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최대노동 52시간 논쟁 대법 5년반째 '나몰라라'

입력 2017. 5. 30. 09:46 수정 2017. 5. 30. 14: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밥&법] '노동시간 단축' 판결 분석

근로기준법상 주당 노동 40시간
12시간 연장 허용 최대 52시간

2004년 고용부 "1주일은 5일"
휴일근로는 예외로 행정해석
토·일 16시간 추가 '최대 68시간'

휴일근로 수당 '중복할증' 논쟁
"휴일+연장수당" vs "휴일수당만"
대법, 5년5개월째 확정판결 안해

하급심선 중복할증 11대3 우세
"휴일근로 억제하는 게 입법 취지"
[한겨레]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거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지침)을 폐기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선 이미 논쟁이 한창이다. 14건의 사건이 계류 중인데 11건은 하급심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판단했다. 고용부 지침처럼 68시간으로 판단한 경우는 3건에 그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5년5개월 동안 침묵하고 있다.
2013년 12월18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의 노동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다. 이 판결의 파급력은 상당히 컸다. 통상임금은 노동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했을 때 회사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기초금액인데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노동자가 받는 수당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는 ‘싼 맛에’ 기존 노동자에게 추가 노동을 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장시간 노동이 개선될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엔 장시간 노동을 끊어낼 또 다른 ‘카드’가 숨어 있었다. 갑을오토텍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와 함께,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이 판단은 2015년 8월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나왔다.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주 40시간을 넘겨 휴일근로를 하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복 지급해야 한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년 넘게 유지해온 “‘1주일’에 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엎는 판단이었다.

1주일은 5일인가, 7일인가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한다. 하루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빼고 8시간을 넘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2004년부터 도입한 이른바 ‘주5일제’다. ‘주 40시간’과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2년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해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법률상 허용되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현실은 사뭇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5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이었다. 같은 기간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과 비교하면 347시간이나 많다. 1위 멕시코(2246시간)와 133시간 차이 나는 2위다.

우리나라에 장시간 노동이 뿌리내린 것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탓이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1주일은 근무의무가 있는 날을 의미한다”며“휴일근로는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줄곧 밝혔다. 주 5일, 40시간제에선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토·일 8시간씩)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주 40시간제가 도입됐지만, 1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 돼 버렸다.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던 주 44시간제 때에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4시간(법정 44시간+연장 12시간+일요일 8시간)이었는데, 토요일이 휴무가 되면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오히려 68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토·일요일 16시간)으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법정 근로시간을 4시간 줄였는데, 고용부의 행정해석 탓에 실제 근로시간은 4시간 늘어난 꼴이다.

2심까지는 11 대 3으로 ‘중복할증’ 우세 법률상 야간·휴일근로는 통상임금 50%를 추가로 받는다. 예를 들어 하루 통상임금이 10만원이라면, 연장·휴일근로는 10만원의 50%를 더해 15만원을 받는다.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을 넘겨 휴일에 일하면 이는 휴일근로이자 연장근로이기에 ‘중복할증’(휴일 50%+연장 50%)을 받아 임금은 20만원으로 올라야 한다. 휴일근로 임금이 평일의 2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휴일근로에 대해서도 정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통상임금의 50%만 더 얹어주고 있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을 적용하면, 8시간 이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010년 이후 경기도 성남시와 안양시에서 일하다 퇴직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내며 ‘휴일근로수당의 중복할증’ 문제가 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현재 1, 2심 판단이 끝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14건이다. <한겨레>가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2심까지의 현재 스코어는 11 대 3으로 “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 우세하다. “주 40시간을 넘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로 중복할증해야 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다수 판결의 논리는 입법 취지와 상식에 충실하다. 첫째, 근로기준법의 할증임금은 노동자의 자유시간을 제한하고 피로와 긴장을 주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경제적으로 보상하고, 사용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줘 이를 억제하려는 취지로 입법됐다. 둘째, 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으로, 휴일근로도 포함되는 것이 옳으며, 특히 ‘1주’란 달력상 7일, 즉 연속하는 7일로 이해하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법정 근로시간은 1주 7일 40시간이다. 셋째,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는 주 40시간 이내 휴일근로보다 노동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줄 수 있어 노동자의 건강과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억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중복할증은 사용자가 노동자의 추가 고용 없이 휴일근로를 연장해 장시간 일하는 것을 막는 데도 의미가 있다.

결국 다수 판결은 “1주의 의미를 휴일을 제외한 근로의무가 있는 날(월~금)만으로 해석하면 ‘근로시간’이 ‘실근로시간’이라는 대법원 판례에도 반하고 근로기준법의 할증임금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부 해석대로라면 “휴일근로는 얼마든지 가능해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게 무의미해진다”며 “(고용부의) 잘못된 해석은 바뀌어야 할 대상에 불과하지, 잘못된 해석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해석한 고용부 행정해석을 폐기해 52시간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소수 판결 “별도의 입법 필요” 주장 고용부 행정해석의 근거였던 1991년 3월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다수 판결은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1991년 3월 대법원은 휴일근로 수당을 계산하면서 8시간 이내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50%,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로 인정해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고용부는 이를 근거로 주 8시간 이내 휴일근로는 중복할증 없이 무조건 통상임금 50%를 지급한다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다수 판결은 “해당 사건은 1일 단위로 8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중복할증을 청구했고 이를 인정한 것”이라며 “주 40시간을 초과해 휴일근로를 하는 경우에도 중복할증 법리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하루 8시간이 넘는 휴일근로가 휴일근로이자 연장근로이듯이, 주 40시간을 넘는 휴일근로도 휴일근로이자 연장근로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수 판결은 “8시간 이내는 휴일할증만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면 중복할증의 법리는 사실상 적용 범위가 너무 좁아져서 그 실효성이 없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1주 단위 제한(주 40시간)이 배제되고 1일 단위 제한(하루 8시간)만 적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복할증을 반대한 소수 판결은 혼란을 우려하며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한다고 해석하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포함해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1953년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이러한 행정적, 형사적 제재가 취해지지 않았다. 오랜 관행과 달리 휴일근로가 근로시간 제한규정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근로시간 제한규정을 위반하거나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처벌을 받는데, 이제 와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면 웬만한 사용자는 다 처벌받아야 해 노동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소수 판결은 “휴일근로를 근로시간 제한규정(주 52시간)에 포함하려면 별도의 입법 조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 5년5개월 침묵 대법원에는 이와 관련해 14건이 계류돼 있다. 첫 사건이 2011년 12월28일에, 마지막 사건이 2016년 8월5일에 접수됐다. 일부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갔지만 대법원은 5년5개월 동안 침묵하고 있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다음달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논의 진전이 없으면 대선 공약대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부 행정해석을 폐기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다. 법률 해석권자인 대법원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 페이스북][카카오톡][위코노미][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