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회사 '꺾는 법' 열공

홍진수 기자 입력 2017. 5. 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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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회사 3곳에 손해배상 청구
ㆍ3년 동안 12번의 변론 공방…세미나 열어 전열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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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4년째 이어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9일 ‘전열을 재정비’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서울 마포구 스텐포드호텔에서 ‘2017 담배소송 전문가 세미나’를 연 건보공단 스스로 “소송 승리를 위하여 그 전열을 총체적으로 정비한다는 의미”라고 이날 행사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선 지난 3년간의 소송 경과를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소송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됐다.

2014년 4월14일 건보공단은 KT&G,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K) 등 국내외 담배회사 3곳에 손해배상 537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폐암·후두암 등에 걸린 흡연 피해자와 그 가족 등 31명이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지 꼭 나흘 만이었다.

건보공단의 소송 요지는 ‘담배로 인해 질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들어간 막대한 건강보험 급여비를 담배회사들이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힘이 없는 개인들은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수십년간 흡연자 건강정보를 축적해온 건보공단은 막강한 담배회사를 상대로도 승산이 있어 보였다. 손해배상액은 흡연으로 인해 폐암 또는 후두암이 발병한 환자 3484명의 진료비를 바탕으로 책정됐다.

3년 동안 12회 열린 변론기일에서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공단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가’ ‘흡연과 폐암 또는 후두암 사이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제조물책임 성립 여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책임 성립 여부’ ‘손해배상의 범위’ 등이 쟁점이었다.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법원 인사이동으로 재판부도 2번이나 바뀌었다.

29일 세미나의 제1세션에서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대한금연학회 홍보이사)는 담배회사들의 해외 패소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담배회사들이 소송 결과의 국제적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에서도 해외 소송 사례가 한국에 적용되는 것이 두려워 소송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고 짚었다.

제2세션에서는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이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서 회장은 “시민단체, 학계, 언론과의 협력으로 힘을 키우고, 담배회사의 불법·편법적인 활동을 폭로해 외곽을 포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담배 첨가물 내용을 공개해 국민의 관심을 끌고, 담배회사의 정·관계 로비도 폭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12번의 변론을 거치는 과정에서 담배는 유해물질이고 흡연은 중독으로 인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보험자가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현명한 판결이 나온다면, 건강보험 제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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