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차기 감독 선택, 'Who'보다 중요한 'How'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7. 5. 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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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명장들의 무덤’이 된 한화가 다음 사령탑을 놓고 어떤 선택을 내릴까.

한화는 지난 23일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 대행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시즌 도중 감독 부재 상황이 벌어진 만큼 팀이 정상화가 될 때까지는 이같은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할 계획.

그러나 일정이 여전히 한참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감독 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모두 꾸리기에는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새 감독을 빠르게 선임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팀이 나아갈 방향을 보다 뚜렷하게 설정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미 몇몇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을 비롯해 성과가 뚜렷한 외부 인사 영입, 내부 승격 또는 깜짝 발탁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종훈 단장은 지난 25일 대전 홈경기를 앞두고 기자실을 방문해 새 감독 선임과 관련된 입장을 간단히 밝혔다.

당시 박 단장은 “올해 뉴 챌린지라는 비전을 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추구하는 야구도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육성 기조를 단단히 하면서도 성적 및 전력 강화를 함께 도모하는 것으로 시작을 해왔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됐고, 이제 감독님을 떠나보낸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뉴 챌린지라는 팀 비전에 적당한 인물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령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박 단장은 구단의 비전에 대해 “한화가 정체, 퇴보에 대한 걱정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육성부터 출발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드는 것, 차근차근 올라선 선수들이 단단하고 응집력 있는 강팀을 만들어가는 것이 비전의 골자다”며 기존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많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 측은 발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김성근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남에 따라 당장 수습해야 할 일들이 많고, 민감한 사안들도 있어 보다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이 물러난 지 약 일주일이 흐른 현 시점까지도 온갖 소문만이 떠돌고 있을 뿐이다.

많은 야구 팬들이 한화의 새 감독을 ‘누가’ 맡게 될지에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다. 즉 구단이 새 사령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큰 가치로 둘 것인지, 선임된 감독과 어떤 모습으로 소통하며 향후 어떻게 지원해나갈 것인지를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사실 한화의 감독 선임에 ‘Who’가 중요한 요소였다면 지난 9시즌 째 경험하지 못한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진작 대권에 도전하는 위치까지 올랐어야 정상이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에 이어 ‘야신’으로 통하던 김성근 감독만큼이나 이름값이 화려한 지도자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한화는 김응용, 김성근 감독 뿐 아니라 과거 김인식 감독까지 포함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의 무덤이 된 곳이다. 팀이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든 원인을 감독들에게서만 찾아서는 곤란하다.

우선 구단이 미래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그 방향부터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2010년대 들어 리빌딩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었지만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최고의 명장들을 영입하는 선택을 내리며 과거 이름값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김응용 감독도 과거 밑바닥부터 출발해 해태 왕조를 세웠고, 김성근 감독 역시 수많은 약체 팀들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미 최고의 명성을 쌓은 시점에서 두 감독에게는 먼 미래보다 당장의 결실이 더 큰 가치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한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는 궁합이 맞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김응용, 김성근 감독 모두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단지 감독 선임 뿐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내지 못했다. 물론 한화는 지난 몇 년 동안 FA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 잡으며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해왔다. 김응용 감독 2년 차에는 정근우, 이용규를 FA로 영입했고, 김성근 감독 시절에는 권혁, 배영수, 송은범, 정우람 등 외부 FA 뿐 아니라 김태균을 비롯해 내부 단속 역시 소홀히 하지 않으며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올시즌에는 FA 시장에서 잠잠했지만 외국인 선수들에게 거액을 투자해 감독에게 나름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직후 한화는 정작 마운드 전력 보강이 가장 절실했던 시점에 FA 시장에서 빈손으로 철수했고, 모든 것이 꼬인 김응용 감독으로서도 실망 속에서 부임 첫 해 선수단을 꾸려야 했다. 1년 동안 유망주 발굴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없이 추락하는 성적에 점차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하나씩 꼬였다.

1년 뒤에는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하는데 성공했으나 역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마운드 보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가 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좋은 활약을 펼쳐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대적 투자와 함께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무리수가 본격화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는 당장의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더욱 심해지면서 유망주들이 대거 유출됐으며, 투자의 효율성은 더욱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임 첫 해 장원준 같은 확실한 선발감을 FA로 영입해주길 구단에 요청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구단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난색을 드러내면서 결국 다수의 투수를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는 것. 결국 김응용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대대적 투자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가장 원했던 자리의 보강은 타 구단과의 경쟁에서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한 한화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2010년 이후 한화에서 뽑은 투수 가운데 제대로 키운 사례가 이태양, 장민재 뿐임을 언급하며 지난해 육성팀을 호되게 야단쳤던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김성근 감독의 무리한 선수 운용 역시 큰 책임이 있지만 한화의 유망주 시스템이 선발에서 육성까지 과거부터 엉망으로 흘러왔던 것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결국 김성근 감독과 구단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2군 선수단에 대한 권한을 놓고 다투다가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는 올시즌 한화가 박종훈 단장을 앉히고 동시에 김성근 감독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 채 유임하는 움직임을 가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기도 했다. 유연한 소통의 부재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구단에 가지고 있는 불만을 취재진들에게도 자주 표출해왔다. 김응용 감독도 노골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지만 구단과의 연락을 한동안 끊거나 취재진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침묵, 또는 자리를 서둘러 뜨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종종 드러내곤 했다.

특히 김응용 감독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뿐 아니라 4월 초 2017 대학야구 주말리그 시구 차 횡성에 방문했을 때에도 한화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한화에 있었다고?”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화 감독 시절은 그에게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일 뿐이다.

우선 지난해 11월 강팀 도약을 위한 뉴 챌린지 선언을 한 만큼 좀 더 구체적인 방향부터 확실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지 이름값이 전부가 아닌 구단과 진정으로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인사를 신중히 물색해야 하며, 감독과 프런트가 확실한 역할 분담 속에 공통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하며 나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팀 재건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만큼 인내심과 서로에 대한 믿음 역시 필수적이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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