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114)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불임클리닉] 최적 치료로 임신 성공 도와'각광'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2017. 5. 3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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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 연구 선도.. 환자별 개인 맞춤형 진료 시행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불임클리닉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김성아 연구원, 이민화 코디네이터, 김하신 임상강사(전임의), 김훈 교수, 최영민 교수, 김성우 임상강사(전임의), 김희선 연구원, 고희정 연구원, 강문주 연구원. 최현규 기자

의학에서 불임이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져도 1년 이내 임신이 안 되는 경우를 말한다. 평생 임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일차성 불임과 과거 임신을 해 본 적이 있는 이차성 불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할 경우 임신을 할 확률은 1개월에 25%, 6개월에 70%, 1년에 85% 정도다. 따라서 1년 이내 임신이 안 되면 산부인과를 방문, 불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한국인 부부의 불임 발생빈도는 대략 10∼15% 정도로 추정된다. 불임 가능성은 배우자의 연령이 많을수록 커진다. 특히 여성 나이가 30세 이상인 경우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6개월∼1년 이내 임신이 안 되면 신속히 불임검사를 받고, 적절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불임클리닉은 개인 맞춤형 진료를 통해 각 불임환자가 필요로 하는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방침을 수립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줘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초 시험관아기 시술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1985년 국내 최초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 이래 불임 부부의 진단과 치료, 연구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교수진 17명, 임상강사 8명, 전공의 3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약 30%가 불임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다. 최영민 김석현 서창석(병원장) 구승엽 김훈 등 교수 5명과, 김성우 김하신 등 전임의 2명이 그 주역이다.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에는 정자와 난자 세포를 키우고 관리하는 바이올로지스트 연구원도 다수 일하고 있다. 시험관아기 프로그램 시술 및 관리에 꼭 필요한 연구 인력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시험관아기를 포함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진 총 분만건수는 1500여 건이다. 1985년 이후 지금까지 32년간 이곳서 시행된 체외수정시술(시험관아기)은 총 1만1549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국내 불임 전문가의 산실로 통한다. 그동안 이 클리닉서 고강도 수련을 마치고 국내 유수의 난임센터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만도 100여 명에 이른다.

착상 전 유전진단 첨단기술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불임 치료를 위해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시술(시험관아기) 프로그램 외에도 다른 난임(불임)센터가 넘보기 힘든 의료술을 몇 가지 더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착상 전 유전진단(PGD)법과 가임력 보존기술이다.

착상 전 유전진단은 체외수정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발된 첨단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초기 세포분열 단계(4∼8세포기)의 배아에서 세포 한 개를 할구(割球), 유전검사를 해본 뒤 결함이 없는 배아만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을 유도할 수 있다.

통상적인 산전 유전진단법은 임신 초기에 양수검사나 융모막 검사 등을 통해 얻은 태아세포에서 유전질환이나 염색체 수와 구조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그 결과 문제가 있으면 이미 자궁에서 자리를 잡은 태아를 중절수술로 지워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착상 전 유전진단법을 활용하면 이런 난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다양한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성인과 소아 환자를 진단한 경험을 바탕으로 착상 전 유전진단법을 발전시켜 왔다.

현재 이 클리닉의 착상 전 유전진단 후 임신 성공률은 보통의 체외수정시술 프로그램과 비슷한 30% 내외 수준이다. 할구세포 유전검사를 통해 배아가 손상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암환자 대상 가임력 보존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가게 안의 가게’ 개념의 특수클리닉으로 ‘가임력(임신능력) 보존 클리닉’도 특별히 운영 중이다.

암을 진단 받은 가임기 여성이나 남성이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난소 또는 정소 기능 저하가 우려되된다. 이럴 때 가임력 보존 클리닉이 필요하다.

최영민 교수는 29일, “일단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생식기능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이후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가 없게 된다”며 “암 진단 당시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한 상태라 하더라도 아직 출산을 하지 않은 경우, 또한 아이를 더 갖길 원하는 경우엔 모두 가임력 보존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임력 보존 치료 대상은 비단 성인 암환자만이 아니다. 소아청소년 암환자도 해당된다.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소아청소년과, 종양내과, 외과 등 담당 교수들과 협진을 통해 암 진단과 동시에 암 치료계획을 세울 때 해당 청소년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방법도 같이 논의해 최적의 해법을 제공해주고 있다.

가임력 보존 치료는 크게 동결보존, 난소보호제(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작용제), 수술적 방법(난소전위) 등으로 진행된다. 동결보존은 배아 동결보존, 난자 동결보존, 난소조직 동결보존, 정자 동결보존이 모두 가능하다.

배아동결보존은 현재 체외수정 시술 후 잔여 배아를 보존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법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임상적으로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가임력 보존 방법이다.

최 교수는 “난자동결보존은 배우자가 없는 여성 암 환자가 선택하는 가임력 보존 방법, 정자동결보존은 남성 암 환자가 항암 치료 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가임력 보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소조직 동결보존은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을 확보한 의료진만이 시행 가능한 가임력 보존 방법이다. 난소를 통째로 떼어내 동결 보존하다가 암 치료 및 5년 생존 후 재이식, 한 달에 한 개씩 난자를 생산해 자연임신을 도모하는 최첨단의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을 포함한 일부 기관에서만 시행하고 있고, 이 방법으로 임신 및 출산에 성공한 경우도 100명 미만에 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 측은 현재 여성 암 생존자 6명의 난소를 동결보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4년부터 56명의 난자, 17개의 배아, 61명의 정자도 냉동 보관 중이라고 했다.

주3회 집담회 열어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은 주3회 정기 집담회를 열어 최신 불임연구동향을 살피고, 새로운 치료방향을 제시하는 등 국내 불임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시험관아기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배양실 운영 관련 콘퍼런스, 불임클리닉에서 진행하는 최신 임상의학뉴스 관련 콘퍼런스, 임상 의사와 연구원이 함께 불임치료계획을 복기하는 콘퍼런스를 통해 내공을 단련하고 있기도 하다.

글=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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