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힘센 여자 다이애나 슈퍼히어로 각성기

[리뷰] 원더우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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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에 대한 기대는 컸다. 최초 여성 슈퍼히어로 솔로무비. 슈퍼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정한 여전사. 남자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득실대는 요즘인지라, '원더우먼'에 대한 관심은 넘쳤다. 적어도 세상의 절반은 기대했다.

29일 '원더우먼'이 한국에서 첫 선을 보였다. 기자 시사회에는,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도 몰렸다. 6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극장가에서 '원더우먼'이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 미리 짚기 위해서였다.


원더우먼은 슈퍼맨, 배트맨과 더불어 DC코믹스의 대표 슈퍼히어로다. 일찍이 TV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다. 중년들에겐 "하늘에서 나타났나 원더우먼, 땅에서 솟아났나 원더우먼"이란 노래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 불렸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절반의 성공을 이끈 건 원더우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지도에선 여느 여성 슈퍼히어로와는 격이 다르다.

'원더우먼'은 그 원더우먼의 탄생부터 세상에 나오기까지를 그린다. 데미스키라 왕국. 이곳은 제우스가 전쟁의 신 아레스를 간신히 이긴 뒤 아마존들을 위한 은신처로 마련한 낙원이다. 이곳에서 아마조네스들은 언젠가 다시 세상을 전쟁으로 뒤덮을 아레스를 막기 위해 연일 훈련을 한다.

데미스키라의 유일한 아이 다이애나(갤 가돗). 히폴리타 여왕(코니 닐슨)이 진흙을 빚어 형상을 만든 뒤 제우스에게 빌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히폴리타 여왕은 다이애나가 맞닥뜨릴 가혹한 운명을 염려해 훈련을 금지시킨다. 반면 아마존 최고 전사인 안티오페 장군(로빈 라이트)은 다이애나를 최강의 전사로 키워야 한다고 믿는다. 누구보다 최강의 전사이고 싶었던 다이애나는 결국 안티오페에 의해 아마존 최고 전사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안개로 외부에 가려진 데미스키라 왕국에 비행기가 떨어진다. 독일군에 쫓기던 미군 스파이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이 추락한 것. 다이애나는 그를 구하지만, 독일군이 그를 쫓아 데미스키라로 들어온다. 아마존 군단은 독일군을 무찌른다. 다이애나는 스티브를 통해 밖의 세상이 1차 세계대전의 전화로 휩싸인 걸 알게 된다. 전쟁이 아레스의 짓이라고 믿는 다이애나는 여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와 함께 밖의 세상으로 나간다. 스티브는 독일의 신무기인 독가스를 막으려 하고, 다이애나는 그와 동행해 아레스를 찾아 나선다.

'원더우먼'은 장점과 한계가 명확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사람과 사랑을 책으로 배운 힘센 여자 다이애나가,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인간을 알아가고 진정한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이야기다. 마블 영화세계 출발이 '캡틴 아메리카'였다면 DC영화세계 출발은 '원더우먼'이라 할 만 하다.

배트맨이나 슈퍼맨이나, DC슈퍼히어로들이 신화의 서사가 분명한 것처럼, 원더우먼도 그리스 신화에 뿌리를 뒀다. 세상을 구할 신화적 존재의 탄생부터 각성까지, 그 시작은 분명하다. 인간의 선과 악을 묻는 DC 특유의 묵직한 질문도 빠지지 않다. 그렇다고 어둡지만도 않다. 순박한 섬처녀가 세상 물정 알아가는 과정을 제법 코믹하게 그렸다.

원더우먼의 핵심은 단연 갤 가돗이다. 이스라엘 여군 출신답게, 액션은 강렬하다. 우아한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여신 같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욕망을 숨기지 않았던 로빈 라이트가 그려낸 아마존 최강 장군의 위용도 볼 만하다. 독일군을 무찌르는 초반 아마존 군단의 액션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더우먼'은 스스로 쌓아 올린 많은 것들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슬로우로 멋지게 꾸미려 한 원더우먼 액션들은, 슬로우의 남발로 슬로우하다. 세상을 구하는 여전사로 성장한 다이애나를, 굳이 할리우드 공식에 맞춰 사랑 타령을 하게 만들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 '원더우먼'에 페미니즘 요소를 담겠다고 했다.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여전사를, 여성 히어로를, 여신을, 구태여 사랑에 막 눈을 뜬 순박한 처녀로 전락시켜야 했을지, 아쉬움이 크다. 반전도 구태의연하다. 최강 악당이라는 아레스의 끊임없는 설명은 구차하다.

'원더우먼'도 '배트맨 대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퀘어'처럼 DC영화의 저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5월31일 개봉. 12세 관람가.

추신. 쿠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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