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김지석, 비틀리고 싶은 배우 [인터뷰]

윤혜영 기자 2017. 5. 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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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김지석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실실거리는 웃음, 어쩐지 실 없는 농담. 배우 김지석은 흔히들 말하는 '허당'일 것 같았다. 그런데 뜻밖에 마주한 그의 얼굴엔 슬픔이 서려 있었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속내는 아픔을 가진 '역적'의 연산을 묘하게 닮아있었다.

김지석은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이하 '역적')을 통해 연산군으로 7개월을 살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던 만큼 드라마가 종영한지 꽤 지났음에도 그는 아직 연산군을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김지석은 "저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며 "저 자신을 추스르고 사랑해주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싶다. 아무래도 역할에 빙의가 되지 않느냐. 연산이라는 인물 자체가 혼란스럽고 외롭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 보니까 실생활 하는데도 힘들었다. '시원섭섭하다' 그건 당연한 거고 다시 저를 빨리 찾고 싶다"고 말했다.

"유독 연산이 못 빠져나오겠어요. 전 사실 (집에서) 화목하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거든요. 연산을 연기하면서 힘들었어요. 제가 플러스의 기운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마이너스의 기운이 많은 사람이라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이만큼을 넘어야 되니까 저를 가학적으로 푸시를 한 것 같아요. 촬영 끝나고 들어가면 몇 시간 안 돼 다시 나가야 되는데 허하고 외로워서 혼술도 자주 했어요."

특히 김지석은 유독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역할 때문인지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고 하자 "밝아 보이려 수염 깎고 왔는데"라고 토로한 그는 "살을 많이 뺐고 많이 빠졌다. 보는 사람마다 살 빠졌다고 한다. 6kg을 뺐다. '국가대표' 이후로 이렇게 많이 빠진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왕이지만 예민하고, 잠도 잘 못 자고, 늘 시달리는 역할이니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실제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못 자고 예민해지고. 주위 사람들이 많이 고생했을 거다"고 털어놨다.

"연산 역할 시작하면서 부담도 부담이어서 준비한 게 많아요. 기존 시청자들이 저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밝고 명쾌하고. '거기서 어떻게 이질감 없이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해서 경건하고 치열한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다이어트며, 부모님께도 연락하지 말라고 했고, 자세를 1차원적으로 가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처용무도 배워보고 장구도 배우고 책도 진짜 많이 읽었어요. 특히 재해석한 걸 많이 봤어요. ENSP 같이 심리학적으로 연산을 분석한 것도 참고했고 연산 별자리도 찾아봤어요. 유용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연산이 되려고 한 것보다는 연산을 저한테 많이 입히려고 했어요. 연산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드라마기 때문에 '날 거쳐가는 연산은 어떨까' 그게 작가님, 감독님, 저의 키포인트였죠."


그가 말했듯 언뜻 이미지만으로는 김지석과 연산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가 초반 많았던 게 사실. 김진만 감독은 김지석의 무엇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을까. 이 물음에 김지석은 "저도 물어봤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널 '추노'에서 처음 보고 찾았는데 군대를 갔더라. 후에 '또 오해영'을 보는데 명랑하고 쾌활함 속에 네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보였다. 그걸 비틀어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그런 비틀림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제발 좀 비틀어주세요. 그래서 '비트 연산'이 됐나? 제 별명이잖아요. 사람들이 놀려도 프라이드 있어요. 그게 그렇게 웃겼어요? 화제 돼서 기분 좋더라고요. 근데 사실 대중 반응은 잘 안 보려고 해요. 휘둘려서. 유리 멘탈이거든요.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질 때가 있어요. '판도라의 상자'처럼 궁금하지만 안 열어보려고 해요. 다만 '비트 연산'은 나름 경건하고 치열한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어느 정도는 진심이 통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고 감사했죠."

연산을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얻게 된 '김지석의 재발견'이라는 대중의 호평에는 김지석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얼마나 극에 몰입했는지 대립관계였던 홍길동(윤균상)과 가령(채수빈)이 진짜 미웠다는 그다.

