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왜 中은 축구에 투자하나, 톈진췐젠 구단주에 듣다

김정용 기자 입력 2017. 5. 29. 07:47 수정 2017. 5. 29. 08:05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톈진(중국)] 김정용 기자= 중국 축구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디에구 코스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등 슈퍼스타들의 슈퍼리그행 소문이 매일 쏟아진다. 중국 여름 이적시장이 6월 19일 개장을 앞둔 가운데, 올해도 스타들의 종착역은 중국이다.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선수 한 명에게 수백억 원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중국이 축구에 투자하는 이유를 듣기 위해 `풋볼리스트`는 톈진췐젠 구단주인 슈유후이(49) 췐젠그룹 회장을 만났다. 슈 회장은 사실상 단장 역할까지 하며 췐젠 경영을 직접 관리한다. 파격적인 구단주 인터뷰가 성사된 것도 슈 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 때문에 가능했다. 슈 회장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선수 영입 건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췐젠은 여름 이적설의 중심에 있는 팀이기도 하다. 코스타, 오바메양 모두 췐젠과 연결됐다. 올해 승격한 췐젠은 악셀 비첼과 알렉산드르 파투를 영입하며 관심을 모았고,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한국 수비수 권경원을 아시아 쿼터로 선택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가장 빠르게 발전 중인 팀으로 꼽힌다.

26일 회장 집무실에서 `풋볼리스트`와 마주 앉은 슈 회장은 축구에 대한 투자를 일종의 자선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췐젠그룹이 성장한 연고지가 톈진이었다. 톈진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톈진췐젠은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는 팀이다. 이 팀에 투자하는 이유는 뭔가

네 가지로 이야기하겠다. 첫 번째는 내가 축구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축구 이전에 기업가로서 사회 환원 사업을 많이 해 왔다. 셋째, 축구는 모든 시민들에게 재미를 주는 스포츠다. 축구에 투자하는 것도 일종의 사회 환원 사업인 셈이다. 넷째, 나도 다른 기업가들처럼 중국 축구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

-팀을 운영하는 목표는? 높은 순위인지, 아니면 다른 목표가 있는지

첫 번째는 성적이다. 두 번째는 유소년 선수들을 키우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쟁취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요한 건 경기 내용이다. 그냥 이기는 게 아니고 재미있는 축구를 해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성적이 좋아야 하는 건 톈진시 너머 중국 전역의 팬들에게 이 팀을 알리기 위해서다.

-유소년 육성을 강조한다면, 내년부터 도입되는 23세 이하 선수기용 규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규정에 대해 내 의견을 밝히는 건 옳지 않은 일 같다. 나는 따를 뿐이다. 대신 유소년 육성에 대한 내 관점을 말해줄 수 있다. 이 도시에 있는 프로팀의 성적이 좋고 경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축구에 빠져든다. 길거리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유소년 선수도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성적과 경기력 역시 유소년 육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까 성적과 유소년 육성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따로 떨어져서는 제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같이 해야 한다.

*중국축구협회는 내년부터 슈퍼리그 선발 명단에 외국인 선수만큼 23세 이하 선수를 기용하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무분별한 외국인 기용을 억제하고 유소년 육성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지나치게 과격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축구가 사회 공헌의 일종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당연히 슈퍼리그는 아까 이야기한 성적, 좋은 스쿼드, 재미있는 경기력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쓰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기분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를 느끼면 몸이 건강해지고, 시민들이 단결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안정시킨다.

나는 이렇게 계산한다. 일 년에 10억 위안(약 1,640억 원)을 투자해서 팬 5,000만 명에게 30경기만큼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해 보라. 일인당 20위안으로 30번이나 되는 행복을 선사하는 셈이다. 시민들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값싼 방법이다. 이 정도 돈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슈 회장은 인터뷰 내내 틈틈이 "나는 오랫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해 왔다"며 자선사업가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이 2015년부터 발표한 중국 100대 자선가 순위에 따르면 슈 회장은 2년간 약 106억 원 기부해 39위에 올라 있다.

-슈퍼리그는 모든 팀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리그다. 췐젠을 다른 팀보다 더 성공적으로 이끌 자신이 있나?

방금 한 말대로 중국의 모든 구단이 투자를 하고 있다. 난 정정당당하게 하면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돈 많은 팀이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과정을 밟는 경우가 있다. 선수 영입을 할 때도 경쟁이 붙는다. 예를 들어 몸값이 8,000만 유로인 외국인 선수가 있는데 중국 팀끼리 경쟁하면서 8,100만 유로나 8,200만 유로에서 이적이 성사되면 정상적인 경쟁이다. 문제는 이 선수에게 1억, 2억 유로를 지불하겠다고 나서는 팀들이다. 중국 팀끼리 싸우면서 이적료를 올린다. 돈 많으니까 그래도 된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영입하는 건 비정상이다. 부작용이 따른다. 나는 오히려 정상적인 투자를 원하는 스타일이다.

