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엉터리 장애인 신발이 25만원..줄줄새는 복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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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대부분의 비용을 지원하는 장애인 신발이 무자격자에 의해 대충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2급 장모(63)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신발 업체에서 정부가 구입을 지원해주는 교정용 신발을 맞췄다가 낭패를 봤다.
정부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관련 전문 자격증인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업체에서 신발을 맞추면 추후 서류를 확인해 신발값의 전액 또는 대부분을 보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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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대부분의 비용을 지원하는 장애인 신발이 무자격자에 의해 대충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편한 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한 신발이 지급되는 상황이지만 관련 제도가 허술해 세금으로 마련된 장애인 복지예산만 낭비되고 있다.
◇ 하이힐 같은 장애인 신발 "구석에 쳐박아둬"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2급 장모(63)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신발 업체에서 정부가 구입을 지원해주는 교정용 신발을 맞췄다가 낭패를 봤다.
오른쪽 발이 바깥으로 꺾여 있어 이를 지탱해주는 신발이 필요하지만 새로 맞춘 신발은 장 씨에겐 하이힐과도 같았다. 뒷굽을 너무 높였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발 앞쪽은 너무 딱딱했다.
신발을 신고 걸을 때마다 장 씨는 넘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고 발과 무릎에는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도저히 신발을 신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장 씨는 신발을 구석에 박아뒀다. 장 씨는 "나 같은 사람이 주위에 한 둘이 아니다"며 "다들 이런 식으로 신발을 맞추면 결국 내다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 씨처럼 의료급여를 통해 장애인용 신발 구입비용을 지원받는 장애인만 지난해 1014명에 달했다.
◇ 간판도 없는 지정 업체 '대충대충'
장 씨 역시 25만원을 들여 업체에서 신발을 구입했고, 이후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신발값 전액을 돌려 받았다.
장 씨는 정부에서 지정한 업체이니 당연히 장애를 고려해 잘 맞는 신발을 만들어주리라고 생각했다. 동네 주민들도 이 곳을 장애인 신발 제작 업체라고 소개했다.
막상 신발을 맞추러 가보니 업체는 허름한 지하상가에서 간판도 없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업체 주인은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있다"며 장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업체는 일반 신발 제작 방식과 다를 것 없이 신발을 만들었다. 장애인용 신발을 만들 때는 꺾어지는 발의 각도나 다리 통증을 꼼꼼히 점검해야 하지만 이 업체에서는 발 치수만 대충 쟀을 뿐이었다.
◇ 책임 안 지는 허술한 복지재원 관리
이처럼 장애인 신발이 전문성 없이 제작되는 원인은 등록 업체의 기준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등록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신발 제작 기술 자격증인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격증 보유자는 한 명이면 충분하고 그 밖에 다른 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실제 신발 제작은 기술자만 해야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해 업체 입장에서는 대표 등 1명만 자격증을 취득하면 그만이고, 정작 신발 제작은 다른 직원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업체에 지원금을 내준 강남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되레 "모든 직원이 다 자격증을 보유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불편함은 고스란히 장애인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측은 "기술이 없는 사람이 장애인 보장구를 만들면 분명히 불법이지만 그런 문제점들이 잘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류연정‧강혜인 기자] mostv@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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