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 영상 보고 악몽..극한 직업, 페이스북 모더레이터

이경희 입력 2017. 5. 29. 16:30 수정 2017. 5. 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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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페북 신고 영상 삭제 관리 업무 조명
2주 교육 받고 투입.. 악몽에 불면증 시달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 연합뉴스/Noah Berger]
페이스북에서 신고되는 부적절한 영상을 확인하고 삭제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의 업무 강도는 어떨까. 가디언은 페이스북의 모더레이터(moderator)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이 과중한 업무에 상응하는 대가를 못 받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가디언이 2016년판 페이스북 내부 컨텐트 관리 규정집을 입수한 뒤 이어온 '페이스북 파일' 보도 시리즈의 일환이다.

"일은 문자 그대로 즐거운 게 하나도 없어요. 매일 아침 9시에 컴퓨터를 켜고 누군가 그들의 머리를 잘라 낸 걸 봅니다. 매일, 매 순간, 그런 걸 보는 거죠. 참수 영상을요." 자신을 '페이스북 콘텐트 모더레이터'라 표현한 익명의 제보자는 가디언에 "우리는 박봉에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2주간의 훈련 코스를 마치고 SNS에서 테러리스트의 콘텐트를 삭제하는 임무에 투입된다. 임금은 시간당 약 15달러. 그가 속한 팀은 이용자나 알고리즘에 의해 리뷰해야 할 영상으로 표시된 사진, 영상, 이용자 프로필이나 그룹 등을 검토해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제보자는 "모두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를 느낄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악몽을 꾸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심리적 지원과 웰니스 리소스를 제공한다. 심리학자들과 함께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또 2주간의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인 훈련과 평가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관련 업무 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일하는 한 애널리스트도 "훈련이나 지원이 절대적으로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제보한 이들은 한번도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아본 적 없다고 말했다. 비록 근로자가 요청하면 회사가 몇 달에 한번씩 마련하는 상담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영어 능력이 부족한 이민자들이거나 모국어 관련 콘텐트 관리만 맡는 이들인데다, 혹시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상담을 알아볼 것이라면서다.

관련 업무를 하는 이들에 대한 페이스북의 지원이나 교육 등의 접근 방식이 업계 표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영국의 인터넷 감시 재단(IWF)과 미국의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도 아동 성학대 관련 모니터링 팀이 있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 역시 불법 콘텐트를 검토하고 삭제하는 스태프를 돕기 위해 내외부 상담가를 활용한다.

IWF는 애널리스트를 고용하기 전에 심리학자를 통해 포르노에 대한 의견이나 어린 시절의 경험 등을 물어보고 업무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업무 능력 인터뷰를 하고, 비로소 아동 성학대 이미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 지원자들에게 점점 강도 높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확인함으로써 그들이 이 일을 수행할 수 있는지 본다는 것이다.

합격하면 6개월의 수습 기간 동안 범죄 관련 법률과 인터넷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공부를 한다. 결정적으로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콘텐트를 본 뒤 여기에서 회복하는 법을 훈련받는다. 또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뒤에는 한달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는다. 매년 트라우마와 관련한 심리학자의 평가를 받는 건 물론, 자신이 원할 땐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NCMEC 역시 이와 비슷하게 6개월의 수습 기간을 둔다. 또 입사 인터뷰 때부터 회사를 떠날 때까지 정신 건강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다. 근로자의 배우자 등에게도 그들의 업무를 설명해주고, 스트레스 반응을 알아차리는 법을 교육해준다.

IWF나 NCMEC의 또 다른 점은 이들의 업무가 법 집행과 밀접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업무가 피해자들을 직접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가 같은 일을 하는 데 비해 동기부여가 된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일터 건강 프로젝트(Workplace wellness project)의 공동 설립자 나이드 샤이크는 이들 기관처럼 명확한 미션이 없는 회사는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들을 감정적인 콘텐트를 다루지 않는 분야로 로테이션시키거나, 연구를 기반으로 둔 프로젝트처럼 좀 더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업무에 배치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감정적인 자원을 써야 하는 노동자들은, 특히나 만족감이나 보상이 없는 일에 종사한다면 번 아웃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내부 직원용 매뉴얼에 따르면 한달에 5만4000건의 '복수 포르노'와 '몸캠피싱'을 검토한다. 일반적인 혐오 발언은 물론,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부정하는 콘텐트에 대해서도 법적 처벌을 받는 4개국(프랑스·독일·이스라엘·오스트리아)에서만 삭제하거나 숨기도록 했다. 동물 학대나 자해 생중계도 가급적 삭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점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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