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두 번 뼈아파 본 신태용, 얼음처럼 임한다
(천안=뉴스1) 임성일 기자 = 신태용 감독은 절대로 2016년 1월31일을 잊을 수가 없다.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일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렸던 날이다.
당시 대회는 그해 여름에 열리는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했는데, 3위까지 본선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이었다.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한일전'이라 이야기가 달랐다. 당시 신 감독은 "밖에서 볼 때는 편안한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한일전이다. 나부터 긴장이 된다"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그날 한국은 전반 20분 권창훈의 선제골과 후반 2분 진성욱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일본을 쥐락펴락했을 정도로 거의 일방적인 분위기였다. 뛰는 선수들과 지켜보는 벤치 그리고 취재진들까지,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비극이 찾아왔다. 한국은 후반 22분부터 약 14분 간 내리 3골을 허용하면서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대회를 마친 뒤 신태용 감독은 "더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참에 일본에게 5-0, 6-0 큰 아픔을 주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오판이었다. 만약 내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철저하게 승리를 지키는 축구를 했을 것"이라며 깊은 아쉬움을 내쉰 적 있다. 너무 입에 쓴 약이었으나, 신태용이라는 젊은 지도자에게는 큰 자양분이 된 순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리우에서도 상처로 성장했다. 당시 대표팀은 조별예선 1차전에서 약체 피지를 8-0으로 대파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리고 2차전에서 우승후보 독일과 3-3으로 비긴 뒤 최종 3차전에서 멕시코를 1-0으로 꺾고 당당히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8강 상대는 온두라스. 충분히 4강도 가능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경기력은 한국이 우세했다. 3차전에서 멕시코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느라 정신없던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온두라스를 몰아쳤다. 하지만 결과는 0-1 한국의 패배였다. 그것이 축구였다. 신나게 재미를 봤지만 결국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는 팀은 온두라스였다. 신태용 감독은 또 배웠다.
두 번의 뼈아픈 경험을 한 신태용 감독이 다시 세계 무대 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에 참가하고 있는 신태용호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16강전을 갖는다.
조별예선은 흡족했다. 1차전에서 전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니를 3-0으로 대파했고 2차전에서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했다. 비록 3차전에서 잉글랜드에 0-1로 패하기는 했으나 경기 내용이나 결과 모두 팬들의 박수를 받아내기에 충분했다.
여기까지는 AFC U-23 챔피언십이나 리우 올림픽 때 분위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후 스토리까지 반복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신태용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신 감독은 유쾌한 사람이다. 장난도 많고 농담도 즐긴다. 하지만 이번 대회 기간 중 신태용 감독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본인 스스로 "카타르 U-23 챔피언십도 해봤고 리우 올림픽도 경험해봐서 그런지, 몸에 어느 정도 축적이 된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조금씩 터득해 가는 것 같다"면서 "필요한 순간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 얼음장 같은 이성적 판단이 진짜로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경기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천안축구센터 A훈련장에서 만난 신 감독은 "중요성을 알고 있다. 어떻게 임해야하는지도 알고 있다 1%의 안일함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짧고 굵은 출사표를 던졌다.
그냥 경기력만 좋아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리우 올림픽에서 배웠고, 앞서고 있다고 끝까지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카타르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누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지금 신태용 감독의 마음가짐은 차갑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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