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2007시즌 윤석민보다 불운했던 선발투수는?

조회수 2017. 5. 30. 09:2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계민호의 기록이야기] 2000년 이후 KBO리그에서 가장 불운했던 선발 투수 1~10위

누가 뭐래도 야구 경기의 중심은 마운드 위에 우뚝 선 투수, 그것도 선발 투수입니다. 이들은 대개 경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경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죠. 다른 단체 스포츠에서 승패 예측이 ‘팀 라인업 전반’을 보고 이뤄진다면 야구의 승패 예측은 당일 ‘선발 투수’에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이렇게 영향력이 지대한 선발 투수지만 자신들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승리입니다. 운이 좋다면 5이닝 9실점을 하더라도 팀 타선이 폭발해 승리를 챙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KBO리그 역대 최다실점 승리는?  84 오영일(MBC) 9이닝 9실점,  10 이재곤(롯데) 5이닝 9실점 승리)

무사 만루를 만들어놓고 내려갔더라도 구원진이 이를 잘 막아 승리 요건을 지켜줄 수도 있죠.

  ▲ 잘 던지고도 불운에 눈물을 삼켰던 투수들. 우리는 이들을 '박복이' 또는 '크라이'라 부른다. [사진=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kt 위즈]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물론 정반대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상대 타선을 철통같이 틀어막아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더라도 야속한 타선의 침묵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와도 구원진이 승리를 날려버리기도 하죠. 

이렇듯 승리에는 운을 비롯 외부적인 요인이 많이 따르는 탓에  잘 던지고도 승리를 하지 못하는 이른바 '박복이', ‘크라이’ 투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봉크라이’ 봉중근을 시작으로 지난해 '양크라이' 양현종, ‘켈크라이’ 메릴 켈리에 이르기까지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것으로 회자된 투수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KBO 리그사에 남을 만한  ‘크라이’ 투수로는 누가 있을까요?

조건은 이렇습니다.

 1) 투수들의 보직 개념이 확립된 21세기 기준

 2) 해당 시즌 선발 등판 20경기 이상

 3) 해당 시즌 소화 이닝 100이닝 이상  

 4) 리그 평균 이하의 ERA(평균자책점)

이 네 조건을 충족시키는 투수 중  가장 승률이 낮았던 투수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 21세기 가장 불운했던 10명의 선발 투수들. [기록=STATIZ, KBReport]  


NO.1ㅣ신생팀의 눈물 젖은 에이스, NC 에릭 해커

▲ 최악의 불운을 '등록명 변경'으로 이겨낸 에릭 해커. [사진=NC 다이노스]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승운이 가장 따르지 않았던 투수는 2013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입니다. 당시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NC에 입단한 그는 178 1/3이닝, ERA 3.63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죠.

이 해 이닝 7위(178 1/3이닝), ERA 9위(3.63),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4위(3.24)로  2선발로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에이스 찰리 쉬렉과 그의 활약 덕에 NC는 1군 데뷔 시즌에 KIA, 한화를 제치고 7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승운’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26경기에 선발로 나서 4승 11패, 승률은 고작 0.267에 불과했죠. 완투 경기를 무려 세 차례나 기록했지만 세 경기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신생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안쓰러울 정도인 불운의 연속. 2년차인 2014시즌에도 8승 8패로 10승 달성에 실패하며 2년 연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교롭게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꾼 이후 그와 NC의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등록명을 바꾼 2015시즌 19승(5패)으로 골든글러브를 따냈고, 부상에 시달렸던 지난 시즌에도 13승(3패)을 수확했죠. 올 시즌에도 5승 2패로 준수한 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외국인 투수가 실력에 비해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등록명 변경을 검토해 보는 건 어떨까요?


# KBO리그 5년차로서 초심을 되새겨야 할 NC 해커



No.2ㅣ눈물겨웠던 풀타임 선발 첫 해, KIA 윤석민

▲ 풀타임 선발 첫 해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던 윤석민. [사진=KIA 타이거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불운한 선발의 아이콘인 2007시즌 ‘윤크라이’ 윤석민도 눈에 띕니다. 2005시즌 데뷔해 2년 간 불펜-마무리로 나섰던 그는 2007시즌 보직이 선발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 해 이닝 9위(162이닝), ERA 12위(3.78), WAR 12위(2.57)로 준수한 활약을 남겼습니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에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습니다.

당시 소속팀 KIA의 성적(8위, 51승 1무 74패)이 최악이었기에 그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습니다. 최하위 팀에서 프로 3년 차, 만 21세의 어린 투수가 이 정도 성적을 올린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죠.

