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착한 실손보험' 후폭풍, 대형보험사 3년간 453억원 손실

전혜영 기자 입력 2017. 5. 29. 04:26 수정 2017. 5. 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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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 보험료 인하 등으로 대규모 사차이익 감소, 기존 고객 갈아타기 시 손실 더 커져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안재용 기자] [신상품 보험료 인하 등으로 대규모 사차이익 감소, 기존 고객 갈아타기 시 손실 더 커져]

보험료를 35%가량 낮춘 이른바 착한 실손의료보험으로 보험사들의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A대형보험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나온 신실손보험으로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사차이익이 453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150억원가량 이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보험사의 이익은 크게 사차이익과 비차이익으로 나뉘는데 사차이익은 실제 위험률이 보험료 산출의 기초가 되는 위험률보다 낮을 때 생기고 비차이익은 실제 사용한 사업비가 예정 사업비보다 적을 때 발생한다. 신실손보험으로 실제 위험률이 올라가 이익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정부는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이 올라가 실손보험료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자 지난 4월1일부터 기본형과 3가지 특약으로 나뉜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도록 했다. 과잉진료 우려가 큰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자기공명 영상치료)는 별도 특약으로 분리해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도록 하고 이를 제외한 기본형은 보험료를 종전보다 35%가량 낮추도록 했다. 기본형과 3가지 특약에 모두 가입해도 보험료는 종전보다 평균 16%가량 저렴해진다.

신실손보험은 이처럼 보험료가 인하된 데다 당분간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어려워 사차이익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은 매년 요율을 다시 정하는 갱신형 상품인데 신상품은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5년간 계약통계가 누적될 때까지 보험료를 조정할 수 없다. 보험사들로선 사실상 5년간 신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실손보험이 보험료가 크게 낮은데도 가입자들에게조차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가 4월 한달간 9개 손해보험사와 6개 생명보험사 등 15개 보험사의 신실손보험 가입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존 계약에서 전환한 경우는 230여건에 불과했다. 지난 4월1일부터는 신실손보험밖에 가입할 수 없는데 한 달간 판매건수가 8만7000건에 그쳤다. 직전 3월만 해도 대형 보험사 한 곳에서만 기존 실손보험을 5만건 이상 판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저조한 수준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은 모든 진료에 대해 자기부담률이 0~20%인데 신실손보험은 특약의 경우 자기부담률이 30%로 더 높고 진료횟수에 제한도 있다”며 “신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싸다고 해도 월 수천 원 수준에 불과해 자기부담률이 올라가고 보장범위가 제한적인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 계약에서 신실손보험으로 전환이 활성화될 경우 사차이익은 더 급감할 전망이다. A보험사의 경우 계약의 1%만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도 3년간 80억원 이상 추가로 손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사로선 이익이 크게 줄고 가입자 입장에선 크게 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신실손보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내년 4월 단독형 실손보험 판매가 예정대로 의무화되면 보험사들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그간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을 손해율이 낮은 사망보험, 암보험 등과 함께 묶어 파는 방식으로 손해율을 보전해왔는데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팔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단독형 실손보험 판매가 어렵다는 점을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건의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료가 매년 오르는 이유는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비급여 진료가 남발되기 때문인데 비급여 진료에 대한 해법 없이 상품구조만 손질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비급여 진료에 대한 표준화 등 정부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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