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유럽이 기댈 곳은 이제 없다"

김정원 입력 2017. 5. 29. 17:57 수정 2017. 5. 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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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제 유럽이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면서 유럽연합(EU)의 독자 행보 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 안보 등 원론적인 입장 차로 잇따른 파열음을 내던 메르켈 총리가 강경 발언으로 양국간 갈등에 정점을 찍으면서 미ㆍ유럽 관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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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불확실성 시대로

트럼프와 원론적 입장 차 확인

대미관계 재설정, 홀로서기 선언

“우리 운명, 우리 손으로 챙기자”

유럽 내부 결속 대폭 강화 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이 뮌헨에서 공동 개최한 총선 유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제 유럽이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면서 유럽연합(EU)의 독자 행보 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 안보 등 원론적인 입장 차로 잇따른 파열음을 내던 메르켈 총리가 강경 발언으로 양국간 갈등에 정점을 찍으면서 미ㆍ유럽 관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오후 뮌헨에서 열린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 공동 총선 유세에서 “지난 며칠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약 2,500여명의 청중을 앞에 둔 메르켈 총리는 26,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말할 수 있는 점은 ‘유럽인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손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ㆍ영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유럽의 미래를 위해선 스스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유럽 지도자들이 G7과 앞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노출한 직후 나와 사실상 미국을 향한 불만표출이자 EU의 홀로서기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순방 동안 파리기후변화협정, 자유무역 지향 등에서 요지부동 자세로 유럽 지도부와 입장 차이만 재확인해 소리 없는 원성을 샀다.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동맹국들이 기다리던 나토 조약 5조(집단안보 준수) 선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채 국방비 증액 문제만 강조,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의 대(對) 독일 무역적자를 둘러싼 양국간 날 선 공방 또한 메르켈 총리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메시지는 대서양 양안(미ㆍ유럽) 관계를 지독한 불확실성 속으로 집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나토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공조에 의존하던 EU가 독립적 행보를 위해 내부 결속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대표인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 대사는 “미국이 (세계 질서를) 이끌고 유럽이 따라 오는 시대의 종언“이라며 “미국은 핵심 이슈에 있어 유럽과 180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메르켈은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모두 메르켈 총리와 발걸음을 같이 할지는 의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만 해도 28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지도자였으며 일부 의견에 나도 동의한다”고 보다 중립적인 평을 내놓았다. 실제 프랑스는 유로존 의회 설립 등에 있어 독일과 미묘하게 갈등 중이며 그 외 폴란드와 헝가리 역시 최근 독일보다 트럼프 행정부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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