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백승호, A대표팀 '월반' 불가능할까

이준목 2017. 5. 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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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슈틸리케 감독은 '시기상조' 입장.. 대표팀 세대교체 필요성도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박순옥]

 지난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패널티킥으로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이승우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당당히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수훈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FC바르셀로나 출신의 해외파 유망주인 이승우-백승호 등이 이름값에 걸맞게 월드컵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통해 능력을 증명한 어린 선수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인 국가대표팀으로서의 조기 승격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이승우-백승호의 나이대에 세계 정상급 유망주들 중에서 이미 A대표팀까지 올라온 경우는 적지않다. 마커스 래쉬포드(잉글랜드), 킬리앙 음바페(프랑스), 잔루이지 돈나룸마(이탈리아), 마틴 외데가르드(노르웨이), 가브리엘 제주스(브라질) 등은 이미 십대 후반 혹은 스무살의 나이에 A대표팀까지 조기 입성하여 자국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한국도 전설 차범근을 비롯하여 박지성, 이동국, 고종수, 이천수, 기성용, 손흥민 등 훗날 될성부른 떡잎들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A대표팀에 승선하여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심지어 한국 대표팀의 A매치 최연소 데뷔 기록은 김판근이 1983년 11월 1일 태국전에서 세운 17세 242일로 지금의 이승우-백승호보다도 훨씬 어리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유럽 최고 명문으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하며 현지에서도 최고 수준의 유망주로 주목받고있는 이승우나 백승호 역시 A대표팀에 조기승선할 만한 자질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승우는 이미 2~3년 전부터 공공연하게 A대표팀 조기 승선에 대한 의욕을 밝혀오기도 했다.

슈틸리케, 이승우-백승호 '월반'에 '시기상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소집된 축구국가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 NFC에서 열린 팀훈련 도중 기자회견에서 U-20 대표팀의 이승우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유망주들의 월반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밝히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승우-백승호 등이 U-20 월드컵에서 보이는 활약을 칭찬하면서도 성인대표팀 관점에서는 '시기상조'라며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리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뛰어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해도 성인무대, 그것도 A대표팀 수준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성인대표팀은 일단 현재 그 나라를 대표할 만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들이 오는 곳이 맞다.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두각을 보인 유망주들이라고 해도 정작 성인대표팀까지 올라오는 것은 쉽지않다. 당장 U-20 대표팀보다 한 단계위인 올림픽대표팀만 봐도 알수 있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 중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해당 연령대 선수 중 현재 성인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나마 해외파인 황희찬과 권창훈 정도가 있지만 이들도 A팀에서는 아직 입지가 견고하다고 볼 수 없다. 심지어 대부분은 소속팀에서조차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승우-백승호가 주축으로 활약하는 U-20 대표팀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1.5군을 내세운 전북 현대에게 완패를 당하며 프로와의 수준차를 절검하기도 했다.

물론 황금 세대로 꼽히는 2012 런던올림픽 멤버들의 경우, 구자철-지동원-기성용-홍정호처럼 이미 10대 후반-20대 초반부터 A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승우-백승호와 결정적인 차이는 이미 A대표팀에 승선하기 전부터 프로에 일찍 데뷔하여 성인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대표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손흥민도 연령별 대표를 모두 거치고 만 18세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승우와 백승호의 경우, 명문 '바르셀로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더 주목받았지만 정작 아직 프로 1군 무대에서는 데뷔조차 하지못했다. 또래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아무리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해도 성인무대 경험이 아예 없다는 것은 명백한 한계다. 어릴 때 주목받다가도 성인이 돼서 여러 환경적인 제약이나 한계에 부딪혀 그저 그런 선수에 머무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조급해하지 말고 어린 선수들이 충분히 여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현재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살아남기 힘들 만큼 경쟁의 문이 높은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승우와 백승호가 언제 1군  데뷔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승우와 백승호가 바르셀로나에서 데뷔에 시간이 지체된다면 다른 팀으로의 이적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성 깜짝 발탁한 허정무... 세대교체 필요성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시각이 '고정관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당장 즉시전력감까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재능있는 유망주들을 일찍 A대표팀에 승선시켜 가능성을 점검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이전 대표팀에서도 종종 있었던 관행이다.

실제로 허정무 전 감독은 올림픽과 A팀 감독을 겸임하던 시절, 프로 지명도 받지 못한 당시 무명의 '대학생' 박지성을 친선경기에서 깜짝 발탁하며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히기도 했다. 조광래 전 감독은 성인무대에서 갓 두각을 나타내던 구자철, 지동원, 홍정호, 손흥민 등 유망주들을 대거 중용하여 단숨에 A대표팀의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한창 성장하는 유망주들 입장에서도 성인대표팀에서 뛰어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대표팀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체험해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수 있다.

반드시 이승우나 백승호만이 아니라도 슈틸리케호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거론되고 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20대 중반의 손흥민이 여전히 막내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만큼 인재풀이 정체된 느낌이다. 손흥민 이후 세대가  대체로 프로팀에서 성장이 더딘 측면도 있지만 선수 기용이 보수적이고 유독 어린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슈틸리케 감독의 선입견에도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더구나 연령대별 대회의 활약이라고 해서 쉽게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경쟁한 아르헨티나나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우, 이미 프로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다수였다. 한국이 16강에서 만나게된 포르투갈 역시 엔트리 전원이 프로팀 소속이다. 이런 팀들을 상대로 수준높은 활약을 펼친 이승우나 백승호가 단지 어리고 성인무대 경험이 없다고 A팀 조기승선 가능성에 지나치게 선을 긋는 것도 섣부른 판단일지 모른다. 이번 대회에서 U-20 대표팀 유망주들이 보여주는 잠재력을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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