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순진한 울주군민이 대가 치러,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절대 반대-상경투쟁"

이은지 입력 2017. 5. 30. 11:22 수정 2017. 5. 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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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 29일 백지화 반대 기자회견 열어
"문재인 정부가 5.6호기 건설 중단하면 상경 투쟁하겠다"선언
환경단체 "LNG 가동률 높이면 원전 축소해도 전력 수급 문제없어"
전문가들 "충분한 토론과 합의 거쳐 제8차 전력수급계획 설립해야"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입구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은지 기자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재원(39)씨는 최근 5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마쳤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밀어붙인다는 '비보'를 듣고 하늘이 노래졌다고 한다. 이 씨는 “신고리 5·6호기 부지 터파기 공사가 마무리돼 조만간 건설 인부들이 서생면으로 대거 들어올 예정이었다”며 “장사가 잘될 것 같아 식당을 늘렸는데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 식당 주변에는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식당이 4~5군데 더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가능성이 커지면서 울산 서생면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서생면 주민협의회는 이날 백지화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궐기대회와 상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생면 주민들은 "우리와는 한마디 상의 없이 원전 정책을 뒤바꾼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박근혜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에 따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건설허가를 신청했다. 시민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2016년 건설이 확정됐다. 7년 동안 총공사비 8조6254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이상대 서생면 주민협의회 회장은 “주민들이 10년간 격렬히 반대했지만 2001년 신고리 3·4호기 건설이 확정됐고 2012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신고리 5·6호기를 추진할 때 반대해봤자 소용이 없겠구나 싶어 정책에 협조하기로 했다. 지원금 1500억원을 받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무산될 판이다. 순진한 서생면 주민들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29일 오전 11시 울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중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범군민대책위원회]
실제로 당장 에너지융합산단 조성 계획부터 발목이 잡힐 상황이다. 울주군은 2019년까지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명산리 일원에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원자력과 에너지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사업비 279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5·6호기 원전지원금 1500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산단에 투입하고 분양대금과 국비, 군비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며 “지원금이 없으면 사업 진척이 어렵고 연쇄적으로 분양대금이나 국비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서생면 주민들은 공정율이 28%에 이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려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놓으라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이미 1조원이 투입됐고, 계약 해지 보상비가 1조5000억원으로 국가손실액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주민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백지화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놓으면 받아들일 용의는 있다”고 말했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력수급계획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한수원이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 공정률이 28%인 신고리 5·6호기도 백지화하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2011년 3·11동일본 쓰나미와 원전 재앙 이후 원전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환경단체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기고 나섰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전력 비수기때 전력예비율이 24%로 높고, LNG 가동률이 40%에 불과하다”며 “원전을 축소하더라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고, 환경을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 지역 주민들과 합의없이 강행하면 사회적 갈등이 야기된다는 지적에 대해 안 소장은 “공약을 세울때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와 논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원전 지역 주민들만 이해당사자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급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73년 오일쇼크 파동 이후 탈석유정책으로 전환되기까지 15년이 걸린 것처럼 에너지원 비중을 바꾸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전력수급증가량이 크지 않아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력수급계획을 세워도 된다. 잘못된 에너지 정책은 고스란히 정부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부지 [사진 네이버지도]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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