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폐기' 주장하려면 에너지 代案부터 내놓아야

2017. 5. 3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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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원자력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라며 "원안위는 원전 중심 발전의 단계적 폐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갈 것인지 이른 시일 안에 분명한 방향을 정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 운영을 책임진 기관이다. 향후 에너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산업자원부가 중심이 돼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엉뚱한 질문에 원안위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국정기획위 측이 원전 폐기에 대응하기를 재촉한 것은 원자력에 대한 새 정부의 정서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하지 않고 새 원전은 더 짓지 않겠다고 했다. 환경 단체들은 원전 퇴출 목소리를 더 높여갈 것이다.

원전은 계획~건설~운전~폐기의 주기(週期)가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원자력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혁신 에너지 기술이 등장해 기존 에너지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급하게 탈(脫)원전을 밀어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처지에서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安保)를 지탱하는 핵심 기둥이다. 원자력 비중을 대폭 낮췄다가 유가가 급등하기라도 하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된다.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 건설을 억제하겠다면서 원전도 폐기해야 한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에너지로 살아가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스위스가 지난달 국민투표에서 2050년까지 원전 5기를 모두 폐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위스는 1인당 GDP가 7만8000달러로 우리의 2.7배에 이른다. 우리 경제가 스위스처럼 원전 폐기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인지 따져보지 않고 원전 퇴출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공정률 28%인 신고리 5·6호기만 해도 이미 들어간 비용이 1조4000억원이다. 원전 폐기 또는 감축은 정부 몇 사람이 성급하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동의(同意)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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