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MLB 스포일러] 앤드류 맥커친, 쓰러진 '해적 선장'

박민규 칼럼니스트 2017. 5. 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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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류 맥커친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 잭 스패로 선장은 그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탈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배이자 자신의 소유였던 블랙펄 호를 빼앗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재기에 성공하는 과정은 잭 스패로 선장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도 잭 스패로 선장만큼이나 유명한 해적 선장이 있다. 피츠버그의 앤드류 맥커친이다. 2005년 드래프트 1라운더로 피츠버그에 입단한 맥커친은 메이저리그 데뷔 4년째였던 2012년 타율 0.327 31홈런 96타점의 성적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한편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를 차지하며 해적 선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 맥커친은 잭 스패로 선장과는 달리 부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맥커친은 24홈런을 치며 6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이어 가긴 했지만 타율 0.256, OPS 0.766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성적 또한 0.212/0.286/0.385로 지난해보다도 좋지 않으며 OPS는 0.700에도 미치지 못하는 0.672에 불과하다.

맥커친의 파워는 상당히 감소한 듯 보인다. 올 시즌 맥커친의 순장타율(ISO)는 0.173으로 2010년 기록(0.163)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커리어 가운데 가장 낮다. 맥커친은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5월까지 0.198의 순장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장타력 감소보다도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맥커친의 선구안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맥커친은 연평균 0.404의 출루율과 82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맥커친보다 더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조이 보토(0.446) 한 명뿐이다. 지난해 맥커친의 삼진 비율은 21.2%로 처음으로 20%가 넘어갔다. 다행히 올 시즌 삼진 비율은 18.6%로 그보다 낮아졌지만 볼넷 비율은 데뷔 이래 가장 낮은 9.0%(종전 최저 2016년 10.2%)에 그치고 있다.

● 앤드류 맥커친 시즌 성적 변화(2013-2017)

2013 : 0.317/0.404/0.508/0.911 wRC+ 156

2014 : 0.314/0.410/0.542/0.952 wRC+ 168

2015 : 0.292/0.401/0.488/0.889 wRC+ 146

2016 : 0.256/0.336/0.430/0.766 wRC+ 106

2017 : 0.212/0.286/0.385/0.672 wRC+ 80

올 시즌 맥커친은 지난해에 비해 스윙 비율은 줄고 콘택트 비율은 늘어났다. 올 시즌 스윙 비율과 콘택트 비율은 각각 43.6%, 78.7%로 특히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벗어나는 스윙 비율은 지난해보다 3.3%p 낮아진 20.8%다. 이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유인구에 잘 속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안타 생산력이 낮은 올 시즌, 맥커친의 BABIP는 0.228로 지난해(0.297)와 통산 기록(0.327)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불운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타구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맥커친의 통산 강한 타구(Hard)의 비율은 36.9%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연평균 0.320/0.405/0.534를 기록했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맥커친이 기록한 강한 타구의 비율은 39.2%였다. 맥커친이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0.400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할 수 있는 선구안과 함께 뛰어난 타구 질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맥커친의 강한 타구의 비율은 2009년(30.5%) 이후 가장 낮은 31.5%다. 과거만큼 강한 타구를 많이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타구 속도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스탯캐스트가 도입된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맥커친의 타구 속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2015년 시속 90.8마일이었던 맥커친의 평균 타구 속도는 지난해 89.6마일이었으며 올 시즌에는 87.8마일로 2년 사이 무려 3마일이 떨어졌다.

문제는 맥커친의 타구가 수비 시프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 타구 질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맥커친은 지난해 44.8%의 타구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빌 제임스 핸드북’에 따르면 지난해 맥커친이 수비 시프트로 손해를 본 안타는 15개였다. 올 시즌 46.2%의 타구를 당겨 친 맥커친은 수비 시프트 상황에서 타율이 0.129에 불과하다(2015년 0.314→2016년 0.289).

떨어진 타구 질은 타구 유형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맥커친의 평균 타구 각도는 16도. 2015년(13.9도)에 비해 과도했던 어퍼컷 스윙으로 지난해 맥커친은 많은 삼진(21.2%/143삼진)과 많은 인필드 플라이(12.6%)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 타구 각도를 다시 13.9도로 낮췄지만 되돌리기에는 타구 질이 매우 좋지 않다. 올 시즌 맥커친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14.7%에 불과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2013-2017 맥커친의 타구 유형 변화 ⓒ fangraphs

‘금지 약물 시대’ 이후 밝혀진 점은 전성기 기량을 30대 중반까지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연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26세에서 28세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하며 30대가 되면서 운동 능력이 하락세에 접어든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근육의 노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천적인 노력이란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해 맥커친은 시즌 내내 오른손 엄지 손가락에 부상을 달고 출전했다. 이는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맥커친의 부진이 지속된다면 그가 ‘해적 선장’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따르게 된다. 맥커친은 30대의 첫 시즌을 지난날과 같은 경기력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그리고 피츠버그 호의 해적 선장으로 남을 수 있을까.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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