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청산인' 도종환 장관 후보자 환영"
"예술인 복지 향상, 문화예술 향유 확대 기대" 목소리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박정환 기자,권영미 기자 = '블랙리스트 저격수에서 블랙리스트 청산인으로'.
문화예술계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63)이 시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자 "블랙리스트 청산과 예술인 복지 확대의 적임자"라며 일제히 환영 목소리를 냈다.
새 정부의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지명된 도 후보자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폭로한 인물이어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도 후보자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부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로도 활동했다.
도 후보자 주도로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그 치밀했던 '실행과정'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의 혐의를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종덕·조윤선 전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이 구속됐다. 특히 조윤선 전 장관은 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환영…문체부 역할 고민하는 장관 돼 주길"
문화예술계에서는 도 장관 내정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도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에 노력했던 도 후보자가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적폐 청산에 앞장서고 박근혜 정부에서 망가졌던 문화 행정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예술인 복지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도 후보자는 의원 시절부터 예술인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3월1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공연예술 비정규직에 대한 실업수당 제도인 '엥테르미탕'을 표방하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 행정에 대해 역설했다.
그러면서 "'예술인 복지법'을 손보고 '예술인 복지금고'를 채워 어려운 예술인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돈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담보 없이도 대출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들이 필요한데, 현재 텅 비어있는 예술인 금고에 정부, 기업이 돈을 대서 1000억원 이상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접시꽃 당신' '흔들리며 피는 꽃' 등 유명 시를 만든 시인이기도 한 도 후보자에 대해 문인들은 "축하할 일"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블랙리스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도 후보자야말로 문체부 장관 후보로 적격"이라며 "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준수하면서 자율에 맡기면 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가까이서 같이 가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의미)의 중요성을 제일 잘 아는 이가 도종환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역시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 회장은 "출판계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의 불화를 겪었는데, 도종환 의원은 훌륭한 시인이고 문화예술에 이해가 깊은 분이어서 새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단의 한 동료 시인은 "도 후보자는 인품이 훌륭할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문학을 비롯해 문화·예술·교육·인문 전반에 걸친 이해도 깊고 문화예술 행정 쪽에 오랫동안 경험도 풍부해 잘할 것이라고 본다"며 "블랙리스트 등 비정상적이었던 것을 상식에 따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 '예술인 캠핑촌'에서 노숙투쟁을 이끌었던 송경동 시인은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한 도 후보자는 적절한 인선"이라고 반겼다. 그러면서도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며 "모든 문제는 문체부 관료 집단들이 '갑'처럼 구는 문화생태계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은 "신임 문체부 장관은 현장의 예술인이 주인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블랙리스트 전모를 밝히는 백서를 만들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문화예술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문체부 이하 산하기관까지 '부역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어 "새 문체부 장관은 부당한 목적으로 민간인 사찰과 검열이 없어지도록 초석을 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연계 "블랙리스트로 왜곡되고 변질된 문화정책 바로잡아야"
연극·무용 등 블랙리스트 폐해가 가장 컸던 공연계에서도 반색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블랙텐트'를 운영했던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도 의원의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환영한다"며 "블랙리스트 조사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문화예술의 소중함을 아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미도 블랙리스트 검열백서위원장은 "도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문제를 최초로 제기하고 파헤친 분으로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왜곡되고 변질된 문화정책과 지원 제도들을 조속히 바로잡는데 총력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예술가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사회, 온 국민이 고루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인자 독립기획자 겸 연극인회의 공동대표는 "979명의 연극인 성명서를 들고 국회를 찾아갔던 날, 도종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함께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다"며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저항하는 예술인들과 함께 시대를 바꾸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쓴 도종환 의원의 문체부 장관 내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료주의 시스템을 악용한 국가폭력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문화로 꽃피우는 자유민주사회를 위해 힘써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예술감독은 "안으로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누리고 밖으로는 한국 문화예술이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도록 좋은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문화 공무원들의 전문성 제고와 민관협업체제 확립도 큰 과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정인석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아이엠컬쳐 대표)는 "의정 활동 때처럼 원칙대로 할 것 같은 기대가 있다"며 "현장의 전문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바랐다. 또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시함뮤)를 이끄는 연출가 변정주씨는 "시인의 마음으로 문화 정책을 편다면 어떨까 항상 생각해 왔다"며 "흔들리더라도 결국 꽃을 피워주시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클래식계에서 블랙리스트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류재준 작곡가는 "기쁜 일이고 반가운 일"이라며 "보다 독립적인 문화행정을 바란다"고 했다.
◇미술계 "사업 치우쳤던 문화예술행정 본질로 돌아가야"
미술계에서도 환영과 함께 제대로 된 문화행정을 펼쳐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화문 광장 예술인 캠핑촌 노숙 대열의 맨 앞에 있었던 노순택 작가는 "누가 장관으로 임명되든 이 나라의 문화예술 정책이 어떻게 망가졌는가를 뼈아프게 돌아볼 줄 알고, 나아가 문화예술이 정권이나 자본의 '나팔수'가 아니라 '시대정신의 발언자'여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는 그 어떤 때보다 많이 고민하고 실천력도 동반해야 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문화예술을 잘 아는 분이 지명돼 환영한다"며 "사업이나 성과 중심에 치우쳤던 문화예술 행정이 본질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겉치레' 식 문화 행정에서 벗어나 본연의 자세로 돌아올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화익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앞으로 미술문화의 발전에도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며 "미술 한류를 위해 정부와 한국화랑협회가 좋은 동반자가 돼 달라"고 바랐다.
국립현대미술관 한 관계자는 "도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성정이 맑은 분으로 안다"며 "후보자 본인이 시인이며 예술인인 만큼 블랙리스트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문체부의 쇄신과 진정성 있는 문화예술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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