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하필 이 가뭄에, 모내기 못할것"..환경단체 "더 열어야"

입력 2017. 5. 29. 16:12 수정 2017. 5.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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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심한 경기·충남 농민, 환경단체 4대강 수문 개방 반응 엇갈려
당장은 방류량 많지 않을 듯..공주시 반대 요구서 국무조정실 전달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4대강 6개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한 것을 두고 농민과 환경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기와 충남 등 가뭄이 심한 지역 농민들은 수문을 개방하면 영농 차질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는 보 개방을 반기면서도 방류량이 몇 해 전부터 실시해 온 펄스 방류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펄스 방류는 녹조류의 생장을 억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것을 말한다.

29일 정부가 밝힌 4대강 보 상시개방 계획에는 농업용수를 비롯한 수자원 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물 한 방울이 아쉬운 농민들은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뭄이 심각한 경기·충남 농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기상청에 따르련 올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61.1㎜로 평년 292.7㎜의 56% 수준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경기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7%로 떨어졌다. 평년 저수율 64%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충남 서북부 8개 지역은 유일한 상수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이날 현재 역대 최저인 10.1%를 기록하자 "이러다가 또 식수난을 겪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이 지역은 지난 3월 '경계 단계'에 진입했고,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다음 달 말에는 저수율 7%대로 가장 높은 경고 수준의 '심각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예측했다.

자칫 잘못하면 2015년 하반기 '제한급수'를 2년 만에 다시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 농민들 "하필 이 시점에 수문 여나"

2년 만에 심각한 가뭄을 겪는 충남지역 농민들 속은 짝짝 갈라진 논바닥처럼 타들어 가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물 한 방울이 아쉬운 판에 겨우 모아놓은 물을 그냥 흘려보내기로 한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가뭄이 극심한 시점에 수문을 열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주보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소학양수장 주변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모(78)씨는 "금강보 설치로 물 끌어다 쓰기가 수월해 영농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물을 그냥 흘려보내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김씨는 "지금 물을 빼면 많은 농민이 모내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말고 물 사용이 적은 가을에 수문을 개방하는 게 어떠냐"고 주문했다.

공주 우성면에 사는 이모(63)씨도 "보통 6월 중순까지 모내기하는데, 물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모내기가 힘들어져 올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공주시는 지역 농민들의 이런 우려를 반영해 최근 "공주보 물을 개방하면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뿐 아니라 금강 수변공원 일대의 수상스포츠대회 개최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수문 개방 반대 의견을 담은 요구서를 국무조정실에 전달했다.

가뭄이 상대적으로 덜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보를 개방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재원 경북 고령군 농업기술센터 정책담당은 낙동강 강정고령보 개방과 관련, "강정고령보는 농업용수 확보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면이 크다"고 반겼다.

그러나 "보에 물이 너무 많으면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일부 작물 재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초기 방류량 많지 않을 듯

농민들의 이런 우려와 달리 수문 개방에 따른 방류량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농업용 양수장에서 취수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방류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모내기 철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현재 4대강 16개 보에는 모두 122개의 양수장이 설치돼 물을 뽑아 쓰고 있다.

이 가운데 다음 달 상시 개방되는 6개 보를 취수구 높이에 맞춰 개방하면 수위는 0.2m∼1.15m 정도 낮아진다.

공주보는 현재 관리수위 8.75m를 유지하면서 1천560만t의 물을 확보하고 있다.

취수구가 설치된 8.5m 수위까지 수문을 연다고 가정하면 하루 120만t을 흘려보내게 된다. 현재 확보 수량의 8% 수준이다.

영산강 죽산보 수문을 열면 수위가 3.5m에서 2.5m로 1m 낮아질 것으로 전남도는 예측했다.

합천창녕보 수위는 10.5m에서 9.5m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우선 양수장 가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문을 개방하되 이후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 점진적으로 보 수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환경단체 "보 방류 환영…수문 더 열어야"

그동안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계속해서 주장한 환경단체는 이날 정부의 수문 개방 계획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영산강은 보를 만들기 전에도 이미 취수를 해서 물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용수 이용 측면에서 본다면 처음부터 보를 만들어서 물을 가둘 필요가 없었다"며 "수문을 개방하면 수위가 낮아지는데, 이로 인해 취수가 힘들게 되면 취수탑 구조를 개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 유역 환경단체는 "정부가 오늘 발표한 수문 개방 계획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앞으로 수문을 더 확대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창진환경연합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으로는 녹조도 해결하기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수중 생태계인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물고기 폐사 등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시 방류 수준이 몇 해 전부터 실시해온 펄스 방류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손대성 김선경 정회성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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