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진선규, "행복한 배우 되고파..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정다훈 기자 2017. 5. 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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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연극

[서울경제] 믿고보는 대학로 배우에서, 뉴페이스 영화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진선규가 카리스마 있는 얼굴로 나타났다. 늘 사람 좋은 웃음과 편안한 말투로 취재진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던 그가 이번엔 범접하기 힘든 포스로 인터뷰장에 들어선 것.

한참 강윤성 감독의 영화 ‘범죄도시’를 찍느라 바짝 깎은 헤어스타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개봉 전에 미리 공개 할 수 없지만 “임팩트 있는 역이니 기대해달라”며 귀띔한다.

배우 진선규 /사진=조은정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인 그와의 인터뷰는 소탈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그는 진실되게 연기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변화된 외모로 취재진을 압도했던 것과 달리, 곧 “이사님이랑 저랑 같이 인터뷰장에 가면, 제가 매니저이고 이사님이 배우인 줄 알아요. 하하 ”라며 편하게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다시 이의 편안함을 되찾았다.

한예종 출신으로 연극계에선 베테랑 중 베테랑인 그는 2010년 MBC ‘로드 넘버원’ 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드라마 ‘무신’, ‘여자를 울려’, ‘육룡이 나르샤’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최근엔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 ,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고향과도 같은 연극 무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19일 대학로에서 개막한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토론’이라는 색다른 포맷을 연극 무대로 가져와 대학로의 새로운 흥행 열풍을 이끄는 작품이다.

지난 2월 초연한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은 믿고 보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총 21회 공연 전석 매진과 함께 평균 객석점유율 102%를 기록한 작품.

작품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 즉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쪽이 타당한가?” 라는 난제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펼친다. 다소 어렵고 불편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만큼 철저한 자료 준비와 분석 과정을 거친 끝에 방대한 과학-종교적 지식을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본화했다.

이번 연극에서 진선규는 진화 생물학 박사이자 신이 없다고 증명하고 싶은 무신론자 ‘전진기’ 역을 맡았다. 빡빡 깎은 헤어 스타일 덕분일까. 그의 모습에서 보다 전투적이고 고지식한 박사의 모습이 풍겼다. 무엇보다 이번 연극은 참여하는 배우들 스스로 “너무 재미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신인류의 백분토론’ 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아방가르드한 연극이다”고 정의 내렸다.

“이번 작품을 쓰고 연출한 민준호 연출이 워낙 똑똑한 친구이다. 초반엔 토론으로 재미를 줄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했다. 어떤 스토리 라인으로 가는 연극이 아닌 지식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여요. 그 속에선 토론회가 그렇듯 반대편 쪽이 데미지를 받기도 해요. 무대 위에서 피 튀기는 토론이 가슴 아플 때도 있어요. 그렇게 토론의 감정으로 100분을 채워요. 배우들이 이 연극을 위해 2달 반 이상을 관련 자료들을 파고들며 공부했어요.”

진선규는 “고차원적인 연극이라, 배우가 메소드화 돼 있지 않으면 이번 작품 속에서 버틸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연극 속에서 내 사고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감정을 가지고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연극이랑은 달라요. 이 사람이 저사람 말을 듣고 사고를 하게 만들어 놓은 고차원적인 연극입니다. 다시 말하면 ‘배역의 사고’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메소드 연기를 떠올리면 쉬울 듯 해요. 게다가 100분동안 배우들이 한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요. 뭔가 환기 되는 것 없이 토론의 감정으로 100분을 보내야 하는데 그것 역시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배우 진선규
배우 진선규
진선규는 대본이 깨끗한 배우 중의 한명이다. 혼자 대본과 씨름을 하기 보단 상대와 이야기하면서 디테일을 만들어가고, 캐릭터의 사고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연기 기술’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다고 했다.

“대본이 하얀 배우가 있는가하면, 대본에 빽빽하게 뭔가를 쓰는 배우가 있어요. 전 전자에 속해요. 어느 정도 줄거리와 맥락이 파악이 되면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해요. 오히려 상대배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디테일을 찾아가요. 물론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관찰하고 분석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요. 제가 중요시 여기는 건 그 배역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요.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왜 저렇게 말 할 수 있을까? 왜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납득이 되거든요.”

“아직 배우로서 가야할 길이 멀다” 며 겸손함을 내비쳤지만, 그는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운 좋은 배우다. “‘사냥’의 안성기 배우, ‘특별시민’의 최민식 배우, ‘불한당’의 설경구 배우 등 엄청나게 많은 선배님들이랑 영화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저 역시 감사해요. 제가 특별히 잘해서라기 보다는 새로운 얼굴이라 써주신 것 같아요. 더 노력해서 조금씩 더 발전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가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건 힘을 불어넣어주는 이는 가족과 ‘무지개천사클럽’ 팬들 덕분이다. 그 중 ‘무지개천사클럽’은 2007년 연극 ‘칠수와 만수’란 작품을 하면서 생긴 팬카페이다.

“약 10년 정도 된 팬카페인데 매번 많이 도와주시고 힘을 주세요. 인원이 많지는 않은데 정말 가쪽처럼 끈끈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 분들이 참 감사하죠.”

그는 이제 나이 마흔을 넘은 배우가 됐다. 그는 대단한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 보다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40대엔 정신 바짝 차리고 놀아야겠다”는 특별한 계획을 들려줬다.

“연극 무대에 이어 브라운관, 이어 영화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고 하지만...사실 변한 건 나이 든 것 밖에 없어요. 나이 40이 넘어가니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는 건 맞아요. 예전 젊었을 때 생각대로 미친 듯이 연기 하면 다음날 힘들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똑바로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해요.

20대엔 멋 모르고 놀았다면, 30대는 그냥 놀았어요. 40대엔 정신 바짝 차리고 놀겠습니다. 지금 잘못하면 50대에 못 놀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네. 전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싶어요. 50대요? 좀 더 편안하게 놀기 위해 40대인 지금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 나갈 계획입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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