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L.1st] 실력으로 선발 복귀한 슈퍼리그의 韓선수

김정용 기자 2017. 5. 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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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톈진(중국)] 한국 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리그, 돈의 액수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리그, K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모두 중국슈퍼리그(CSL)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돈봉투 너머를 보려 노력해 온 'Football1st'가 중국 축구 '1번가'의 현재 상황과 그 이면을 분석한다. 가능하다면 첫 번째로. <편집자주>

'2017 중국슈퍼리그(CSL)' 개막 당시 한국 선수들의 시즌 전망은 잿빛이었다. 외국인 출장 한도가 5명에서 3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주전 경쟁이 극심해졌다. 고액 연봉을 받는 공격 자원이 주전을 차지하고, 한국 선수들은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4월까지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반면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11라운드에는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뛰는 풍경이 돌아왔다. 27일 열린 톈진더비에 톈진췐젠 소속 권경원, 톈진테다 소속 황석호가 모두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허베이화샤싱푸의 김주영, 장쑤쑤닝의 홍정호, 연변푸더의 윤빛가람과 김승대도 선발로 뛰었다. 26일에는 상하이선화의 김기희와 충칭리판의 정우영도 선발로 경기를 소화했다. 한국 선수 8명이 한 라운드에 일제히 경기를 가졌고, 교체출장한 선수 없이 모두 선발 출장이었다. 중국, 브라질(13명)에 이어 11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뛴 국적이 한국이었다.

한 라운드에 우연히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 점점 한국 선수들의 기회가 늘어나는 양상이 확인된다. 윤빛가람, 김승대, 홍정호는 원래 꾸준히 뛰어 온 선수들이다. 한동안 명단에서 제외돼 있던 김주영과 황석호는 5월에만 4경기를 소화하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권경원, 김기희도 최근 2경기를 소화하며 팀내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정우영도 시즌 초반에 이어 두 번째 선발 경기를 소화했다.

이들 중엔 동료 외국인 공격수의 부상 공백을 틈타 1군으로 진입한 뒤 꾸준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황석호처럼 기회를 잘 잡은 경우도 있지만, 꼭 동료의 부상 덕분에 뛴 건 아니다. 권경원의 경우 톈진췐젠의 브라질 출신 공격자원 두 명이 모두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컨디션이지만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 모라에스는 이튿날 열린 2군 경기에 투입돼 컨디션을 가다듬어야 했다.

시즌 초 관중석에서 경기를 바라봐야 했던 한국 선수들은 동료들의 결장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5월이 되자 각 팀에서 부상과 징계가 발생하며 한국 선수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2, 3개월 동안 벤치에도 들지 못하다가 갑자기 선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 감각 문제 없이 제 기량을 보여줘야 했다. 한국 선수들은 대체로 자기 관리를 잘 하며 기회를 기다린 편이었다. 이임생 톈진테다 신임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외국 공격수처럼 대스타는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한다. 책임감이 있다. 기회를 잡을 자격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선수를 투입하면 수비력 보강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부 구단에서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톈진췐젠은 이번 시즌 권경원을 기용한 세 경기에서 모두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허베이는 김주영이 뛴 5월 네 경기에서 총 2실점만 내주고 3승 1무를 거뒀다.

권경원은 "내 기량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외국인 공격수를 줄여야 전술적 균형이 맞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외국인 공격 자원 세 명이 모두 공격진에 투입되면 그중 한두 명은 수비 가담에 소홀한 선수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외국인 공격수 한 명이 빠지고 중국 선수가 그 자리를 메우면, 기량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더 헌신적으로 뛴다는 것이다. 그 효과로 팀 전체의 수비적 균형이 나아지고, 실점이 줄어든다는 것이 권경원의 설명이다.

5월은 기회의 달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 상당수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중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려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긴 하지만 후반기에도 변수 투성이인 주전 경쟁을 하려면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중국축구협회는 내년부터 선발 명단에 외국인 선수만큼 23세 이하 중국인 선수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외국인 선수의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분위기다. 한국 수비수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떠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에 남으려는 선수들은 후반기에도 계속 팀내 입지를 유지해가며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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