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해변에 방치된 324억짜리 흉물 '문산호'

이정훈 입력 2017. 5. 29. 16:50 수정 2017. 5. 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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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장사상륙작전의 상륙함인 '문산호' 복원사업이 3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2015년 1월에 끝났어야 할 사업이지만 부실시공 등에 따른 구조물 파손과 영덕군과 시공사 간의 지루한 법적 공방전으로 올해 장사상륙작전 기념식도 문산호 없이 치러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해안에 거치한 뒤 그 해 7월 태풍과 너울성 파도로 문산호 뒷부분 철구조물이 휘어지며 안전에 문제가 생겼고, 그 책임소재 등을 둘러싸고 영덕군과 시공사 간에 법적 공방전이 전개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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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장사상륙작전 기념 위해 복원

준공 앞두고 파도에 철구조물 휘어져

책임소재 등 두고 영덕군-시공사 소송전

주먹구구식 사업추진과 법적공방으로 3년째 흉물로 방치된 문산호.
주먹구구식 사업추진과 법적공방으로 3년째 흉물로 방치된 문산호.

영덕 장사상륙작전의 상륙함인 ‘문산호’ 복원사업이 3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2015년 1월에 끝났어야 할 사업이지만 부실시공 등에 따른 구조물 파손과 영덕군과 시공사 간의 지루한 법적 공방전으로 올해 장사상륙작전 기념식도 문산호 없이 치러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전승기념탑 앞 해변에는 324억짜리 흉물이 서 있다. ‘출입금지’ 팻말 뒤로 서 있는 애물단지는 영덕군이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사업 일환으로 추진해 온 문산호다.

영덕 앞 바다의 문산호는 1950년 장사상륙작전 도중 침몰한 문산호를 새로 건조해 ‘복원’한 것이다.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해변에 거치한 뒤 내부는 기념관 등으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으로, 지금까지 324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당초 2015년 1월 완공예정이었지만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해안에 거치한 뒤 그 해 7월 태풍과 너울성 파도로 문산호 뒷부분 철구조물이 휘어지며 안전에 문제가 생겼고, 그 책임소재 등을 둘러싸고 영덕군과 시공사 간에 법적 공방전이 전개 중이기 때문이다.

영덕군은 시공사 측이 설계 기준에 맞지 않게 시공하는 바람에 구조물이 파손됐고, 당초 예정된 준공 기일을 어긴 만큼 지난해 10월 예상 손해 60억 원 중 10억 원을 배상하라며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시공사 측도 남은 공사대금 12억 원 중 2억 원을 우선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낸 상태다.

2015년 여름 구조물 파손 후 영덕군은 한국강구조학회에 문산호 손상 원인분석을 용역 의뢰한 결과 선미 부분 가로, 세로 보강재 간격이 설계기준보다 넓고, 보의 크기와 두께도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는 결과를 내 놓았다.

영덕군은 용역결과가 나오기 전 방파제가 없는 북동쪽에 새로 방파제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에 가슴 졸이다가 10억 원 가량의 추가비용을 들여 보강하면 된다는 결과에 안도했지만 책임소재를 둘러싼 법적 공방전으로 ‘준공’은 또다시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장사상륙작전은 1950년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교란작전의 일환으로 부산에서 학도병 700여 명을 태우고 장사해수욕장 앞바다에 도착, 해안에 상륙해 인민군과 교전하다 전사 139명 등 231명의 사상자를 낸 작전이다. 장사상륙작전이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당시 작전에 투입된 문산호는 태풍 등으로 장사 해변 150m지점에 침몰했다.

영덕군은 비운의 문산호를 복원, 장사 일대를 호국관광지로 조성키로 했지만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으로 인해 혈세를 낭비하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영덕군은 소송이 마무리되면 남은 공사를 재개, 장사상륙작전을 재평가하는 등 안보전시관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안에 준공은 어려워 보인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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