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죽음의 조'에서 살아난 신태용호 '이런 점 칭찬해~'

조회수 2017. 5. 29. 16: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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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추첨 당시 대한민국과 같은 조로 아르헨티나가 호명되는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끝이 아니었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도 모자라 잉글랜드와 기니가 차례로 같은 조에 편성됐고, 우리는 전문가 분석 없이도 대한민국이 '죽음의 조'에 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조추첨에 직접 참여했던 차범근 조직위 부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을 무대 뒤에서 마주치는 순간 민망함을 주체하지 못한 채 웃음을 터트렸다. '어쩜 이렇게 될 수가 있냐'는 듯 두 사람은 그저 말없이 웃었다.

행사 종료 후 무대 아래서 마주친 신태용 감독과 차범근 부위원장이 입을 가린채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어이없는 웃음이 날 정도로 당황스러운 조편성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당시 차범근 부위원장은 "A조에 속한 다른 나라도 홈팀을 만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신태용 감독 역시 "어차피 목표는 8강이다. 그곳에 가려면 누구를 만나든 이겨야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행사가 끝난 후 우승컵을 휴대폰에 담는 등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조추첨 행사 종료 후 무대 위로 올라가 우승컵을 촬영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의 자신감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은 그 '죽음의 조'에서 2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잉글랜드전에 패하긴 했지만 3경기를 종합해본다면 칭찬할 것이 훨씬 많은 신태용호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신태용호 이런 점 칭찬해~'

신태용호의 도전이 목표대로 8강까지 갈 지 16강으로 마무리 될 지 모르지만 결과가 어떻든 칭찬받아 마땅한 장면들을 미리 준비했다.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칭찬할 부분은 미리 마음껏 칭찬해보려 한다.


#카메라가 없어도 한결같은 팬 서비스

'우리 선수들이 교체되어 나갈 때마다 관중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것도 정말 보기 좋더라. 앞으로도 국가대표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시길!'   다음아이디:PS*


지난 칼럼 <20살의 능청스런 세리머니>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댓글 중 하나다. 신태용호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바른 청년들이라는 이미지다. 그런데 가까이서 본 신태용호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가 아닌 실제로 친절이 몸에 밴 느낌이다. 경기를 직관했거나 오픈 트레이닝데이를 찾은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매 경기마다 경기장 4면을 돌며 인사를 전하고, 붉은악마와 함께 기쁨을 나눈다. 그리고 스스럼 없이 A보드를 넘어 팬들에게 다가간다.

5월23일 아르헨티나전 종료 후 선수단이 서포터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런 장면은 취재진의 요청으로 연출될 때가 많지만 신태용호의 경우 스스로 팬들에게 다가가 먼저 포즈를 취해보인다.

이 정도는 약과다. 대회 전에 열린 평가전에서는 더 했다. 팬들과 일일이 셀카를 찍고, 사인을 하고, 시간이 모자를 때면 '미안하다'며 '주차장으로 오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보탤 정도였다.

5월14일 출정식이 진행되는 동안 백승호가 행사에 참여한 팬의 셀카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인볼을 전달하려고 이동하는 백승호에게 다급하게 셀카를 요청하자 허리를 숙여 촬영에 응하는 백승호
관중석에서 부탁한 사인요청에 서로 유니폼을 잡아주며 차례로 사인을 남기고 있다.
팬의 휴대폰을 받아 직접 셀카를 찍어주는 조영욱
마지막까지 남아 사인을 하는 이승우
취재진도, 팬도 모두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마지막까지 사인을 하고 난간에 매달려 셀카까지 찍어주는 김승우 
5월26일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 몸을 풀던 조영욱이 팬들의 응원에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프로팀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프로급 팬 서비스는 실력을 떠나 박수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눈이 즐거웠던 또 하나의 팬 서비스, 세리머니

3경기 동안 나온 5번의 세리머니는 정말이지 보는 것만으로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이 또한 팬 서비스의 일종이지만 굳이 따로 소개하는 이유는 그 정도로 잘 했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 신명 나는 세리머니였다.

