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주진형 전 대표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의견은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국제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당시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이름을 알렸던 주진형 전 사장은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삼성 계열사 합병 문제와 관련해 증언했다.

검찰은 먼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간담회에서 내놓은 주장에 대해 주 전 사장이 특검 조사 당시 "한마디로 정말 정신나간 주장"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주 전 사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제 자본의 국내 시장 불신만 초래하고 앞으로 국제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에 이 같은 증언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헤지펀드 공격으로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경제적으로 큰 손해다.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그렇게 챙기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국제소송 빌미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자 "ISD라고 투자자-국가 소송이 있다…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개입을 했다는 듯한 표현을 봐서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주 전 사장은 합병 과정에 대해서도 "반대 결정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봤다. SK합병처럼 삼성물산 합병도 전문위원회에 부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당시 전문위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전문위 위원이었던 박모 교수에게 문의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박 교수도 이해가 안 돼 알아보니까 청와대 뜻이라고 한다고 했다. 청와대 뜻이라고 해서 굉장히 놀랐고 상상도 못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박근혜정부나 청와대 인사들이 이 일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이 잘 안나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주 전 사장은 "언론(보도)을 보고 이해가 됐는데 삼성이 최씨와 정유라씨에게 거액의 승마 관련 지원과 각종 재단이나 단체를 지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당시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찬성의견을 밝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에 정부가 가담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종용한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됐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 역시 최씨 일가 지원 등을 댓가로 계열사 합병 등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5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