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양쪽으로 휜 한국 경제, 제3의 길로 곧게 펴야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2017. 5. 3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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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는 산업 육성 신화에 잡혀 사회 안전망 구축 못 하고 재벌 개혁 실패로 부조리 늘어
左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으로 경제활동 위축돼 경쟁력 약화
상대 장점 인정하는 協治로 가야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어느 진보 경제학자가 우리 경제는 오른쪽으로도 구부러지고 왼쪽으로도 휘어졌다고 오래전에 말했다.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것은 주로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사회 지출 규모가 너무 작다. GDP 대비 사회 지출 비중을 보면 10.4%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의 절반이고 일본의 23%보다 훨씬 낮다. 세금을 적게 거두기도 했지만 거둔 세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복지보다는 경제개발에 더 많이 써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정부 중심의 경제성장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해 총예산 대비 경제개발비 비중이 아직도 16% 수준이다. 이는 과거 30%를 넘던 것보다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평균 10% 수준인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앞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더 이상 정부가 할 일이 아니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중소기업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도산할 경우 그 기업에 근무하던 직원들 개개인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기업이나 산업 혹은 특정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의미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어렵다.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소비도 하게 만들려면 국민 모두가 어떤 경우에도 기본 생활은 할 수 있게 사회 안전망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둘째 이유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제도가 만들어져 있고, 법이 집행되기 때문이다. 사법 개혁과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의 잘못된 행위는 예외 없이 시정되도록 제도가 만들어지고, 법이 집행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오너 패밀리의 이익을 위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너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위임받아 오너들의 잘못된 행위들을 모니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인베스터 서비스 회사가 나타나야 한다. 건물주 등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임대료 등을 결정하는 행위도 합리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조선일보 DB

우리 경제가 왼쪽으로 휘어졌다고 하는 것은 경제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허용되는 비즈니스도 한국에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왼쪽으로 휘어져 있다. 국가가 가진 인허가 권한이 너무 많고, 공무원들도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락하지 않는다. 진보 진영에서는 경제 자유화가 소득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풀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것으로는 소득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경제활동 자유화는 공기업의 과도한 민영화나 기업 자유의 극대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와는 다르다. 기업의 잘못된 행위는 가차없이 시정한다는 전제 아래 선진국과 중국에서 하고 있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우리도 신속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규제 완화와 관련하여 현재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논의되고 있다. 전국을 14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특정 사업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법안이다. 예컨대 전남에서는 드론 산업, 부산에서는 해양 산업 등에 대해서 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정부 중심의 '포지티브 규제'(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정하고 그 외의 것은 금지하는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다 넓은 지역, 예컨대 호남 지역 전체를 환경과 안전에 영향이 없다면 모든 산업을 자유롭게 해주는 네거티브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다른 지역에서도 원한다면 그 지역도 규제프리존으로 지정해 주어야 한다. 규제 완화로 새로운 경제활동이 일어나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좌우로 휘어져 있다. 그래서 복지나 공정 경쟁 등 좌파 정책은 더 좌파적으로 해야 하고, 경제 자유화와 같은 우파 정책은 더 우파적으로 해야 한다. 진보 진영은 경제 자유화를 허용해주고 대신 의미 있는 사회 안전망을 얻어내야 한다. 보수 진영은 복지 지출 확대를 허용해주고 그 대가로 경제 자유화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다시 도약하고 국민이 편안해질 수 있다. 선진국은 이미 경제 자유화는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복지 규모를 가지고 큰 정부-작은 정부 논쟁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경제 자유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과는 달리 양측이 제3의 길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여야 협치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서로 양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원만히 진행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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