선발진이 괴멸되다시피한 상황에서 그는 외국인 투수 스코비(8-10, ERA 3.92)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암담한 팀 마운드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었습니다. 그가 이 해 리그 최다패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죠. 그는 2번의 완투를 포함, 1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7승 18패, 승률 0.280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이토록 극심한 불운 속에서,  갓 스물을 넘긴 선발 투수가 흔들리지 않고 성적을 유지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어쩌면 이 때의 시련이  2011시즌 투수 4관왕과 정규시즌 MVP 수상의 밑 바탕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No.3ㅣ타자들아 일해라… LG 레다메스 리즈

▲ LG에서의 3시즌 내내 10패 이상을 떠안았던 리즈. [사진=LG 트윈스]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012시즌 리즈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는 시즌을 마무리 투수로 시작했지만, 제구 난조와 부진 끝에 선발로 복귀한 뒤 놀라운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이 해 그는 리그 투수 중  WAR 6위(3.62)에 오르며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죠. 150km/h 이상의 불 같은 광속구로 144삼진을 솎아 낸 그는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잇단 패전의 멍에 뿐이었습니다. 32경기(25선발)에서 그가 수확한 승리는 고작 5승(12패)에 불과했죠. 그와 비슷한 성적을 올린 팀 동료 주키치(ERA 3.45, WAR 2.90)가 11승(8패)을 거둔 것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수치. 정말 지독한 불운이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그는 KBO리그에서의 3년 내내 모두 두 자리 수 패배(2011시즌 12패, 2012시즌 13패, 2013시즌 12패)를 기록할 정도로 불운에 시달렸습니다.

3년 연속  3점대 ERA와 1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승리가 패배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죠. 그야말로 불운의 아이콘. 그가 LG 타자들에게 전화해 ‘타자들아 일해라!’라고 일갈했다 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을 듯합니다.


No.4ㅣ팀을 옮겨도 패배가 계속 따라온다. kt 피어밴드

▲ 넥센에서도, kt에서도 패전에 고통받았던 라이언 피어밴드. [사진=kt 위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한편 한 시즌 두 팀에 걸쳐 고통받았던 투수도 있습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한 투수는 바로 라이언 피어밴드. 지난해  넥센 소속으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첫 1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10차례를 기록하며 좋은 투구를 이어나갔습니다.

‘에이스’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제 몫을 해내는 투수였죠. 하지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19경기에서 5승 7패, 승률은 0.417에 불과했습니다.

넥센이 밴헤켄 재영입을 결정하며 kt로 팀을 옮기게 된 이후에도 불운은 계속됐습니다. 이적 후 11경기 6퀄리티스타트의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2승 6패 승률 0.250에 그쳤죠. 지난해 kt는 1군 2년차의 리그 최약체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2015시즌 11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그는 지난 시즌마저 13패를 당하며 재계약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KBO리그 3년차가 된 그는 올해 9경기에서 ERA 1.69의 압도적인 피칭으로 6승 3패를 기록하며 불운을 떨쳐내고 있습니다.

다만 3패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해낸 경기였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 너클볼을 앞세운 그의 놀라운 피칭 내용을 감안하면 지금의 승률도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남은 시즌 그에게 행운이 찾아들지, 불운이 지속될지에 따라 kt의 올 시즌 순위가 달라질 듯 합니다. 


# 너클볼 마법사로 거듭난 kt 에이스 피어밴드



No.5ㅣ2016 우규민, 2010 금민철… ‘크라이’의 역사

▲ 지난 시즌 6승 11패에 머무른 우규민과 2010시즌 6승 11패를 기록한 금민철. [사진=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썩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6승 11패에 머문 지난해 우규민, 암흑기 시절 롯데를 지탱했던 제 2대 ‘안경 에이스’ 염종석도 ‘크라이’의 역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외에도 2010시즌 넥센의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금민철(6승 11패), 2003시즌 도중 선발로 전향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일본인 투수 이리키 사토시(7승 11패) 등의 이름도 눈에 띄네요. 

수년 간 지속된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 탓인지 최근의 이름들이 많이 보이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지난 시즌 롯데 브룩스 레일리(8승 10패), KIA 양현종(10승 12패), 2015시즌 한화 미치 탈보트(10승 11패), 두산 장원준(12승 12패) 등도 썩 승운이 따르지 않았네요. 지난 2년은 여러모로 투수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2017시즌, ‘비크라이’ 비야누에바, ‘페크라이’ 페트릭

▲ 올 시즌 거의 매 경기 고통받고 있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재크 페트릭. 이들의 표정이 슬퍼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사진=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기록=STATIZ, KBReport]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한편, 올해는 ‘비크라이’와 ‘페크라이’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는 경기 당 불과 1.34점 만을 지원받으며 매 경기 고군분투를 이어갔습니다. 그의 유일한 승리는 8이닝 무실점으로 완투에 가까운 활약을 해낸 한 경기 뿐. 한화는 이 날 ‘무려’ 3득점이나 지원을 해줬습니다. 

올시즌 외국인 최저 연봉(45만불) 삼성 페트릭 역시 불운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경기당 3.10득점만을 지원받으며 벌써 5패를 기록 중이죠. 마운드가 괴멸된 상황에서 9차례나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타선과 구원진은 그에게 패배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비야누에바와 페트릭이 벤치 클리어링에 적극 가담한 것은, 어쩌면 그 동안의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부디 한화와 삼성의 타선이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길 기원합니다. 


#난투극에 휘말렸던 비야누아베와 페트릭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   프로야구/MLB 카툰 전편 무료 보기

☞ 이 기사 응원!  비영리 야구기록실 후원하기 [kbr@kbreport.com]

☞ 페이지 좋아요! 케이비리포트 [페이스북]

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