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파투 "韓 U-20, 월드컵서도 세계 놀라게 할 재능들"

김정용 기자 2017. 5.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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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톈진(중국)] 김정용 기자= 미래가 더 나을 거라는 예감이 들면 현재가 행복하다. 축구계에선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주는 행복감이다. 때론 배신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미래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행복한 꿈을 꾼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열리는 5월은 유망주의 계절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기간에 중국 톈진에서 만난 알레산드리 파투는 10년 전 이 대회에서 한국을 만나 골을 넣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브라질과 한국의 경기를 기억하냐는 질문에 파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바로 지금 한국 U-20 대표팀의 플레이를 잘 보고 있다며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18세 때 명문 AC밀란에 입단했던 파투는 2000년대 후반 최고 유망주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여전히 앳된 얼굴 그대로인 파투가 한국 유망주들에게 조언을 전해 왔다. 아울러 부상과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파투가 중국에서 어떻게 부활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스무 살 선수들에게, "지금 순간을 더 소중히 생각할 것"

파투는 2007년에 이미 인테르나시오날에서 자리 잡은 프로 선수였다. 그해 여름에 AC밀란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캐나다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번 2017년 대회에 프로팀 소속 스타 선수들 상당수가 결장한 것과는 달랐다. 파투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뛸 기회는 소중한 거라고 강조했다.

"난 그때 이미 유명한 선수였다. 그러나 대표팀이 부르면 늘 응했다. 셀레상(`선택받았다`는 뜻으로, 브라질 대표팀의 별명)이라면 A대표뿐 아니라 어느 연령대 대표팀이던 모두 영광스러웠다. 아마 U-17에 처음 선발됐던 것 같은데, 국가의 부름이라는 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명예로운 일이다."

파투는 스무 살 때 이미 완성된 선수였다. 열아홉부터 스물에 걸쳐 있던 2008/2009시즌에 세리에A 15골을 넣었고, 최고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골든보이 상을 가져갔다. 그러나 그때가 전성기였다. 그 뒤로 유럽에서 15골을 넣은 적은 없었다. 파투는 20세의 스타덤이 얼마나 허망한지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해줄 수 있는 선수다. 파투는 U-20 월드컵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유망주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전했다.

"스무 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 은퇴한 선수가 아니다. 톈진췐젠과의 계약 기간 3년을 모두 채울지, 언제 브라질로 돌아갈지, 유럽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 어린 선수일수록 바로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알아야 한다. 친선전이든 월드컵이든 늘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걸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A대표가 가장 중요하지만, 연령별 대표팀도 다 중요하다. 지금 열리는 U-20 월드컵은 유럽의 큰 대회가 대부분 끝난 뒤라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다. 나도 한국 경기를 봤을 정도니까. 한국은 정말 인상적인 팀이더라. 잘 성장하면 월드컵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투는 현재 진행 중인 U-20 월드컵 중에서도 한국 경기를 봤다고 콕 집어 말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2007년 대회 당시 한국과 격돌한 경험을 물어봤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는데(브라질이 3-2로 승리할 때 파투가 두 골을 넣은 바 있다), 뜻밖의 대목에서 먼저 한국 축구 이야기를 꺼냈다.

"아르헨티나와 가진 경기를 봤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었다는 건 나처럼 국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일인데. 두 골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페널티킥이었던 두 번째 골보다는 선제골 넣은 선수가 좀 더 기억에 남는다. 드리블로 먼 거리를 단숨에 전진한 뒤, 골키퍼가 나오자 옆으로 살짝 찍어 차서 골을 넣은 선수가 인상적이었다. 아, 이름이 이승우인가? 잘 아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 골 넣은 선수와 페널티킥 넣은 선수 모두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파투는 같은 길을 앞서 걸었던 사람만 아는 삶의 사용 설명서를 갖고 있다. 이승우, 백승호를 비롯한 한국의 유망주들을 알지 못하지만 어떤 상황에 있든 스무 살에 해야 하는 일은 비슷하다.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파투는 조언을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은 한국에 대한 응원으로 마무리했다.

"득점한 두 선수는 앞으로 정말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두 선수가 A대표인가? 아니라면, A대표팀까지 도달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 거다. 아까 말한 것처럼 어린 시절일수록 매 순간이 소중하다. 지금 하는 것처럼 한 발씩 최선을 다해 전진하면 세계적으로도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할 거라는 예감도 U-20 경기를 보면서 갖게 됐다. 많이 응원하겠다. 우리 팀에 디에구(한국인 수비수 권경원)가 있거든."