전 관중이 파도타기를 하며 들썩일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 그들의 역할도 컸다.


#매 경기 결승전처럼 뛴 신태용호

"첫 경기부터 결승전이란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임하겠다. 그렇게 하면 8강, 4강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다”  -5/19 기니전 공식 기자회견 중 신태용 감독-​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잉글랜드전(5/26)은 매 경기 결승전처럼 임하겠다는 각오를 증명한 자리였다. 앞선 두 경기에 승리하면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했지만 그렇다고 남은 경기를 느슨하게 치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비기기만 해도 조1위가 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난 항상 이기기 위해 경기한다. 지는 것은 물론이고 비기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단호하게 답했던 신태용 감독은 정말로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결과는 따라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세는 그랬다.

신태용 감독은 항상 경기 전 벤치에 나와 자신만의 '루틴'의 시간을 갖는데, 이날도 역시 지난 경기와 다름없이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니, 오히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연신 얼굴 근육을 푸는 모습에 16강행을 조기 확정한 감독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진심으로 이기고 싶었던 것이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수와 격려가 많았던 지난 경기에 비해 이날 경기에서 신 감독은 유독 선수를 다그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물론 경기가 안풀린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이기고 싶은 열망도 컸던 것이다.

절실함은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순간이면 모두 벤치에서 일어나 경기에 집중했고, 백승호는 경기 맥락을 끊는 주심의 종료 휘슬소리에 볼을 집어던지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동이 과격했지만 그만큼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후반 막판 대부분의 선수가 긴장한채 벤치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맥락을 끊는 주심의 종료 휘슬소리에 볼을 집어던지는 백승호 


#입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원팀​

또 한 가지 칭찬하고 싶은 점은 하나된 팀을 위한 노력을 입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백승호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면 한결같이 답변을 거절한다. '한 선수가 뛰어나다고 평가하면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은 사기가 저하된다'는 것이 신 감독의 지론이다. 신태용 감독이 강조하는 '원팀'이 얼마나 잘 실천되고 있는지는 선수단을 보면 알 수 있다.

5/26 잉글랜드전 종료 후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에게 물을 전달하고 있다. 

벤치에 대기하고 있던 선수가 지친 동료에게 물을 전달하고 다독이는 모습은 매 경기 볼 수 있었다.

 후반 교체아웃 된 하승운의 손을 꼭 붙잡는 골키퍼 이준

또래끼리 모이다 보면 경쟁과 시샘이 더 커지기 마련인데, 그들에게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종료 휘슬이 울리면 경기에 뛰든 안 뛰든 모두 하나다.   


#권위적이지 않은 자유로움

마지막으로 칭찬하고 싶은 점은 권위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스포츠 분야는 선후배·스승과 제자 사이의 위계질서가 특히 강한 편인데, 20세 이하 대표팀 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던 것과 사뭇 다르다. 서로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스킨십도 자유롭다.

포토데이 행사가 끝나고 임민혁과 나란히 숙소로 향하는 전경준 코치 
그라운드에서 몸을 푼 뒤 플라비오 피지컬 코치와 악수를 나눈 뒤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는 백승호 

이런 분위기는 그라운드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5/26 잉글랜드전 실점 이후 동그랗게 모여 서로를 격려하는 선수단
 5/23 아르헨티나전 전반전 종료 후 코칭 스태프와 의견을 주고 받는 신태용 감독 

실점 후에 감독 눈치를 살피기 보다 서로 모여 의기투합 하는 선수단, 전반전 종료 후 코칭 스태프와 의견을 주고 받은 뒤 라커로 향하는 감독. 권위적이지 않은 분위기는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지향하지만 참 실천하기 힘든 부분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신태용호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학원축구에는 아직도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윽박지르는 '감독님'이 많이 계신다. 신태용호가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가 그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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