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아이돌 연습생에 천만원 '조공' 바치기..판 커진 '프로듀스101'

손호영 기자 입력 2017. 5. 30. 10:16 수정 2017. 6. 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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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로 돌아온 Mnet 예능 ‘프로듀스 101’이 아이돌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훈련받은 연습생이 아이돌로 데뷔하고→팬들이 앨범을 사고→아이돌은 다음 앨범으로 팬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기존 아이돌 시장의 당연한 구조였다면, 이제는 다듬어지지 않은 연습생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손으로 직접 아이돌을 만든다.

‘프로듀스 101’은 전국의 ‘국민 프로듀서’들이 101명의 연습생 중 최종 11명을 뽑아 아이돌 가수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늘어선 연습생들이 “국민 프로듀서님 잘부탁드립니다!” 라고 허리 숙여 인사하면 시청자들은 하루에 한 번씩 어플 등으로 원하는 연습생에게 투표해 이들을 데뷔로 이끈다. 지난 26일 방영된 2차 경연 때는 누적 투표수 총 5536만 5681표로 역대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수 신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육성형 아이돌’이 인기를 끌면서 아직 데뷔 전 준비단계인 ‘연습생’들이 기존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돌 팬덤이 돈을 모금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에게 선물을 사주는 ‘조공’ 문화도 연습생 팬덤에 그대로 들어왔다. 과거 수백·수천만원대의 조공 문화가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서 ‘기부 조공’이 유행하는 등 잠시 주춤했지만, 프로듀스101이 방영된 이후부터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생일 조공’, ‘응원 조공’을 비롯해, 전광판, 지하철, 버스 광고 등으로 연습생 한 명을 응원하는 돈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는 한 연습생이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한 답례로 올린 '선물 인증' 사진./인터넷 캡쳐

◇‘순위 경쟁’ 못지 않은 ‘조공 경쟁’… 모금 한번에 1000만원 달성하기도

오는 6월 16일이면 ‘프로듀스 101시즌 2’에서 최종 데뷔인원 11명이 정해지는 ‘마지막 순발식’이 생중계된다. 현재 남아있는 35명의 연습생 중 11명은 화려한 데뷔의 결실을 맺지만 나머지 24명은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가 기약 없는 준비 생활을 하게 된다.

세 달간 이어진 대장정의 최종 관문을 앞두고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 대한 ‘투표 독려’를 위해 광고가 가능한 거의 모든 곳에 광고를 하고 이를 위해 입금을 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된 플레디스 소속 연습생 김종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인터넷 캡쳐

연습생 팬덤이 가장 선호하는 광고 장소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이다. 크기도 커서 한 눈에 들어오는데다 대기하면서 볼 수밖에 없어 효과가 좋다. 보통 한 달 단위로 광고 계약을 하는데, 장소와 규격 등에 따라 적게는 270만원에서 많게는 640만원까지 든다. 유동인구가 많은 압구정, 고속터미널, 신사, 신촌역 등은 광고비가 가장 비싼 역에 속한다.

지하철 광고를 기획하는 ‘국가대표 광고’의 최민혁 대리는 “팬클럽 지하철 광고는 3,4년전부터 시작됐지만 아직 데뷔하기 전 연습생들의 광고 문의가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이라며 “지하철 뿐 아니라 카페에서 순번을 알려줄 때 사용하는 ‘진동벨’ 등 다양한 곳에 광고가 진행된다”고 했다. 현재 서울 시내 지하철 역에만 광고가 30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버스 옆면과 뒷면에 스티커를 붙여 한 달 단위로 계약한다. 경기도 버스나 마을 버스는 50만원 정도면 충분하지만 서울 시내 긴 노선을 다니는 시내버스는 100만원 이상 광고비가 든다. 두 대, 세 대 씩 광고할 경우 돈이 배로 든다.

대중교통 외에도 길거리 초대형 전광판에 광고를 진행하거나 영화 시작 전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경우도 있다. 보컬을 담당하는 한 연습생은 한 달 간 청담동 중심가의 한 건물 전광판에 20초짜리 영상 광고를 진행했다. 이 곳의 광고 비용은 한 달 기준 5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101에 출연하는 한 연습생에게 팬들이 보낸 선물 목록./인터넷 캡쳐

연습생 서른 다섯 명의 광고만 해도 수천만원의 돈이 들지만 각 연습생들을 향한 ‘조공’에 드는 비용도 이 못지 않다. ‘서포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모금을 통해 연습생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전달한다.

최근 한 팬카페에서 진행된 한 연습생의 생일 축하 서포트에는 13일만에 560만원이 모금됐다. 이 연습생에게는 189만원짜리 애플사의 노트북과 금목걸이, 손편지 등 선물이 전달됐다. 또 다른 인기순위 최상위권 아이돌의 경우 서포트(조공) 금액으로 한 번에 1000만원 이상이 모금되기도 했다.

수백만원 단위로 ‘조공’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입금 금액을 인증하고 과시하는 문화도 생겼다. 최근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차지한 한 연습생의 경우 팬 한명이 200만원을 한 번에 입금해 화제가 됐고, 또다른 연습생의 팬은 지하철 광고에 사용하라며 350만원을 한 번에 입금했다. 유명 그룹 회장의 손녀딸이 자신의 SNS에 투표를 인증하면서 ‘재벌픽’이라는 말도 생겼다.

과거 아이돌을 향한 ‘조공’이 이정도 규모로 진행되는 일은 흔했지만,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들에게 수백만원 단위의 조공과 광고가 진행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식 앨범도 없고, 무대를 두 번씩 보여준 것이 전부다. 하루 방송분에서 연습생 한 명을 비춰주는 시간은 길어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기회를 얻지 못해 스치듯 얼굴을 비추는 연습생도 많다.

◇연습생 사진 한 장에 100만원… ‘데이터 거래’ 과열

/인터넷 캡쳐

Mnet 측은 경연 내용의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지난 1,2차 경연 때는 현장 촬영 장비와 녹음장비를 몰래 반입하는 ‘대포’들을 제지하기 위해 손으로 몸을 더듬고 금속탐지기, 스캐너를 동원해 무리한 수색을 하다 팬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연습생의 무대를 보고싶어하는 팬들과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의 수요·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철통 같은 보안을 뚫고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해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영상과 사진들을 팔고, 돈이 입금되면 데이터를 지워버린다. 사진을 산 사람은 포토샵 작업을 거쳐 인터넷에 아껴 푼다.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일반 대중들에게 연습생 사진이 전달된다.

이미 데뷔한 아이들의 경우 예능 출연이나 무대 사진이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나올 정도로 흔하지만, 아직 데뷔하지 않은 아이돌이라 사진 한장이 귀하다. 무대를 직접 찍은 사진의 경우 데뷔한 아이돌로 치면 ‘사전 녹화’ 장면을 찍어서 파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사진이 고화질이고 연습생의 인기가 많을수록 비싸게 거래된다. 팬들 대신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아르바이트도 생겼고, 아이돌의 출퇴근길 사진도 찍어서 거래하기도 한다.

인기있는 연습생의 경우 사진 한 장 당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80~90만원까지 치솟는다. 평균적으로는 장당 5만원에서 10만원에 팔린다. 팬들 사이에서도 ‘과열’ 논란이 있을 정도로 고가에 팔리지만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찍은 사진이라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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