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짜리 주파수 들인 '지상파 UHD' 개국.."볼사람이 없다"

박희진 기자 2017. 5.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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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TV 보급·수신환경 개선·콘텐츠 보강 등 해결과제 산적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4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관악산 송신소에서 민성기 KBS 관악송신소장으로부터 지상파 UHDTV 수도권 본방송 관련 진행상황을 듣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7.5.4/뉴스1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KBS·MBC·SBS 등 지상파3사가 수도권 지역부터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수신환경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회까지 나서 '황금주파수'로 불린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지상파에 배분했지만 전국민의 95% 이상이 유료방송을 보는 현실에서 지상파 직수신을 통한 '보편적 방송서비스' 구현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3사가 31일 오전 5시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2015년 7월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700㎒ 주파수를 배분받은 지 2년여만의 서비스 개시다.

이를 기념해 지상파3사는 31일 오후 6시30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방송협회 주관으로 공동 개국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문제는 '시청자'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직접 수신을 통해 UHD 방송을 보려면 미국 방식(ATSC 3.0) UHD TV가 필요하다. 안테나(기존 DTV용 안테나도 사용 가능)도 연결해야 한다. 미국방식 UHD TV 신제품은 연초 출시돼 보급대수가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100대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UHD TV를 제일 먼저 구입한 '얼리 어답터' 시청자들도 지상파 UHD를 볼 수 없다. 기존에 팔린 것은 유럽방식(DVB-T2) UHD TV기 때문이다. 국내에 100만대가량 팔렸지만 이들도 UHD 본방송을 직접수신하려면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이 역시 안테나는 연결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6만9900원에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한달간 3만9900원에 할인판매하기로 했지만 별도의 비용을 들여 직접 주문해서 셋톱박스를 살 가구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UHD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도 문제다. 단독주택은 실내외 안테나를 달면 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별도의 증폭기, 헤드엔드설비 등이 추가로 필요해 수신환경도 열악하다.

현재 지상파 TV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5% 미만이다. 95% 이상이 인테넷(IP)TV, 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통해 TV를 보고 있다.

애초에 5% 미만인 직수신 환경이지만 국회와 정부는 직수신으로 이뤄지는 지상파 UHD 방송에 1조원에 달하는 주파수를 공짜로 줬다. 다른 국가처럼 통신에 분배했으면 1조원에 달하는 국가재정 수입이 생길 수 있었지만 지상파에 준 것이다. 지상파가 주파수를 받은 대가로 국가에 내는 것은 광고매출액 대비 몇% 남짓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전부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지상파에 '눈도장'을 찍으려고 한 국회가 선봉에 섰다. 2014년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산하에 주파수정책소위원회를 열고 700㎒ 주파수의 '방송용 분배'를 노골적으로 주장하며 미래부를 압박했다. 당시 여야 구분없이 의원들은 "주파수 경매가 아니라 주파수 강매"라며 "원하지도 않는 이통사에 주파수를 주려고 하느냐, 지상파 UHD 배분계획을 내놓으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지상파 UHD를 도입한 것은 UHD 생태계를 조성하고 유료방송 일색인 방송환경에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보편적 무료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처럼 2027년 UHD 완전 전환 목표까지 세웠다.

정부 관계자는 "유료방송도 결국 IPTV가 장악해 방송 서비스를 통신사업자가 독차지하게 되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항마가 지상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국민들에게 무료로 쌍방향 서비스 등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위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다.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팀장은 "지상파 UHD가 보편적 서비스인가, 유료 서비스인가 등 역할에 대한 규정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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