"밀란 시절과 똑같은 수준으로 돌아왔다"

파투는 인터뷰를 갖기 하루 전인 27일, 톈진췐젠과 톈진테다의 지역 라이벌 경기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소속팀 췐젠이 3-0 완승을 거뒀고 파투의 골이 가장 명장면이었다. 한 달 동안 5경기 5골을 몰아쳤다. 득점력이 완전히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3월부터 4월까지 단 한 골에 그쳤던 것과는 딴판이다. 파투는 적응기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나처럼 생소한 나라에 온 선수는 먼저 적응을 해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적응할 것이 별로 없다. 프로 선수들은 리그를 바꿨다고 해서 경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이란 새로운 나라에 대한 적응이었다. 그게 경기력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다. 난 췐젠 동료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중국 생활에 거의 적응했다. 지금은 내 삶에 만족한다. 그래서 경기도 잘 풀리는 거겠지. 난 원래 성격이 밝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서 웃고, 인사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먼저 말을 건네는 편이다. 지금은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동료들에게 큰 감사를 보내고 싶다."

파투에게 톈진췐젠은 7번째 소속팀이다. 앞선 6팀 중 전성기를 보낸 팀은 단연 AC밀란(2007~2012)이었고, 그중에서도 초반 3년 정도가 가장 화려했다. 밀란 말년에 여러 부위에 지속적인 부상을 겪으며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상과 복귀를 여러 차례 반복한 파투는 유럽에 갓 도착했을 때의 실력을 되찾지 못한 채 아시아로 넘어왔다. 파투에게 밀란에 처음 갔을 때와 비교해 몸 상태가 얼마나 좋으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어제 골을 넣으며 느꼈는데 이제 밀란 시절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파투가 테다 골문에 넣은 골은 6년 전을 떠올리게 했다. 파투는 2011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경기가 시작된 지 24초 만에 득점했다. 놀라운 스피드로 수비수 전원을 따돌린 명장면이었다. 이번에 넣은 골 역시 중앙선부터 폭발적인 가속도로 수비 배후 공간을 파고든 뒤 순식간에 마무리했다.

"그래 보였나? 그런데 어제 계속 들었던 말과 똑같다. 여자 친구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다들 바르셀로나전 이야기를 하더라. 나도 그때가 생각나서 이번 골 영상과 밀란 시절 골 영상을 나란히 틀어놓고 봤다. 어쩔 수 없이 웃음 짓게 되더라."

중국에 오기 직전, 파투는 심각한 위기설의 대상이었다. 혹은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파투는 지난해 두 팀을 거쳤다. 첼시에선 컨디션 회복에 시간이 걸렸고, 비야레알에선 확고한 주전이 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중국으로 갔기 때문에, 명성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할 거라는 회의론이 있었다. 그러나 파투는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다.

"반년 동안 첼시, 그 다음 반년은 비야레알에 있었다. 사실 비야레알에 갈 때는 4년 정도 머무르고 싶었는데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췐젠에 왔을 때 내가 느낀 건 신뢰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날 정말 믿어줬다. 감독의 믿음을 비롯한 지금 환경이 날 기분 좋게 한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내 집 같다는 느낌을 받은 뒤부터 좋은 활약이 돌아온 거다. 아까 밀란 시절 이야기를 했는데, 밀란 막바지에 부상을 겪은 뒤 상파울루(2014~2015)에서 부활했었다. 상파울루에서 30골 넘게 넣었을 때와 지금 느낌이 비슷하다."

파투는 동료 디에구, 즉 권경원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파투와 권경원은 올해 슈퍼리그(1부)로 승격한 췐젠의 `상위권 진입 프로젝트`를 위해 나란히 영입됐다. 권경원과 한 팀에서 뛰면서 파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성격이 정말 좋은 친구다. 실력 측면은, 칸나바로 감독이 디에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더라. 물론 동료들도 우리 팀에 꼭 있어야 하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디에구가 뛰기 힘든 상황(올해 슈퍼리그의 외국인 출장 한도가 5명에서 3명으로 축소)이 있었을 뿐이다. 우린 다들 팀워크가 좋아지고 있는 상태인데 디에구도 그 중심에 있는 선수 중 하나다. 개인적으론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게 궁금하다. 췐젠에서처럼 자기 몫은 해낼 거다. 디에구는 늘 겸손하고 친절하다. 한국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들었다. 디에구를 사귀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알아가고 싶은 나라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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