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에서] 증세 거론하면서, 종교인 과세 미루려는 국정기획위

하남현 2017. 5. 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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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위원장 "준비 부족" 내세워
시행 2년 더 늦추는 법 개정안 준비
대선 때 "공정한 과세" 공약과 배치
표심 대신 원칙에 충실한 정책 펴야
하남현경제부 기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조세 정책의 근간이 되는 원칙이다. 납세의 의무는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그간 종교인에게는 이런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1968년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이 문제는 성역(聖域)과도 같았다.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 개개인이 세금 부과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종교인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종교인 과세 문제를 다시 공론화했다. 논란 끝에 2015년 12월에야 기타소득 중 하나로 ‘종교인 소득’을 신설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1월 1일부터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물린다. 그런데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시행을 2020년으로 2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어 현재 의원 서명을 받고 있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여서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불 보듯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만에 마련된 종교인 과세의 틀이 다시 뒤집어질 수도 있게 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2015년 12월 법안 통과 때 이미 2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세입 개혁을 통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과세 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종교인 과세 연기는 이와도 배치된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종교인 과세는 진작 시행됐어야 함에도 유예기간을 줘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를 또다시 미루겠다는 건 아예 종교인 과세를 폐기하자는 뜻으로 읽힌다”며 “공정·형평 과세를 위해선 종교인 과세 시행은 물론 불투명한 종교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한국의 조세 체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표심(票心)’이나 일부 이익단체 등에 휘둘린 통에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다. 일례로 전체 근로자의 48%가 면세자다. 절반 가까운 직장인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는 얘기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어떤 정치인도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다루지 않았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공약 등을 이행하기 위해 써야 할 돈이 많다.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세금을 거두는 데 특정 집단에 혜택을 준다면 나머지 납세자들이 납득하겠는가. 이미 세금을 걷기로 결정한 것을 되돌린다면 조세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종교인 과세도 원칙에 맞게 다뤄야 할 문제다.

하남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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