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바둑 인공지능 대전, 한국은 없다

이효상 기자 2017. 5. 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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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내 유일 ‘돌바람’ 걸음마 단계, 딥러닝 구현 수준 도달 못해
ㆍ중국 ‘줴이’ 일본 ‘딥젠고’ 고속 성장…알파고 이후 왕좌 겨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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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최고 기사 커제를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바둑계 정상에 오른 ‘알파고’가 하산을 선언했다. 앞으로는 알파고가 내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각국의 바둑 인공지능(AI)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고의 전선 이탈로 경쟁구도에 “김이 빠진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AI의 고도화를 위해 바둑 AI가 필요한 만큼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는 27일 “이번이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대국”이라며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개발된 각국의 바둑 AI들은 구글 딥마인드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알파고와 대국을 벌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3월 세기의 대국 이후 각국에선 앞다퉈 바둑 AI를 선보였다. 중국의 ‘텐센트’는 ‘줴이’를, 일본의 ‘드왕고’는 ‘딥젠고’를 내놨다. 두 AI 모두 개발이 시작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줴이다. 줴이는 지난 3월 일본 전기통신대학(UEC)이 개최한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딥젠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딥젠고도 만만치 않다.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알파고의 3~4% 수준이던 딥젠고의 기력은 현재는 프로기사와 겨룰 만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중국에는 ‘샤오두’와 ‘마커’, 일본에는 ‘아야’, 대만에는 ‘시지아이고’ 등이 있다.

모태인 알파고와의 대국은 어려워졌지만 정상을 노리는 이들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둑 AI는 바둑으로 상대를 이기는 기계지만, 알고리즘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의 성격도 띤다. 바둑은 언어의 장벽이 없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다 보니 범용 AI 개발의 전 단계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데이터센터에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냉난방을 제어함으로써 40%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얻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신소재나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는 영역에서 알파고를 활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바둑 AI 각축장에서 당분간 한국의 모습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예정이다. 당초 2012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바둑 AI ‘돌바람’이 있지만,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도입에 실패하면서 다른 바둑 AI에 뒤지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이 한국기원과 손잡고 기보 데이터 등을 제공해 바둑 AI 개발자를 도울 예정이지만 아직 첫발을 내디딘 수준이다.

김진호 서울과학기술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 교수는 “구글이 딥러닝 오픈소스를 공개할 당시 일본과 중국은 이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국내에서는 딥러닝을 구현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자금과 시간, 인력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은 알고리즘을 개발해 훈련시킬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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