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리포트] KTX 세종역 불씨 살릴 수 있을까

최두선 입력 2017. 5. 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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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서 경제성 미흡 결론

세종시, 국회분원ㆍ부처 추가 이전 등 논리도 재도전 방침

게티이미지뱅크

세종시가 KTX 세종역 신설을 위한 첫 관문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9 조기대선 이후 긍정적인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 이슈에 기대어 KTX 세종역 신설에 ‘심폐소생술’을 하겠다는 의지지만, 사업의 불씨를 살리기까지는 오랜 시일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진행한 ‘세종역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 따르면 KTX 세종역 설치 비용ㆍ편익비(B/C)는 0.59로 나왔다. 사업의 타당성은 통상 B/C가 1 이상일 때 인정 받는다. 반면 1 이하일 때는 사업의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TX 세종역은 경제성이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이번 결과에는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에 세종역이 들어서면 역간 간격이 20~25㎞에 불과해 KTX가 저속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재 26만명 수준인 세종시 인구와 주변 지역 수요를 모두 더해도 현실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컸다.

충북은 이 같은 타당성 조사 결과를 크게 환영하면서 KTX 세종역 신설 저지를 위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국회분원 오송역 설치와 세종시~오송역~청주공항 셔틀열차 운행, 수도권 전철 연장 등 구체적인 후속 방안까지 쏟아내며 공세를 더하고 있다.

반면, 대선 직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 세종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용역결과 발표가 두 번이나 연기됐는데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공식 발표도 아닌 국토교통위 소속 박덕흠(충북 옥천) 국회의원을 통해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앞으로 성숙될 외부 여건을 활용해 KTX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 하겠다는 의지다. 새 정부 들어 공론화되고 있는 국회 분원 설치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이전 등이 가시화하면 타당성 지수가 지금보다 높아진다는 점을 적극 어필할 방침이다. 나아가 추가 부처 이전이 사정권에 들면 정부부처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일단 간이역 수준의 세종역을 두고, 향후 ‘세종시=행정수도’가 결정될 경우 KTX 세종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도 내세울 참이다. 더불어 B/C가 약간 낮더라도 정책적 검증,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의 필요성 등을 반영해 종합평가(AHP)가 0.5 이상이 되면 국책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세종시의 이런 의지가 긍정적 결과로 나타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은 KTX 세종역 설치를 강하게 밀어 부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가 국회분원 등의 논의를 표면화했지만 정치권의 협의 과정에서 기대처럼 ‘일사천리’로 이뤄질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이 사안에 대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KTX 세종역 설치 타당성 용역 조사를 진행해 바로 얼마 전 결과까지 나온 마당에 이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국회 분원이나 중앙부처 추가 이전 등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이나 사안들을 가지고 벌써부터 KTX 세종역 신설을 다시 얘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런 문제들이 결정되면 그 때 가서 검토해 볼 수는 있다”며 “일반적으로 B/C가 0.8 이상일 때 AHP가 0.5 이상으로 이어지는데 이 정도라면 사업 추진을 고려할 수 있다”고 재검토 여지를 남겼다.

세종시 관계자는 “용역 조사에 국회분원 세종 설치 등 여러 대외 여건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앞으로 변화하는 여건 등을 반영해 KTX 세종역의 필요성을 계속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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