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中구단, 스무살 10명을 1군에 우겨넣기도.. 지쳤다"

석남준 기자 2017. 5.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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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항저우 감독 사임하며 구단의 해도 너무한 개입 밝혀
"단장이 벤치 앉아 전술 지시도.. 변명 않겠지만 실상은 알려야"
/연합뉴스

"말도 안 되는 민원에 지쳤습니다."

홍명보(48·사진)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과 지난 26일 결별한 사실을 공개했다. 2015년 12월 2년 계약하며 클럽 사령탑을 맡은 지 1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팀은 1부에서 2부로 강등됐다. 홍 전 감독이 결별할 당시 항저우는 2부리그 16개팀 중 10위였다. 홍 전 감독은 "부진에 대해 감독인 내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 변명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실상만은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홍 감독과 2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감독 재임 기간 중국 축구단의 팀 운영 개입이 상상 이상이었다고 했다. 홍 전 감독은 "전지훈련을 마친 올해 2월, 갑자기 단장으로부터 20세 선수 10명을 1군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며 "그들 10명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선수들이었다"고 했다. 20세 선수들이 항저우 대표로 중국 체전에 나가니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예전 한국 프로축구에도 특정 선수를 뽑아달라는 민원과 직간접적 압력은 있었지만 중국의 경우엔 정상적인 팀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이후로도 경기 때마다 20세 이하 선수를 4~5명씩 출전시키라는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선수 기용이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는 기본 원칙도 무너진 것이다. 홍 전 감독은 "단장이 경기 중 벤치에 앉아 전술을 지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홍 감독은 단장과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홍 전 감독과 구단의 불화는 올해 단장이 새로 오면서 생겼다. 지난해 항저우가 1부에서 강등되자, 홍 감독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이번 시즌 2부 잔류가 목표이니 지금처럼 선수 육성에 힘써달라"며 붙잡았고, 홍 감독이 육성한 선수 3명을 약 300억원을 받고 다른 1부 리그 구단으로 이적시켰다.

구단의 방침에 따라 20세 이하 선수들이 1군에 몰려오면서 기존 1군이 동요했다. 홍 전 감독은 "실력이 떨어지는 20세가 합류하자 우수 선수들이 1군에서 빠져야 했다"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이 뛸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항저우에서는 땀의 대가를 가르칠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항저우 지역 언론은 26일 "홍 감독은 누구를 경기에 내보낼지 결정할 수 없었다"며 "항저우 팬들은 홍 감독이 그동안 '해탈'했을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 전 감독은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이번 주 중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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