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우린 다르다'는 생각부터 지우길

2017. 5. 3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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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 잡음과 관련,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는 선거 때 공약했던 위장 전입을 포함한 '고위 공직 배제 5대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해 그것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기간을 거치지 못해 문제가 일어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 인사 기준을 만들 것을 비서실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지명한 청문회 대상자는 이미 청문회를 한 번 거친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제외하고 5명이다. 이 중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를 제외한 4명에게서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연일 확인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 후보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는 위장 전입,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는 위장 전입과 세금 탈루가 나왔다. 강 후보는 자녀 고교 입학을 위해 위장 전입을 친척 집에 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고교 교장 집이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5대 비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민간 기업으로부터 월 1000만원대 고액 자문료를 받은 점, 중소기업 시설 자금을 대출받아 임대업을 한 점 등이 확인됐다. 앞으로 20명 가까운 장관 등의 인사가 남아 있어 얼마나 많은 하자가 드러날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장관 후보들을 낙마시키는 방법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어왔다. 조국 민정수석은 위장 전입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5대 비리 배제'라는 공약을 한 것도 '우리는 다르다'는 그런 우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입장이 바뀌고 보니 다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자 '인수위 기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지나가려 한다. 하지만 사실은 문 대통령이 '5대 원칙'을 공약할 때부터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우리는 달라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오해를 한 것이다. 이 오해부터 지우고 겸허해지지 않으면 인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이낙연 총리 후보 인준 문제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국회 인준 표결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국민은 오랜 국정 혼돈 속에 탄생한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는 것을 바란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관용의 폭이 넓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민심은 돌아선다.

'5대 비리'는 위장 전입 외에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논문 표절 등이다. 여기에는 선거법 위반이나 음주 운전 같은 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 청와대와 여야는 이번 기회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가혹해서도, 지나치게 느슨해서도 안 된다. 지킬 수 있는 것을 만들되 한번 만들면 예외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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