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구멍,화장실 나사못이 당신의 몸을 노린다..'몰카 보안관' 따라가 보니
비누 거치대와 수도꼭지 주변도 같은 방식으로 살폈다. 샤워실을 둘러본 뒤 김씨는 탈의실 보관함의 열쇠구멍, 벽걸이형 방향제에도 기계를 갖다 댔다.
김씨가 손에 든 기계는 ‘전자파 탐지기’다. 샤워기 등에 장착됐을 수 있는 몰래카메라를 탐색하는 것이다. 탐지기는 몰카의 전자파를 감지하면 경보음을 낸다.
김씨와 함께 박광미(49·여)씨는 붉은 빛을 쏘는 ‘적외선 탐지기’의 렌즈(8mm)에 눈을 대고 샤워실의 타일 틈을 꼼꼼히 확인했다. 탐지기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몰카를 반사하는 원리로 몰카를 찾는다. 신용카드 크기의 장비는 손이 닿기 힘든 탈의실 천장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한 시간에 걸쳐 헬스장을 ‘이 잡듯’ 살핀 두 사람은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다. 이날 용산경찰서 생활안전과 김보람(29) 순경과 함께 몰카 단속에 나섰다. 김 순경은 탐문 수사를 한다. 탈의실에 놓인 시계ㆍ로션 등을 가리키며 “혹시 못 보던 물건이 있느냐”고 헬스장 관리인에게 물었다.
헬스장 점검을 마친 이들은 인근 주민센터의 공중화장실로 이동했다. 김씨와 박씨는 번갈아가면서 탐지기를 이용해 변기와 휴지통 안을 살폈다. 화장실 문에 박힌 나사못까지 훑었다. 화장실 한 칸을 살피는데만 20분이 걸렸다. 좁은 화장실 안에 있던 보안관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다가오는 여름은 이들에겐 비상 기간이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이달 8일부터 26일까지 공중화장실과 탈의실 등 358곳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 특별점검’을 벌였다. 서울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 건수는 2012년 990건에서 2015년엔 3638건에 달했다.
화장실 한 칸을 살피는데 20분 씩이나 걸릴 정도로 몰카 기술은 발달했다. 김 보안관은 “몰카를 숨기는 장소가 상상을 초월한다. 렌즈가 바늘구멍(1mm)만한 몰카까지 있다. 그래서 구멍이란 구멍은 다 훑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탐지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인 1조로 활동하는 보안관에게 서울시가 제공하는 최신형 전자파ㆍ적외선 탐지기가 ‘무기’다. 서울시는 이 기기를 각각 25대씩 보유하고 있다.
대당 200만원에 달하는 전자파 탐지기(320g)는 몰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감지해 경고음을 내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적외선 탐지기는(대당 10만 원대)는 몰카 렌즈에 빨간 불빛을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숨겨진 몰카를 찾아낸다. 보안관들은 매월 한 차례 보안업체 전문가에게서 교육을 받는다. 신종 몰카 출몰지나 새로 개발된 몰카의 종류 등을 숙지하기 위해서다.
김 순경은 “몰카로 의심되는 물건을 발견하면 떼어내지 말고, 지문 채취와 범인 검거를 위해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몰카를 찍다가 걸리면 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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