

한은 국민계정의 개인순처분가능소득(가계소득)은 지난해 875조3659억원으로, 전년보다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 빚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78.9%로 전년보다 10%포인트 급등했다.

제 의원은 "지난해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사상 최고치로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계부채 비율은 2005년부터 12년째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계부채는 410조8485억원, 가계소득은 151조138억원 각각 늘어나 부채 증가 규모가 소득의 2.7배에 달했다"며 "이는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가계부채 410조원 가량 늘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국가 간 가계부채 수준과 상환 능력을 비교할 때 자금순환동향 통계의 가계부채와 국민계정의 개인순처분가능소득을 활용한다.

가계부채는 2012년 말 1154조9615억원이었고, 같은 해 말 가계소득은 724조3521억원이었다. 또 경제 규모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95.6%까지 증가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5%를 넘었다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최종 생산물을 팔아 가계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보다 높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로, 미국(79.4%), 유로존(58.7%), 일본(62.2%), 영국(87.6%)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규제 보다는 소득 증가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할 적자성 국가채무 400조원 육박

이런 가운데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자신의 빚은 물론, 나라 빚의 멍에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지난해보다 45조원(7.1%) 늘어난 68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는 397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9조6000억원(8.0%) 늘어나고, 금융성 채무는 285조2000억원으로 15조4000억원(5.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의 비중은 올해 58.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시 말해, 나라 빚 중 60% 정도를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국가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구분된다. 금융성 채무는 융자금이나 외화자산 등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어 상환을 위해 별도의 재원 조성이 필요하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 국가채무 더 빠르게 증가할 듯

하지만 문제는 적자성 채무다. 이는 대응 자산이 없어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대가 상환하지 못하면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적자성 채무의 증가 속도는 전체 국가채무보다 빠르다. 2011년 206조9000억원이었던 적자성 채무가 올해 400조원에 근접하게 되면 6년간 92.1% 정도 늘어난다.

이에 비해 전체 국가채무는 2011년 420조5000억원에서 올해 682조7000억원으로 6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국가채무 증가 속도보다 적자성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면, 전체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 비중이 커져 국민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 국가채무는 793조5000억원, 적자성 채무는 471조8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나고 적자성 채무 비중은 59.5%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적자성 채무는 정부가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렸는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세수가 증가하지 않거나, 복지를 위한 재정 수요가 세수보다 빨리 늘어날 경우 증가한다.

연금과 기금의 손실 보전도 적자성 채무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2년간 정부의 세입이 좋았지만 세수 호조세가 지속될지 불분명하고,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복지 수요가 빠른 고령화 때문에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적자성 국가채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누군 대출받을 줄 몰라 집 안 산 줄 아냐"

그렇다면 시민들은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직장인 김모(38)씨는 "국민 소득을 높여 소비를 유도해 내수경기를 살려야 하는데, 국가에서 국민을 담보로 해서 빚 내어가며 돈 풀어 부동산만 부양시키니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빚은 더욱더 불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는 늘어나는 데 반해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다.

주부 이모(41)씨는 "한번 늘어난 지출은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 특히 애들 교육비는 더더욱 줄이기 어렵다"며 "내야 할 세금은 많고, 경기는 좋지 않으며, 대출이자는 늘어나니 서민 입장에선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박모(50)씨는 "가계부채는 가계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을 그간 정부가 보호 및 방조해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누구는 대출받을 줄 몰라 집 안 산 줄 아냐. 빚지기 싫어 전월세로 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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