"'역적'이 대본 리딩을 1~30회 다 하지 않았느냐"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왕쪽 사람은 이쪽에 앉고, 홍길동 패거리는 저쪽에 앉고, 그 외 사람들은 가운데에 앉았다. 자기 사람들끼리 앉더라. 대립이 되는 거다. 그런 게 웃기더라"라며 "가령이랑 길동이는 처음부터 미웠다. 감독님과 캐스팅 얘기를 할 때 대본을 1~4회까지 봤는데 아모개(김상중), 아기 길동이(이로운)의 가족과 사랑 얘기를 보면서 너무 부럽더라. 부러우니까 미워지고, 미워지니까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더라. 나는 다 가진 왕인데도 불구하고 길동이가 받았던 사랑이나 참교육, 형제애가 없으니까 너무 불쌍한 거다. 그 감정 그대로 가져갔다. 길동 가령이는 키스도 하면 할수록 늘더라. 그것도 미웠다. 두 파트가 너무 대립돼서 재밌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드라마 '추노'의 추노꾼에서 왕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 김지석은 '추노' 할 때는 몸이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고, 반대로 왕이 되니 몸은 편한데 정신적으로 힘들었단다. 왕이 된 후, 고어로 이뤄진 대사를 숙지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그는 엄청난 분량을 책임졌던 21, 22회 갑자사화 편이 그에게 가장 기회이자 역경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사량이 어마 무시했다. 총 110신~120신이었는데 제가 나오는 신이 58신 정도 됐다. 70분 동안 한 신도 안 쉬고 나왔다고 보면 된다. 그걸 두 개로 나눠놓은 건데 그때가 폐비 윤씨 죽음에 대해서 듣고, 대신들 다 죽이고 미치기 시작한 때다. 리딩 끝나고 나서 모든 배우들이 '어떡하니. 큰일 났다' 토닥토닥해주셨다. '내가 다 외울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쨌든 대사 다 외워서 감정적으로 빵 치고 나니까 그다음부터 감정들이 더 붙더라. 그때 좀 뿌듯했다. '아 그래도 딜리버리는 해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폭주하던 연산은 마지막회 죽음을 맞이한다. 분명 악역이었음에도 연산의 죽음이 처연하게 다가왔다는 평이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연산의 엔딩이 사실 달랐다고 털어놨다.

김지석은 "원래는 대본이 길동 패거리 보면서 '참회의 눈물이 흐른다'였는데 연산만큼은 '감히 나를? 이러게 만든 놈인데?' 오히려 죽이고 싶을 것 같았다. 길동이 얘기하는 건 민초의 얘기고, 나는 평생 이 신념을 가지고 왔는데 '그래. 네 말이 맞구나'하고 죽을 것 같지 않았다. 연산은 죽고 싶지 않고, 죽더라도 눈을 뜨고 핏발 서린 채 죽는, 그런 인물인 것 같았다"며 "작가님 감독님이 의견 수렴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러니까 또 저는 그걸 받아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시청자분들도 연산에 이입한 분들도 계셨을 거다. 연산은 연산대로 삶이 있는 거니까"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지석은 의외로 '역적' 본방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는 마지막회까지. 본인이 본방을 보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징크스 때문이라고. 전작 '또 오해영' 때부터 시작된 징크스란다.

"늘 보고 싶어 죽겠는데 안 보고 늘 재방으로 보거나 나중에 따로 봤다"는 그는 "'또 오해영'부터 제가 말한대로 이뤄진 거 모르시냐? 그때 제작발표회 때 포상휴가 갈 것 같다고 했는데 진짜 갔고, '역적' 제작발표회 때도 '제 인생 드라마가 될 거 같습니다' 그랬는데 사실 그때 촬영을 1~2회 찍었나. 그냥 던진 거긴 하지만 잘 될 느낌이 들어서 제 자신한테 한 선전포고였다. 많은 용기를 가지고 한 얘긴데 저한테만큼은 말대로 됐으니까. '역적' 연산은 인생 캐릭터고 인생 작품이다. 늘 갱신하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저도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역적'이 과연 나에게 어떤 드라마였을까. 개인적으로 의미란 걸 부여해봤어요. 간절히 진짜 원하고 그걸 갖고자 노력하고 꿈을 꾸면 이뤄지지 않을까. '역적' 자체가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종방연 때 '역적' 티셔츠를 입었잖아요. 하늬 씨가 팀복으로 선물해준 건데, 저도 멋내고 가고 싶었지만 드라마를 만든 한 일원으로서 김상중 선배님하고 저하고 입었죠. 저한텐 의미하는 바가 컸어요. 저 자신도 '역적' 드라마를 사랑했고 팬이었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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