-슈퍼리그가 얼마나 발전했다고 생각하나. 한국과 일본의 프로축구에 비교한다면

실력 수준은 한국, 일본을 비슷하게 따라잡았다고 생각한다. 발전 속도는 물론 더 빠르다. 슈퍼리그 성장을 방해할 만한 사정이 생기면 성장 동력을 잃고 다시 한국, 일본보다 낮아질 수도 있을 거다. 그런 사정만 없으면 오래잖아 추월할 수 있다. 한국 축구에 대해선 5, 6년 전에 아주 재미있는 축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축구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본다.

-슈퍼리그에서 열리는 사상 첫 톈진 더비를 앞두고 있다. 특별한 라이벌 의식이 생겼나

내겐 재미있는 사정이 있다. 더비 라이벌이라고 해서 톈진테다와 췐젠 팬들이 심하게 대립한다. 그런데 난 원래 테다에 투자하던 사람이다. 테다와 헤어진 뒤 새로운 팀에 관심을 갖고 전폭적으로 투자해서 지금의 췐젠 구단주가 된 거다. 이런 사정이 있는데도 테다 팬들은 날 싫어하는 것 같다. 구단주로서 이번 더비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재미가 중요하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며 경기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인터뷰 이튿날인 27일 열린 톈진 더비에서 췐젠이 3-0 승리를 거뒀다.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이헤교육체육센터는 전석 매진됐다. 췐젠이 창단 이래 처음으로 슈퍼리그까지 승격했기 때문에 이 경기가 첫 더비였다.

-승격 첫해에 약간 고전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뭔가

시즌 전 세운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였다. 며칠 전 새 규칙이 나왔으니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졌다. 우린 팀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

*슈 회장이 말한 새 규칙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와 같은 금액을 중국축구협회에 유소년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6월 이적시장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를 영입하려는 췐젠이 이 규정이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팀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월드 클래스 공격수 영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디에구 코스타 등이 거론되는데

그런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고 싶었던 것이 맞다. 코스타와는 접촉하지 않았다. 소문에 불과했다. 코스타보다 (빅리그에서) 골을 더 많이 넣은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한국 축구 팬들도 중국에서 뛰는 스타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나? 그런 선수들은 중국 팀과 경기해야 볼 수 있다. 우리 도시에 세계적인 유명인이 오는 건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흥미 있는 일이다. 구단의 존재 목적은 시민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력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언젠가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에 가겠다.

-췐젠 소속 한국인 선수 권경원은 다른 아시아 쿼터와 달리 대표 경력이 없다. 영입 당시 비교적 무명이었다. 영입에 만족하나?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팀에 왜 안 뽑히는지 의아하다. 세 가지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느낌을 준다. 첫 번째는 키, 체격 등 신체조건이다. 두 번째는 기술이다. 세 번째는 훈련이나 경기나 태도가 아주 좋다. 권경원이 대표팀에 선발되길 바란다. (통역과 기자에게 병역 의무 해결 방안에 대해 묻고)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되면 좋을 것 같다. 권경원을 선발한다면 나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구장 신축에 의욕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독일, 영국 세 나라의 최고 건축가들이 모여 디자인한다. 세계적인 구장 U.S. 뱅크 스타디움(미국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다목적 구장)을 지은 회사가 주도한다. U.S. 뱅크 스타디움의 부족한 점까지 파악하고 개선해서 완벽한 구장을 만들고자 한다. 종합 경기장이며, 쇼핑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재미를 주는 장소가 될 거다.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관람하면 축구도 더 재미있어 질 거고. 지금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완공 시기는 착공에 달렸다. 톈진 시내 한가운데라 땅값이 비싸다. 건설 부지의 가치가 8억 유로(약 1조 9억 원) 정도 된다. 건설비용은 30억 위안(약 4,920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화장품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고 들었다

OMM이라는 브랜드의 매장이 최근 명동에 크게 오픈했다. 한국권건화장품이라는 한국 법인을 설립해 한국콜마와 합작하는 만큼 한국 브랜드를 지향한다. 발효식품인 한국의 된장에서 모티브를 딴 유산균 프레시 스킨케어 제품이 대표적이다. 고급 브랜드, 국제적인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